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용병 산업에 돈다발 안긴다
  • 김원식│미국 통신원 ()
  • 승인 2014.10.02 17: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이라크·시리아 공습…지상전은 용병이 대신 치러

“분쟁 다음에는 늘 통합이 이루어지듯 이제 또 다른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 이라크 땅에서 비록 미군의 군화는 못 보더라도 잘 훈련된 다른 군화를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이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현지에서 도울 것이다.”

군사 전문가인 도그 브룩스는 ‘용병(mercenary)’ 이야기를 꺼냈다. 브룩스 스스로가 미군과 용병회사 간의 계약 관계를 주선하는 일을 주로 해온 사람이다. 미국이 IS(이슬람 국가)를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지만, 현직 장성이나 군사 전문가들 대다수는 공습만으로 IS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

이라크 정부 “살인 면허 줄 테니 어서 오라”

부시 행정부의 중동 전쟁을 밟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에 지상군을 파견하는 건 자충수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중동 전쟁을 경험했던 미국민들이 반대한다. “시리아는 공습하되 지상군 파병은 절대 없다”고 오바마가 여러 번 강조하는 이유다.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미국 대사관 직원을 호위하는 민간 보안업체 용병들. ⓒ EPA 연합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시리아 공습을 언급하며 “IS와 같은 테러리스트에 맞서 싸우는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의회에 시리아 반군을 훈련하고 지원할 수 있게 당장 5억 달러를 집행해달라고 요구해 통과시켰다. 문제는 지상군 병력이다. 미국 지상군이 파병되지 않는 이때, 그렇다면 누가 반군에 대한 군사 교육을 맡게 될까. 해답은 ‘용병’으로 대표되는 ‘사설 군대(private military)’, 즉 전쟁 용역 기업체를 활용하는 데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물론 소말리아 내전 등 전 세계 다양한 전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온 게 용병 산업이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중동 전쟁에서 미국이 발을 빼자 용병 산업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국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2008년 한 해 동안 미국 국방부와 용병 기업체 간 계약 건수는 24만2558건에 달했지만, 올해는 7월 기준 6만6123건으로 줄어들었다. 그것도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면 1만4634건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사양산업이라 불려도 될 정도다. 이랬던 용병 산업계에 오바마의 액션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21세기 전쟁 산업과 용병의 실체를 파헤친 로버트 영 펠튼은 자신의 저서 <용병>에서 이라크 전쟁을 전후해 용병이 급증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절정은 이라크와의 전쟁 때였다. 2003년 이라크에 진출한 민간 보안회사는 60여 개나 됐고, 이라크 땅을 밟은 용병만 2만5000명에 달했다. 여기에 등록되지 않은 용병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문제가 됐던 ‘살인 면허’는 이번에도 유효하다. IS 탓에 다급해진 이라크 정부에서 용병들에게 살인에 관해 사면권을 주겠다며 직접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용병 산업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추정은 불가능하다. 일단 어디까지를 용병 산업으로 봐야 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이라크 전쟁의 경우 미군 인력과 군사 물자만 건너간 게 아니다. 여러 민간 업체의 인원과 물자도 함께 이라크로 보내졌다. 사람과 물건만 용병 산업으로 분류해도 그 규모는 엄청나다. 지난해 11월 외부 전문가인 앤턴 카츠가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용병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세계 보안 산업의 규모는 매년 7.4%씩 성장하고 있으며, 오는 2016년에는 2440억 달러(약 25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미국이 중동 전쟁을 끝내던 시점에 나왔다. 미국이 다시 중동에 개입하는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중동에서 철수를 끝내가던 2012년, 용병 산업에 약 1380억 달러(약 140조원)를 지출했다.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사설 군대에 44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했다. 구체적으로 보자. 지난 2011년 이라크에 주재하고 있는 자국 외교관을 보호하고 바그다드 공항 경비를 위해 계약한 보안경비 전문 용병회사인 ‘트리플 카노피(Triple Canopy)’는 정부로부터 4년간 15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받았다. 하나의 회사에 지급한 비용이 너무 많아 2013년 국무부 감사에서 과다 지급을 지적받았을 정도다.

최근 발간된 <현대 용병(The Modern Mercenary)>의 저자이자 전직 용병업체 출신인 숀 맥페이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용병업체들은 이제 다음 거대한 식사거리(the next big meal ticket)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지상군을 보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인 위장이다. 미군의 공습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 용병 산업이 대리전(proxy)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IS에도 각국에서 온 용병 많아

용병들의 대리전에도 위험은 따른다. 결국은 세금으로 운영하는 전쟁인데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집행된 5억 달러는 오바마 정부가 청구한 50억 달러의 10%에 불과하다. 마틴 뎀프시 미군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부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리지 않고 지상군 파병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이런 부담 때문이다.

일부 군사 전문가는 “어쩌면 용병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IS”라고 말한다. 최근 확장하고 있는 IS 내의 용병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9월13일 “IS의 외국인 무장 대원이 1만5000명에 달하며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공개했다. 용병이 아닌 대리인을 찾기도 어렵다. 미군이 나서지 못하면 대신 싸워줄 다른 국가의 군인들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동지를 찾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우군이 되어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 터키까지도 IS와 같은 이슬람 수니파 정권이다. IS가 못마땅하지만 자국 군대까지 파견해 미국 대신 싸워줄 마음은 없다. 열악한 환경 탓에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은 찌푸려지고 그럴수록 용병들의 얼굴은 활짝 펴진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