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도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했던 듯하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09.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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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교수가 밝힌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영입 파문 전말

박근혜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인 ‘새누리당 비대위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으로의 변신. 그야말로 정국을 뒤덮을 만큼 쇼킹한 뉴스였다. 그 정도의 충격요법이 필요했을 정도로 야당의 상황이 절체절명의 위기임을 보여준다.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 수도 있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영입 프로젝트는, 그 내용이 알려진 지 단 하루 만에 무산됐다. 극심한 당내 반발 때문이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독선적 운영이 또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친노’의 수장 격인 문재인 의원도 ‘거사’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또 다른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9월17일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이상돈 교수를 만나 전말을 들었다. 

 

박영선 원내대표로부터 비대위원장과 관련한 제안을 최초로 받은 때는 언제였나.

박영선 대표가 비대위원장 되고 나서 같이 차나 한잔하자 해서 만났다. 내가 축하한다며 “TV에서 자주 보고 싶은 얼굴이 나와 좋다”는 덕담도 하고 그랬다. 그때 박 대표가 “교수님이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라며 외부 위원으로 나를 한번 쓰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이고, 농담 마시라. 그게 말이 되느냐. 밖에서 도와드리겠다”라고 웃어 넘겼다. 그때는 그 정도 얘기가 오갔다.

ⓒ 시사저널 임준선
처음에는 거절을 한 셈인가. 그 다음 제안은 언제 있었나.

그땐 그러고 헤어졌는데, 이후 여당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때문에 박 대표가 굉장히 궁지에 몰리며 8월 한 달이 훅 지나갔다. 이후 또 보자고 해서 만났는데, 박 대표가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아무런 카드가 없습니다”라고 하더라.

박 대표의 ‘재협상안’도 당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그 다음 상황인가.

그렇다. 박 대표가 비대위원을 구성하고 자기는 원내대표만 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렇게 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물었다. 당내 의견, 특히 문재인 의원의 입장은 어떠냐고 얘기를 했더니… 문 의원까지 개입되니까 일이 좀 더 커진 것이고… 이제는 ‘농담’을 말할 수준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문 의원도 이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오케이를 한 것인가. 문 의원 측은 ‘비대위원 또는 부위원장은 몰라도, 비대위원장에는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뜻을 편 것처럼 얘기하는데.

당연히 (오케이를 한 것으로) 들었다. 생각해봐라. 비대위원장을 먼저 정하고 비대위원을 정하는 것이지 어떻게… 내가 비대위원 안 해봐서 또 할 것도 아니고.

그런데 왜 문 의원은?

(비대위원장 발표가 되면 의원들이) 거기에 따라주거나 설득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잘 안 된 거다.

박 대표와 문 의원 이렇게 세 사람이 의견을 나눈 것인가.

처음에 통화를… 박 대표가 직접 전화를 바꿔줬다. 내가 문 의원의 입장을 궁금해하니까. “통화하시겠어요? 교수님 옆에 있어요. 바꿔드릴게요.” 이렇게 된 것이다. 그 다음엔 직접 만났고. 그리고 사실 또 한 명의 중진 의원과도 접촉을 했다.

어느 의원인가. 당내 비중이 큰 의원인가.

그렇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밝히면 파장이 커질 수도 있으니까.

그 중진의원도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나.

그렇다. 들어와달라고 하더라. 그렇게 되면 언론에서도 크게 쓸 텐데, 나도 걱정이 되고. ‘당내에서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거 포지션 때문에 저항하는 젊은 의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못하겠다고 도망갈 구멍이 점점 없어지더라.

그때 당내 의견으로 문재인 의원 입장만 물었나? 가령 안철수 의원이나 다른 중진 의원의 입장은.

일단은 “중진 의원들의 당내 반응은 어떠냐”고 했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문 의원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내가 짐작하건대, 나에 대해 저항감이 큰 부류는 아무래도 문 의원 쪽이지, 안 의원 쪽은 아니잖은가. 

당초 공동위원장 얘기는 있었나.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가 시끄러워지니까 다른 카드를 낸 건가.

