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는 대박, 우리 기업은 그림의 떡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4.10.0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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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IT업체 과감한 투자…국내 업체들은 ‘우물 안 개구리’

지난 9월19일은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첫날이다. 이날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2314억 달러로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넘어서는 놀라운 기록을 보였다. 알리바바는 실물 거래가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보다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총 거래액은 2480억 달러(약 260조원)로 미국 아마존 거래 규모(970억 달러)의 2배가 넘는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월간 실사용자가 2억8000만명에 달하며, 직원 수가 2만3000명에 이르는 공룡 기업이다.

알리바바 상장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알리바바 최대주주가 창업주 마윈 회장이 아닌 일본 소프트뱅크라는 사실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알리바바 초창기에 마윈 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눈 지 5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2000만 달러(약 200억원)를 알리바바에 투자해 알리바바 주식의 32.4%를 보유하게 됐다. 그 결과 투자한 200억원은 이제 80조원으로 4000배 이상 불어났고 손 회장의 개인 재산도 17조원 이상으로 늘어나 일본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결국 미래를 보고 과감한 투자를 한 사람이 큰 결실을 거둔다는 사실을 손 회장이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은 중국 IT기업의 성장을 보여준 상징이 됐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IT기업의 실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기업이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투자 문화가 고속 성장 배경

게다가 최근 중국 IT기업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전 세계 IT기업 상위 10개 중 4개가 중국 기업이다. 시가총액 기준 10대 IT기업 중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JD닷컴이 있는데 모두 중국 기업이다. 알리바바보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JD닷컴도 지난 5월 미국 나스닥 상장 첫날에 시가총액 285억 달러(약 29조원)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 IT기업이 최근 급성장한 배경으로 15억명의 내수 시장을 빼놓을 수 없지만 미래를 내다본 사업 설정과 투자, 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알리바바만 보더라도 끝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스마트폰·SNS·엔터테인먼트·헬스케어·금융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지분 18%를 인수하고, 중국의 유명 경제신문 운영사인 21세기미디어 지분 20%를 매입했다. 그 밖에 모바일 웹브라우저 회사인 UC웹 인수와 함께 슈퍼마켓과 백화점 운영사인 인타임 리테일 그룹 지분 35%, 하이얼 그룹 물류업체인 굿데이마트 지분 9.9%, 영화·드라마 제작 및 배급사인 차이나비전 지분 60%를 매입하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과감한 투자 문화는 인터넷 기반의 IT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이 중국에 투자해야 할 판에 거꾸로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상황으로 불과 몇 년 사이에 IT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중국 IT기업인 텐센트의 경우 2012년 초 한국의 카카오톡에 7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3.8%를 확보했다. 이 금액은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에 따라 5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고 자연스럽게 중국의 텐센트는 다음카카오의 2대 주주가 됐다. 텐센트는 CJ게임즈에도 5억 달러를 투자해 28%의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한국 게임산업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한국 IT기업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이런 결과는 IT 생태계에 대한 문화적 차이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톡은 빠른 속도로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지만 2011년에만 152억원의 적자를 내며 현금 유동성에 시달렸다. 이때 삼성·SKT 등 국내 대기업은 카카오톡에 투자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통 3사는 조인이라는 통합 메신저를 내며 카카오톡을 위협했고 삼성전자는 챗온, 네이버는 라인, 다음은 마이피플을 내서 한국의 모든 IT기업이 카카오톡 죽이기에 나섰다. 2012년 텐센트가 아닌 SKT나 삼성전자가 2000억~3000억원만 투자했다면 카카오톡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국내 기업이 외면한 카카오톡에 거액을 투자한 텐센트가 승자가 됐다.

텐센트가 이렇게 한국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텐센트가 한국 콘텐츠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중국의 인터넷 및 게임 기업이다. 1998년 11월 설립된 이 회사는 2008년 매출이 1조1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10조5000억원으로 불과 5년 만에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비결은 한국 게임 수입이다. 2011년 텐센트 매출 6조원 중에서 절반 이상이 게임에서 나왔는데, 텐센트의 주요 매출을 담당하는 게임 공급처가 한국이었던 것이다.

텐센트는 2003년 텐센트게임즈를 설립하고 게임 사업에 진출했지만 2007년까지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 점유율은 6%에 불과했다. 순위도 하위권에 처진 상태였다. 이때 타개책으로 꺼낸 전략이 한국 게임의 중국 퍼블리싱 전략이다. 텐센트는 한국 게임업체인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등을 퍼블리싱했는데, 이 게임들이 초대형 히트를 기록했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는 2012년 4월 초를 기준으로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기록했고 점유율이 무려 32.44%, 23.02%로 3위인 ‘QQ스피드’의 7.91%, 4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6.52%를 몇 배 차이로 따돌렸다.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로만 매출 1조원 이상을 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텐센트는 이러한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8년부터 수년 사이에 중국 내 게임 시장 1위를 달성하고 매출을 10조원까지 끌어올리며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컸기에 카카오톡을 비롯한 한국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텐센트·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IT업계의 3강 업체로 ‘BAT’라고 불리는 또 다른 기업은 검색 포털인 바이두다. 중국이 구글 검색을 막아서 성장한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바이두는 중국 정부가 구글을 차단하기 전인 2003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기업이다. 바이두는 이집트·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브라질 등에 진출하는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바이두는 인터넷 보급이 초기 단계인 국가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국의 포털이 국내 콘텐츠 방어벽을 쌓고 있을 때 중국 포털 바이두는 미래의 시장을 보고 개척이 안 된 인터넷 저개발 국가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텐센트코리아 사무실 ⓒ 시사저널 구윤성
과거에 머무르는 한국 IT기업

중국 기업의 성장을 보면서 한국 IT기업이 우물 안에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손정의 회장이나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의 투자문화는 본받을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투자 없이 시장 개척이나 성장도 없고, 결국 작은 자리에 머무르고 말 뿐이다. 한국 IT기업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국에서만 IE(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여전히 9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IE에서만 공인인증서가 동작하기 때문에 쇼핑몰 결제 및 은행 거래를 위해서는 IE를 쓸 수밖에 없다.

반면 세계 시장에서는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가 50% 가까운 점유율로 IE의 두 배를 넘는다. 아시아 1위도 크롬 브라우저다. 중국인을 비롯한 세계인이 한국의 쇼핑몰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방송사를 통해 한류 드라마를 구입하고 싶어도 결제가 불가능해 팔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알리바바의 전자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이용한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구매자가 대한항공 항공권을 구입하려고 하면 공인인증서라는 장벽에 막히기 때문에 알리페이로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알리페이가 한국 소비자를 영업 범위 안에 넣게 된다면 금융 시장도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세계 10대 IT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IT업체와 게임업체는 공인인증서·셧다운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에 발이 묶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IT산업 발전을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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