사는 집 맡기고 ‘월급’ 받는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09.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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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르고 금리 떨어져 주택연금 가입 최적기

“노후엔 자녀와 함께 살지 않겠다.” 서울시가 추석 연휴를 맞아 내놓은 만 60세 이상 연령층의 동거 유형 분석 결과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은퇴 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74.5%로 압도적이었다.

관건은 고령자들이 어떻게 고정 생활비를 마련할 것인가다. 선진국과 달리 사회보장 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주택연금이라고 입을 모은다. 살던 집을 담보로 내주고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탈 수 있는 제도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는 데다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져 주택연금 들기에 알맞은 시기란 분석도 나온다.

주택연금은 노후에 집을 맡기고 평생 생활비를 보장받는 역모기지론이다. 연금액은 가입자 나이와 주택가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70세(부부 중 젊은 배우자 기준)의 주택연금 가입자가 3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맡기면 9월 기준으로 매달 99만원씩 받을 수 있다.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받는 ‘종신형’을 선택했을 때 기준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집값 추이 등을 근거로 매년 연금액을 조정하지만 기존 가입자의 수령액은 바뀌지 않는다. 평생 같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치매 노인도 가입할 수 있도록 최근 관련 규정이 바뀌었다. 성년 후견인 제도를 통해서다. 다만 정부의 정책성 제도이기 때문에 나이·재산 등 가입 자격에 제한이 있다. 우선 주택 소유자와 배우자 모두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부부 중 한 명의 나이가 60세보다 낮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 일러스트 최길수
예금 없어도 집 맡기고 생활비 받아

집값이 9억원 이하이며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는 부부여야 가입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자녀가 소유한 주택은 별도로 계산하기 때문에 관계가 없다. 가입자(부부)가 사망하면 담보로 잡은 집을 경매에 넘겨 청산하는 구조다.

주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가입 당시 약속한 연금을 그대로 보장받는다는 것. 주택연금 가입자들은 매년 ‘보증료’(잔액 대비 연 0.5%)를 납부하는데 이는 집값이 하락해 주택금융공사 손실이 커질 것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료다. 또 정부가 지급을 100% 보증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5억원 이하 주택을 맡긴 연금 가입자에게는 재산세도 매년 25%씩 감면해준다.

주택금융공사에 맡긴 주택이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주택 소유권이 일시 상실되는 것이어서 연금 지급이 정지된다. 주택금융공사는 재건축·재개발 중이라도 연금이 계속 지급되는 걸 골자로 한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실화하면 기존 주택연금 가입자도 모두 소급 적용을 받게 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전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경기 활성화 기조에 발맞춰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2.25%로 하향 조정했다. 사상 최저치다.

집값이 상승하고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주택연금 가입자에겐 매우 유리한 조건이 조성된다. 우선 집값이 오르면 주택연금 가입 후 매달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주택연금의 산정 기준이 ‘시가’이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에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면 집값 상승은 큰 호재다. 다만 집값이 9억원 이상으로 뛰면 가입할 수 없다.

금리 하락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주택연금은 국가가 보증하는 일종의 대출 상품인데, 대출 금리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다 1.1%포인트를 가산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시중금리인 CD 금리가 떨어지면 연금 가입자의 대출 이자가 줄어드는 셈이다. CD 금리는 현재 연 2.4% 안팎이다.

물론 시중금리 하락이 가입자 연금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가입 때 평생 받을 수 있는 월지급액이 ‘고정’되기 때문이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최종 상환액’에만 영향을 미친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주택금융공사는 담보로 잡은 집을 처분한다. 이때 처분한 금액이 그동안 가입자가 받은 연금액보다 많으면 남은 몫을 자녀 등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대출 잔액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 상속자에게 돌려주는 금액이 커질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고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시기가 주택연금 가입의 최적기”라고 설명했다.

주택연금을 신청해도 이사 갈 수 있다. 그동안 받은 주택연금 수령액을 다 정산하면 바로 해지할 수 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별도의 중도 해지 수수료도 없다. 다만 중도에 해지한 후 5년간은 같은 주택을 담보로 재가입할 수 없다.

주택연금 수령 방식, 종신형과 확정 기간형

주택연금을 해지하지 않고 새 집에서 계속 이 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이사 간 집)의 가격이 같다면 월지급금도 바뀔 게 없다. 신규 주택의 가격이 저렴하다면 연금액이 줄어든다. 새 집값이 더 비싸다면 차액만큼 월지급금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이때는 차액의 2% 정도를 초기 보증료 명목으로 납부해야 한다.

주택연금의 수령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종신형(정액형)과 확정 기간형이다. 자신의 재정 상황에 맞춰 최적의 수령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 다만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생 ‘월급’처럼 받을 수 있는 종신형이 유리하다.

종신형을 선택하더라도 일정액을 수시로 인출할 수 있도록 정한 뒤, 나머지만 매달 받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인출 한도는 연간 지급 한도의 50% 이내에서 가능하다. 수시 인출액은 2억5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수시 인출 한도를 마련해놓으면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겨 목돈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령액이 증가(1년마다 3%) 또는 감소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주택연금 가입 직후부터 10년간 일반 정액형보다 많은 금액을 받다가 11년째부터 초기 월지급금의 70% 수준을 받는 ‘전후 후박형’도 있다. 모두 종신형 수령 방식 안에서 설계할 수 있는 조합이다.

일단 종신형을 선택했다가 나중에 수시 인출 한도를 설정해도 된다. 다만 종신형 연금을 타다가 중도에 증가형이나 감소형, 전후 후박형으로 바꿀 수는 없다.

확정 기간형은 10년·15년·20년·25년·30년 등 기간을 정해놓고 연금을 받는 식이다. 종신형에 비해 매달 더 많은 연금을 탈 수 있다. 몇 살이라도 젊을 때 연금을 많이 받아 활동적인 노후를 보내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연금 지급 기간(확정 기간)이 종료된다고 해서 집을 비워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연금(생활비)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확정 기간형 역시 수시 인출 한도를 정해놓고 나머지만 월지급금으로 받도록 설계할 수 있다. 확정 기간형 수령 방식에서 수시 인출 한도를 설정하면 최소 5%의 자금은 의료비나 담보 주택 관리비 용도로만 쓸 수 있다. 확정 기간형을 선택할 수 있는 나이는 정해져 있다. 부부 중 젊은 배우자가 만 55~57세라면 30년형, 55~63세라면 25년형, 55~68세라면 20년형, 60~74세라면 15년형, 65~74세라면 10년형만 선택할 수 있다. 지급 기간을 한 번 선택하면 추후 변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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