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에 황사보다 무서운 재앙 다가온다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4.09.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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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부 연안 대규모 원전 벨트…인접한 한반도 위협 요인

중국 산둥(山東)성 룽청(榮成) 시에는 한반도를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2012년 12월 착공해 건설 중인 스다오완(石島灣) 핵발전소다. 스다오완 핵발전소는 향후 20년간 총공사비 1500억 위안(약 24조9000억원)이 투입되는 중국 최대의 원자력발전 프로젝트다.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 중국 원전사의 신기원이다. 다른 원전과 달리 4세대 원자로인 HTR-10을 쓰기 때문이다. 스다오완은 19기의 4세대 원자로(4000㎿)와 3세대 원자로를 개량한 CAP1400 6기(8400㎿)를 쓸 계획이다.

HTR-10은 칭화(淸華) 대학이 독자적으로 설계·개발한 중국형 원자로다. 원자로 안에 흑연 보호막으로 싼 작은 공 모양의 핵연료 수십만 개를 넣어 가동한다. 고온 가스 냉각로 기술을 사용하는데 중수가 아닌 헬륨가스로 냉각한다. 헬륨을 냉매로 사용하면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를 배출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칭화 대학 개발진의 주장이다.

자료: 환경보건시민센터
중국 대륙에서 건설 중인 원전만 31곳

문제는 HTR-10 원자로가 아직 상용화된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이 자체 개발한 원자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4년 착공해 1991년 완공한 친산(秦山) 핵발전소 1기는 중국핵공업그룹(CNNC)이 설계한 1세대 가압수형 원자로 CNP300으로 지어졌다. CNP300은 파키스탄에 차관을 원조하는 형식으로 수출돼 차쉬마 원전에도 장착됐다.

그 여세를 몰아 CNNC는 친산 2기 1호기와 2호기를 각각 2002년과 2004년에 자체 개발한 2세대 가압수형 원자로 CNP600으로 건설했다. CNP600은 올해 말 완공 예정인 하이난다오(海南島)의 창장(昌江) 핵발전소 1기에도 쓰였다. 하지만 한 호기당 발전용량이 CNP300은 30만㎾, CNP600은 60만㎾에 불과해 에너지 수요가 적은 지역에 적합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3세대 원자로 기술을 모두 프랑스·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했다.

중국이 다시 독자 개발로 전환한 까닭은 원자력을 미래의 주력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 때문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현재 전력 공급의 대부분은 화력발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발전 총량 12억4700만㎾ 중 화력은 8억6000만㎾로 68.9%를 차지했다. 하지만 화력발전소는 발전 과정에서 스모그의 주성분인 질소화합물을 발생시켜 자동차 매연과 더불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공해 위험이 적은 수력은 2억8000만㎾(22.4%), 풍력은 7548만㎾(6%), 태양광은 1479만㎾(1.1%)가 공급됐다. 원자력은 재생 에너지보다 적은 1471만㎾를 생산했다.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도 17기로 미국(100기), 프랑스(58기)와 비교조차 안 된다.

그러나 대륙에서 건설 중인 원전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6월23일 중국 에너지계획공작회의에서 우신슝(吳新雄) 국가에너지국장은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현재 건설 중인 원전 31기가 완공되면 2020년 5800만㎾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 각국이 건설 중인 원전의 40%를 차지한다. 관영 신화통신은 “2020년 중국은 세계 3대 원전국으로 부상한다”며 “원자력 비중이 5.8%로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원전대국을 향해 매진하는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듯, 8월20일 랴오닝(遼寧)성 2곳에서도 원전 건설이 승인됐다. 국무원은 ‘동북 진흥을 위한 중대 정책 조치에 대한 의견’을 통해 “훙옌허(紅沿河) 핵발전소 2기 공사를 시작하고 쉬다바오(徐大堡) 핵발전소도 적절한 시기에 건설한다”고 통지했다. 훙옌허 2기에는 3세대 개량형 경수로 ACPR1000이, 쉬다바오에는 가압수형 원자로 AP1000이 투입될 계획이다. 이 중 훙옌허 핵발전소는 와팡뎬(瓦房店) 시에 있는데 평양까지 직선으로 340㎞에 불과하다.

‘제일경제일보’는 “올해 안에 5곳에서 추가로 원전 건설이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하이양(海陽) 핵발전소 2기가 포함돼 있다. 하이양 핵발전소는 산둥성에서 우리 교민이 가장 많이 사는 칭다오(靑島)와 웨이하이(威海) 중간에 있다. 스다오완 핵발전소와도 불과 100㎞ 떨어져 있다. 현재 공사 중인 1기 1·2호기는 AP1000 원자로로 2016년 완공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2기와 3기 공사가 진행된다면, 10년 후 스다오완과 더불어 거대한 원전 벨트를 형성하게 된다.

중국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진이 빈번한 내륙의 핵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했다. 그 후 승인된 원전은 모두 연해 지방에 몰려 있다. 지난 4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동부 연안에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이 추세가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 입장에서 서해 바다 건너 해안가에 이런 대규모 원전 벨트가 형성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원전 관리와 운영 기술이 선진국과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CNNC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는 원전을 설계·건설하고 운영·보수하는 인력이 5만명 안팎에 불과하다. 양대 원전업체인 CNNC와 중국광핵그룹(CGN)에는 각각 1만8000명, 1만2000명의 직원이 있다. 당시 운영 중인 핵발전소 13기에 안전관리 요원은 모두 300명이다. 1기당 평균 24명으로 다른 나라의 35명에 비해 훨씬 적었다.

“중국의 원전 관리는 걸음마 수준”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자 중국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핵 안전 강화를 추진했다. 2015년까지 789억 위안(약 13조974억원)을 투입해 원자력 안전 기술 확보를 위한 5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핵 안전 모니터링 능력 육성, 원전 사고 비상 대응 등이 포함돼 있다. 우신슝 국장은 “중국에서 원전은 세계 최고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원전 주변 방사능 감측 시스템도 갖춰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중국 정부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해외 전문가들은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로빈 그라임스 영국 임페리얼 대학 교수는 “중국의 핵무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원전의 운영과 관리는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라임스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 정부의 자문을 맡았고, 영국 외무부의 수석과학자문으로 일하는 원자력 전문가다.

무엇보다 핵발전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현실이 문제다. 중국은 원전 건설과 운영에 대한 세부적인 자료를 기밀로 분류해놓고 있다. 한국은 핵발전소를 10기 이상 보유한 국가 중 원전 주변 인구 수(419만5000명)와 밀집도(0.2077)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동쪽에는 밀집도 2위 일본이 있고, 서쪽에는 또 다른 원전 벨트가 들어서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원전 건설 붐에 대해 뭐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중국 정보를 확보해 국가 간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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