그게 지금 논쟁인데, 처음에 내가 그랬다. 다른 사람으로 알아보라고. 그랬더니 도대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 조국 서울대 교수도 현직 교수라 안 되고,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몸이 아파서 못한다며, 나를 적극 추천했다고 하더라. 안 교수 말이 “이상돈 교수 혼자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나와 안 교수 공동위원장 이런 생각을 못한 거다. 문 의원까지도. 특히 문 의원과 안 교수는 가깝지 않은가. 박 대표가 나를 포함한 비대위 구성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 때문에 한 달 지연되니까, 나름대로 영입 대상 위원들도 여기저기 알아보고 조합해보고 했는데, 이름 석 자 알려진 사람이 잘 안 보이더라는 것이다. 위원장도 누군지 모르는 판에 어느 누구도 선뜻 위원을 맡겠다고 나서지도 않고. 박 대표가 “교수님이 (위원장) 하게 되면 내가 얘길 해볼 수 있다”고 하더라. 오히려 걱정은 내가 했다. 반면 당에서는 당내 반발이 이렇게 크게 터져서 결과가 뒤집어지리라곤 다들 누구도 예상을 못했던 것 같다.

당내에서 다소 안일하게 생각을 했다는 것인가.

그랬던 것 같다.

문 의원과는 전부터 접촉이 있었나.

지난해 10월 말쯤 문 의원이 저녁식사에 초청해서 남재희 전 장관, 윤여준 전 장관과 이렇게 같이 만난 적이 있다. 처음엔 다소 놀랐다. 문 의원 입장에서는 윤 전 장관이야 (2012년) 대선 때 같이 있기도 했지만, 나는 반대편이었는데. 그런데 문 의원이 “한번 꼭 만나고 싶었다”고 하더라. 대화를 하면서 굉장히 열린 사람이라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박 대표는 왜 이 교수에게 위원장을 부탁했을까.

박 대표가 공천제도와 당내 시스템 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 부분에서 나와 대화도 많이 했다.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논문도 썼고, 신문 칼럼도 여러 차례 썼다. 지난 7월 재보선 때 공천이 엉망이 되면서 참패를 했던 탓인지, 내가 제시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독특한 프라이머리 공천제도 등에 관심이 많았다. 호남과 영남의 지역 패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개혁안이었다. 또한 박 대표는 새누리당 사무국 시스템과 업무 처리 능력에 대해 궁금해했다. 새정치연합의 사무국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내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있으면서 직접 느낀 바를 솔직히 얘기해줬다. 새누리당 사무국은 친이·친박 이런 것 전혀 없이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하고 시스템이 잘되어 있다고. 박 대표가 “우리가 진정한 수권 정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런 점은 우리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여당 비대위원에서 야당 비대위원장으로의 변신이 파격 아닌가. 걱정이 많았을 텐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 같은 비대위원장이라도 (2012년의) 박근혜 위원장 때와는 전혀 다르지 않은가. 내가 위원님들을 모시고 의견을 모아서 해야 할 판인데…. 사실 자신이 없고, 겁이 나더라. 그렇지만 박 대표의 의지가 확고해 보였고, 난 정치인이 아니라 학자이기 때문에, 공천제도 개혁 등의 뜻을 펼치는 기회를 갖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도대체 거절을 할 수가 없더라. 박 대표가 “교수님, 운명으로 생각하세요”라고 거듭 부탁하는데. 그날 밤 잠 못 자고 고민했는데, 그 다음 날 아침에 차마 ‘못한다’는 말을 못하겠더라.

가정이지만, 만약 위원장이 됐더라면 박근혜정부에 타격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굉장히 상징성이 있다. (위원장은 안 됐지만) 이렇게 된 것으로도. 사실 그동안 박 대통령 지지층 중에 지금 배신감 느끼는 사람이 많다. 실제 그들을 통해 ‘통쾌하다’는 반응도 받았다. 한방 먹였다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과 더불어 현 정부에서의 입각 가능성 등 향후 역할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데.

이 정부가 대선 때의 공약을 제대로 좀 지키고, 무엇보다 이전 정권의 4대강 사업 비리를 바로잡기 전까지는 어렵다. 내가 많은 사람한테 (대선 때) ‘4대강 문제만큼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야당이나 다름없이 (새 정부에서) 제대로 바꿀 겁니다’ 그런 약속을 했는데, 내가 식언한 게 되어버렸잖은가.

