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기업들도 기회의 땅 개척 ‘시동’
  • 브라질 포르탈레자=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9.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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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종건, CSP제철소 공사 동반 참여…한국 기업의 노하우 전수

브라질에 진출해 있는 국내 업체는 대기업만이 아니다. 중견 기업들도 현재 브라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경상북도 포항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업체 동양종합건설(동양종건)이 대표적인 예다. 동양종건은 현재 포르탈레자 페셍 산업단지에 위치한 CSP제철소의 원료 야드와 고로, 연주 기계, 소결 기계 공사를 맡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협력 업체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컸다.

발주사인 포스코건설은 당초 한국에서 온 3개 건설사와 현지 건설업체 3곳에 파트별로 공사를 맡겼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중도에 공사를 포기하면서 지금은 각각 두 개 건설사만 남았다. 잦은 파업과 현지 근로자들의 부실한 작업 능력에 못 이겨 두 손을 든 것이다. 김경일 동양종건 브라질 법인장(부사장)은 “CSP제철소 현장에서 일하는 브라질 근로자만 하루 6000명이다. 한 곳에서 파업이 시작되면 전체 현장으로 전파돼 공사 자체가 올스톱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CSP제철소의 최대 협력 업체인 동양종건 직원들이 모래바람을 맞으며 현장에서 작업 중이다. ⓒ 시사저널 이석
동양종건, 해외 시장 개척 선봉에 나서

실제로 CSP 현장에선 2012년 9월 첫 삽을 뜬 이래 8번이나 파업이 벌어졌다. 임금이나 복지는 기본이고,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보기 위해 파업을 벌일 정도로 이유도 제각각이다. 동양종건은 해외에서 직접 체득한 노하우를 발휘해 근로자들을 다독였다. 소공정별로 팀을 구성해 성과별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파업은 진정됐고, 동양종건은 다른 건설사가 포기한 공사까지 떠안았다.

특히 파업 기간 동안 장비 임차료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경일 법인장은 “한국에서는 하루 단위로 장비 임차가 가능하지만 브라질은 다르다”며 “보통 월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파업 기간 동안 임차만 해놓고 사용하지 못해 임차료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동양종건은 현재 파업 손실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도급사인 CSP·포스코 등과 협의 중이다.

동양종건이 해외에 진출한 것은 2007년 인도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국내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였다. 대형 건설사들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앞 다퉈 해외에 진출했다. 동양종건 역시 회사의 사활을 걸고 해외 개척에 나섰다. 김학영 동양종건 부사장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의 경제 지표를 감안할 때 중국을 빼고 인도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며 “2008년 2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수주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9년 9월 포스코가 발주한 첸나이 코일센터 건립 공사를 처음으로 따냈다. 2010년 2월에는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 망가온 산업단지 안에 있는 CGL(아연 도금 강판 생산 라인) 공사까지 수주했다. 동양종건은 현지 인력을 채용해 본격적인 시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지 근로자의 숙련도가 크게 떨어졌다. 자재비 등 들쭉날쭉한 물가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 상태라면 예정된 공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품질 역시 장담할 수 없었다. 동양종건은 한국에서 기술자 200명을 데려와 현장에 투입했다. 이후 공기와 품질은 회복됐지만, 회사는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인도에서 자신감을 얻은 동양종건은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렸다. 동양종건은 2010년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사 크라카타우엔지니어링(KE)과 함께 크라카타우포스코(KP)가 발주한 제철소 공사를 수주했다. 제철소 건설 노하우를 가진 건설사가 필요했는데, 마침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동양종건과 파트너를 맺으면서 수주에 성공했던 것. 특히 동양종건은 원료처리시설을 자체기술인 밀폐형 막구조공법을 제안, 공기 내 준공하면서 친환경 제철소 건설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동양종건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열악한 인프라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수업료를 내야 했다. 김 부사장은 “이슬람 최대 명절인 라마단 기간에도 현지 인력을 설득해 공사를 했다”며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인도와 인도네시아 공사를 마쳤고 발주사의 신뢰가 조금씩 쌓이면서 공사를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빙그레 메로나는 브라질 젊은 층의 기호 식품 트렌드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시사저널 이석
메로나·봉봉, 브라질 ‘국민 식품’ 반열

국내 식품업체들도 브라질에서 선전 중이다. 빙그레 메로나는 2010년 이래 브라질 수입 아이스크림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 방송사 아나운서가 2008년 취재차 박람회장을 방문했다가 메로나를 맛본 것이 ‘메로나 열풍’의 시작이었다. 이 아나운서는 즉석에서 메로나를 TV에 소개했고, 이후 메로나는 브라질의 디저트·기호식품 문화를 바꿔놓았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거리에서 메로나를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메로나를 팔지 않는 매장은 젊은 손님이 없고, 트렌드에 뒤떨어진 곳으로 인식될 정도다.

브라질의 주요 방송도 ‘빙그레 열풍’을 잇따라 보도했다. 빙그레는 지난해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박중원 빙그레 해외사업부 팀장은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다른 도시의 월마트에서 입점 요청이 쇄도했다”며 “물류 문제로 인해 필요한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음료 ‘봉봉’ 역시 브라질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카르푸 등 대형 매장에 이 제품이 입점해 있다. 클럽·술집 등에서 보드카와 봉봉을 섞어 마시는 게 최신 유행이 되면서 봉봉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해태음료는 1998년 처음 봉봉을 수출한 이래 매년 60개 컨테이너 물량을 브라질에 보냈다. 지난해에는 컨테이너 수출 물량이 두 자릿수나 증가했다고 한다. 유재원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장은 “현지 젊은 층을 공략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든 것이 메로나와 봉봉의 성공 전략”이라며 “최근 국내 기업의 브라질 진출이 줄을 잇는 만큼 제2, 제3의 메로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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