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연구용역비 줄줄 샌다
  • 조해수·김지영·엄민우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0.0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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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일감 몰아주기·비공개 행태…국민 세금 쌈짓돈 전락

금융 공기업의 정책 연구용역 사업이 예산 수립 단계부터 중간 집행 단계, 마지막 사후 검증 단계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 공기업의 연구용역 발주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수의계약 남발, 알음알음 이뤄지는 일감 몰아주기, 담당자들만 볼 수 있도록 한 연구 결과 비공개 원칙 등으로 수십억에서 많게는 100억원을 훌쩍 넘는 세금이 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 공기업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 어느 한 곳도 연구용역 예산 수립 및 집행의 적정성 감사를 시행하지 않아 방만 경영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공기업은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통한다.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도 억대 연봉과 높은 수준의 복리후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융 공기업의 방만 경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 발언 후 금융 공기업에 대한 개혁 작업이 시작됐다. 금융위는 예산 결정권을 가진 산하 금융 공기업의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평균 5.1% 줄이도록 하고, 1인당 연간 1000만원이 넘는 복리후생비도 500만원 이하로 대폭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연구용역 예산 규모 아무도 몰라

금융 공기업이 개혁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관리·감독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금융 공기업의 정책 연구용역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 공기업의 정책 연구용역 사업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 공기업과 금융위, 금감원의 연구용역 발주 건수 및 금액은 2008년의 경우 55건, 44억원이었다. 이랬던 것이 2009년 58건, 53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데 이어 2010년 76건, 71억원으로 늘어나더니 2011년에는 94건, 156억원으로 폭증했다. 박근혜정부의 경우 출범 첫해인 2013년 134건, 69억원을 기록했다.

금융 공기업의 연구용역 발주 규모는 연도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11년처럼 전년 금액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가 1년 후 다시 반 토막으로 줄어드는 이례적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금융 공기업의 연구용역 관련 예산 편성의 관리·감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금융 공기업의 관리·감독 기관조차 연구용역 예산 규모를 알지 못하며, 따라서 사전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 공공기관 경영예산심의회’를 통해 예금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산업은행·기업은행·정책금융공사 등의 예산을 심의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기재부가 직접 기금 운영 계획 등 예산을 심의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나 기재부의 예산 심의 항목에 연구용역비 자체가 나와 있지 않다. 금융위 측은 “경영예산심의회는 연구용역비가 포함된 일반적인 경상경비 증감률 준수 여부만 심의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인건비·복리후생비·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 연구용역비와 관련된 별도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기재부 역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예산 집행 지침’에 연구용역비 집행과 관련해 별도의 기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용역 예산 규모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용역 계약이 어떻게 체결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2008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금융 공기업 및 금감원·금융위에서 발주한 연구용역 561건 중 수의계약으로 체결된 건수가 416건(경쟁입찰·공모로 시작했다가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계약 포함)을 기록했다. 10건 중 7건 이상(74%)이 수주 기관을 임의로 정해서 체결된 계약인 것이다. 심지어 5000만원이 넘는 연구용역에 대해서도 수의계약이 남발됐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5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원칙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5000만원이 초과된 계약은 모두 151건이었는데, 이 중 32%인 53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10건 중 7.4건꼴로 수의계약

수의계약의 가장 큰 폐해는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한 곳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대표적인 단체로 꼽힌다. 금융 공기업과 금융위·금감원이 발주한 전체 연구용역 중 77건(약 14%)을 금융연구원에서 수행한 것이다. 이 중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게 70건에 이른다. 특히 금융위에서 발주한 연구용역(121건)의 절반가량(51건)을 금융연구원이 맡았다.

