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도 공안 전성시대
  • 조해수·이승욱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0.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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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실장 정점으로 당·정·청 포진…공안통이 박근혜정부 사정 라인 장악

지난 9월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에 전국 각지의 공안 검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오세인 대검 공안부장, 조상철 대검 공안기획관을 비롯한 대검 관계자와 8개 지검·지청 공안 담당 부장검사 등 18명이 참석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북한 보위부 직파 간첩 혐의로 기소한 홍 아무개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대검 공안부가 ‘전국 대공 전담 검사회의’를 긴급 소집한 것이다.

검찰은 크게 특수통과 공안통으로 구분된다. 대형 비리 사건을 파헤치는 특수수사는 ‘개인플레이’적 성격이 짙으면서도 그만큼 임팩트가 강하다. 안대희 전 대법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 최재경 전 중수부장 등이 특수통이다. 반면 공안통은 개인보다 ‘조직력’을 앞세운다. 그 중심에 전국 대공 전담 검사회의가 있다. 한 지검 공안부장 출신의 말이다. “공안검사들은 ‘하나’의 기조로 ‘모든’ 공안 사건을 조율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수시로 모여 전국 공안검사 회의를 갖는다. 이런 공안검사 회의가 바로 공안통을 하나의 이너서클처럼 묶어주는 결사체 구실을 한다.”

문제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공안 출신 검사들이 검찰 조직을 넘어 당·정·청 주요 요직에 포진하면서, 공안 정국의 ‘일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를 빗대 “전국 공안검사 회의가 아니라 ‘당·정·청’ 공안검사 회의가 열릴 판”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정부의 정치적 텃밭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출신 공안통들이 주요 보직을 싹쓸이하면서 지역 편중의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TK·PK 공안 출신들이 주요 사정 라인 장악

공안검사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현 정국의 중심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김 실장은 1972년 법무부 검사로 재직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했으며, 1974년부터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 중앙정보부장 비서관, 대공수사국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김 실장을 필두로 청와대의 민정 라인은 공안 출신 일색이다. 역시 공안통이었던 홍경식 전 민정수석에 이어 청와대 사정 라인을 새로 이끌게 된 김영한 현 민정수석은 대구지검 공안부장을 시작으로 대검 공안1·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등 공안 라인 요직을 두루 거쳤다.

김 수석 아래에 있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당시 대검 중수부 1과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인물이다. 당시 확정되지 않은 혐의 내용이 언론에 과도하게 유출되면서 야당에 의해 피의사실공표죄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2013년 검찰권을 오·남용하거나 검찰 수사를 정치화해 불명예를 안긴 ‘MB(이명박) 정치검사 41명’ 중 한 명으로 우 비서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현재 민정수석실 주요 보직은 김 수석(경북 의성)과 우 비서관(경북 봉화)을 비롯해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경북 안동), 김종필 법무비서관(대구) 등으로 김학준 민원비서관(서울)을 제외하고 모두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채워졌다.

내각 역시 마찬가지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대검 공안1과장과 서울지검 공안2부장 및 2차장을 거쳤으며 ‘국가보안법 해설’ ‘집회시위법 해설서’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대공 수사와 대테러, 방첩 등 국정원의 국내 파트를 담당하는 국정원 2차장은 김수민 전 인천지검장이 맡고 있다. 김 차장은 대검 공안4과장 등을 역임했고, 황 장관의 경기고·성균관대 법대 4년 선배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임명 당시 야당에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이 사임했는데, 또다시 공안검사 출신을 중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로써 김기춘 실장(경남 거제),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김수민 차장(부산) 등 PK 검사 출신들이 주요 사정 라인을 접수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친박’(親朴) 핵심으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원 의원을 비롯해 김진태·김도읍·권성동 의원 등이 공안검사 경력을 갖고 있거나 공안통들로 분류된다. 특히 1992년부터 20여 년간의 검사 생활 중 절반가량을 공안검사로 활약한 김진태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후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하며 ‘공안 의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현재 여당 내에 친박의 위세가 급격히 약화됐다고는 하나 김재원 수석부대표는 여전히 청와대 입장을 대변하는 친박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 과정에서도 김 수석부대표는 수사권·기소권 문제는 물론, 유가족의 특검 추천 참여 수용 불가 등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2월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가 열렸다. ⓒ 연합뉴스
공안 정국 조성용 야당 표적 수사 의혹 제기

검찰에서는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이 눈에 띈다. 김 지검장은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 차장을 역임하는 등 특수통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9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 음모 사건을 맡은 이후 공안통으로 분류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공안1부장, 대검 공안2과장 등을 역임한 오세인 전 대검 반부패부 부장은 공안 라인의 수장인 대검 공안부장에 올랐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입’ 역할을 수행했던 조상철 전 법무부 대변인은 대검 공안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안검사 출신 인사의 요직 등용은 오는 10월7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우선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계획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1년 6개월여 동안 10명의 현직 검사가 편법으로 청와대에 파견됐다. 아울러 야당은 공안 정국을 조성하기 위한 검찰의 표적 수사에 대한 공세도 준비하고 있다. 야당은 검찰이 박상은·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후, 구색 맞추기 식으로 야당의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에 대한 입법 로비 의혹을 꺼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탄압대책특위까지 가동한 새정치연합은 “검찰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8월이면 연례행사처럼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야비한 장난’을 하고 있다”며 현 정권이 공안 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공안검사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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