논란 이후 최근 분위기는 문재인 의원의 불분명한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는 쪽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문 의원을 비판할 생각도, 옹호할 생각도 없지만, 문 의원도 의도적인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분 역시도 예상 못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 때문인지 (친노) 내부에서도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는 등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게 괜한 말이 아닌 것 같더라. 박 대표가 ‘탈당할 때 다 털어놓는다’는 말을 한 것도 아마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당내 반대파의 얘기를 언급한 것 같다. 심각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일로 박 대표야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 의원이 곤혹스럽게 된 것 같다.

일각에서는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의 배후설도 나온다.

그건 전혀 없는 것 같다.

혹시 이번 사태 이후 문 의원과 대화한 적이 있나.

나중에 나한테 미안하다고 전화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 때문에 당의 심각한 분열이 생겨버렸고. 문 의원도 어렵게 됐다. 내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미안하다’의 정확한 뉘앙스는 무엇인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돼서 결과적으로 미안하다는….

문 의원이 친노의 수장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일을 통해 실제 수장의 리더십이나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건 내가 언급할 것은 아니고.

오늘 보도를 보니까 전병헌 전 원내대표가 “이 교수가 (비대위원장) 영입이 불발되니까 밖에서 당의 갈등과 분열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던데.

언론의 질문이 이어졌고, 대개가 ‘(야당이) 분열 양상이 되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물으면 내가 ‘그런 측면도 있죠’라고 답하면, 그게 내가 분열을 부추기는 것처럼 되는 거다. 그런데 내가 뭘 어떻게 분열을 부추기겠나.

실제로 인터뷰에서 ‘분당’을 언급하지 않았나.

내가 ‘이러다가 분당도 갈 수 있는 게 아니냐’ 이런 말을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속에서 한 것은 맞다. 그 부분은 지금 보면 내가 다소 경솔하게 발언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한다. 방송 인터뷰의 속성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또 사실 ‘조·중·동’ 등 종편에서 의도적으로 그런 점들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박 대표가 만약 탈당하면 따라갈 사람이 있겠나’ 그런 질문에 내가 ‘박 대표의 심정에 공감하는 사람이 20명은 충분히 넘을 거지만, 실제 탈당이 그렇게 쉽겠나’라고 답했더니, 그 종편 방송의 헤드라인에 ‘20명 이상 탈당할 듯’ 이렇게 나오더라. 종편들이 좀 심하더라.

당내 계파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새누리당도 ‘친이’와 ‘친박’의 첨예한 갈등이 있었다.

친이·친박은 인물과 세력 갈등이지만, 지금 새정치연합의 갈등은 노선 갈등이다. 이건 심각하다. 문 의원 입장에서도 결코 좋지 못하다. 오직 진보만 주장하는 쪽과 외연을 넓히자는 중도의 이념 갈등이다. 정말 야당이 대토론을 벌여서라도 어느 정도 조율을 하든가, 아니면 끝내야 한다. 그냥 갈 수 없다고 본다. 친이·친박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번 사태로 외연 확대를 꾀한 중도 온건파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셈인데, 향후 야당이 어떻게 해야 지지세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문 의원이 생각하듯이 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박 대표의 말처럼 장외에서 투쟁만 하지 말고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 야당이 착각하는 게 20~30대 젊은 층이 오롯이 자신들의 지지층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젊은 층은 투쟁 일변도의 강성을 싫어한다.

문 의원이 당의 외연 확대를 생각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이건 순전히 내 짐작이라는 전제에서 말씀드리겠다. 직접 문 의원에게 들은 것은 아니니까. 대선에 나가서 한번 낙선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똑같은 모습으로 또 나가면 다음엔 더 큰 차이로 떨어진다. YS(김영삼)와 DJ(김대중)도 대선 낙선 이후에 각각 ‘3당 합당’과 ‘DJP 연합’이라는 외연 확대를 꾀해서 당선되지 않았나. 내 생각에는 문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100만표 정도를 졌는데, 그 표를 만회할 곳이 중도 보수밖에 없다고 본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문 의원 입장에서는 외연 확대밖에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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