문제는 금융연구원이 민간 연구기관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달리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나 금융 당국으로부터 어떤 통제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기식 의원은 “금융위에서 발주한 대부분의 연구용역을 한국금융연구원이 맡았다. 금융 분야 국책 연구기관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금융연구원에 대한 지나친 편중은 논란이 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금융연구원은 이번 정부 들어 금융위원회 정찬우 부위원장과 신용보증기금 서근우 이사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등을 배출하며 주목받고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공기업과 금융위·금감원이 연구용역을 발주한 보고서에 대해 비공개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8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연구용역이 마무리된 546건 가운데 비공개로 처리된 게 204건(36%)에 이른다. 해당 기관의 담당자가 아니고서는 수억 원이 투입된 정책 연구 결과물을 제목만 겨우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주요한 정책의 수립이나 법·제도의 변화가 어떤 객관적 자료와 충실한 이론적 뒷받침, 꼼꼼한 국제 비교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검증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예컨대 금융위원회가 비공개로 분류한 사유를 살펴보면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제5호(감사, 감독, 검사, 시험, 규제, 입찰 계약, 기술 개발·인사관리,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또는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제2호(국가 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비공개 사유를 ‘오해의 소지’ ‘정책 판단 혼선 초래’ ‘대외공개 시 정책 결정에 영향’ ‘범죄 악용 우려’ 등 자의적이거나 추상적인 내용으로 제시하는 것은 정보공개법의 제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의계약과 비공개 원칙이 남발되면서 비슷한 주제의 연구용역이 매년 되풀이해서 발주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역할 재정립·미래 발전 방안’이라는 비슷한 주제의 연구용역을 수의계약 형태로 발주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해당 연구용역 결과물로 캠코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실제로 일부 개정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감사원과 중복, 감사권 행사 유보 중”

그렇다면 연구용역 결과물과 집행 과정의 적정성 등 사후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 이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 공기업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의 설명은 이렇다. “현재 금융위는 금융 공기업에 대해 감독 및 감사 권한을 갖고 있으나, 감사원과의 중복 감사 문제 등으로 금융 공기업의 특별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감사권 행사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결산서를 감사원에 제출하고 있으며, 감사원은 기재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공공기관의 결산서에 대한 검사를 통해 집행의 적정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산하 공공기관의 연구용역비 편성 및 집행에 대해서도 적정성 여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과다하게 편성되거나 부당하게 집행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금융위의 답변대로라면 감사원에서 집행의 적정성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연구용역비에 대한 감사를 아직 진행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식 의원은 “금융위도 감사원도 기재부도 연구용역비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개별 금융 공기업들의 예산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인지, 이런 돈(연구용역비)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집행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연구용역을 수주한 기관에서 사업을 수행하며 지출한 금액에 대한 영수증을 아예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비정산 연구용역’이 바로 그것이다. 비정산 연구용역의 경우 연구용역 발주 시부터 총 용역비 한도를 제시해 검수

등을 통해 연구용역 목적 달성이 확인될 경우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보고서만 제출하면 수주 금액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일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측은 “연구비의 부당 수령이나 집행이 사후적으로 확인됐을 경우 해당 기관이 자체 감사를 진행한 후 적정한 조치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산 연구용역의 경우 연구용역비 과다 책정 여부에 대한 확인이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비정산 연구용역 여부를 발주 기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감사원은 연구용역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금융위는 지난 국감에서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부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의계약 남발에 용역보고서 절반은 사장 


연구용역과 관련한 문제는 금융 공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공공기관 및 부처에서도 연구용역의 실효성 및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특히 수의계약과 관련한 문제가 자주 거론된다. 지난해 국감 때는 지난 10년간 교통연구원이 국토부로부터 수주한 용역 중 무려 90%가 수의계약인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당시 이 문제를 제기했던 신기남 의원실에 따르면, 교통연구원은 경부고속철도 예상 이용 인원 등과 관련한 수요 예측을 실제보다 3배 이상 크게 제시하는 등 국토부 입맛에 맞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올해 5월에는 해양수산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상당수가 수의계약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해수부가 2010~13년에 발주한 연구용역이 336건이었는데, 이 중 80%에 달하는 268건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행위를 감시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마저 이 같은 ‘연구용역 몰아주기’로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정책 연구용역 158건 중 92.4%에 달하는 146건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다. 수의계약자 116명 중 절반에 가까운 46명(51건)이 공정위 자문위원이어서 충격을 줬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혈세를 들여 만들어진 정부 및 공공기관 연구용역 자료들이 대부분 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행정부의 ‘정부 정책 연구 종합관리시스템’ 현황에 따르면, 정부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주한 연구용역은 1만343건으로, 총 용역비는 6950억원, 건수는 연간 평균 2000여 건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절반 이상인 54.3%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고 세상 밖으로 나와 빛을 보는 것도 아니다. 최근 5년간 정부 용역보고서의 미공개율은 21.6%에 달한다. 2009년 20.4%에서 지난해엔 29.9%로 늘어났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이런 연구용역들이 질적으로도 낮을뿐더러, 현실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혈세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철저한 감독과 더불어 완성도 및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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