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한상<韓商>의 대부, 500억 탈세범 몰리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4.10.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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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 역외탈세 혐의로 검찰 고발

역외탈세 사건은 국세청이 사활을 거는 분야다.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특히 그랬다. ‘선박왕’으로 불리던 권혁 시도상선 회장(64)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권 회장 사건은 국세청이 내놓은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일단 4100억원이 넘는 탈세액부터 눈길을 끌었다. 2011년 초 국세청은 권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그가 소득세 1600억원, 법인세 600억원 등 2200억원을 탈세했고, 900억원은 비자금으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1심에서 권 회장은 종합소득세 1672억원, 법인세 582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4년, 벌금 2340억원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상황은 급변했다. 소득세 2억4000여 만원 포탈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탈세 부분은 무죄를 선고하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한상(韓商)인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72)이 현재 500억원대 역외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승 회장의 사례는 권 회장의 경우와 매우 닮았다. 코린도그룹은 ‘코리아’와 ‘인도네시아’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한국계 인도네시아 기업이다. 국세청은 승 회장과 두 아들에 대해 해외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코린도그룹과 계열사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승 회장이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회사 주식을 거래하면서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거나 금융 자산의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수사 초기 단계에 불과해 특별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역외탈세 문제를 두고 국세청과 맞서고 있는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 ⓒ 연합뉴스·시사저널 포토
‘선박왕’ 권혁 회장 사건과 흡사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직원 3만여 명, 계열사 30여 개를 거느린 대기업이다. 인도네시아 현지의 한 한인 사업가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개인별 부자 순위는 있어도 재계 서열은 발표되지 않는다. 한국처럼 몇 번째 기업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코린도그룹이라면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 만큼 인지도가 있는 기업이다. 승 회장 역시 이곳 한인들을 위해 이런저런 사업을 많이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승은호 회장은 입지전적인 인물로서 동남아를 대표하는 한상으로 꼽힌다. 승 회장의 부친은 목재회사 ‘동화기업’을 창업했던 고 승상배 회장이다. 1951년에 만들어진 동화기업은 원목 수입으로 승승장구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원목을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1970년에 ‘인니동화’라는 회사를 현지에 설립했다. 현지인으로부터 벌채권을 사들인 후 벌목 사업을 벌이고 이후 운반선을 통해 국내로 들여와 합판이나 가구 재료로 가공했다.

인니동화는 모기업 동화기업이 1975년 부도가 난 이후 당시 부사장을 맡고 있던 승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아버지의 사업을 돕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다. 부도 이후 난관에 처한 그는 일본 고아그룹의 목재가공회사에서 벌목 장비 구입 자금 명목으로 받은 100만 달러로 ‘코린도’를 창업했다. 그렇게 시작된 코린도그룹의 주 업종은 역시 합판 생산업이었다. 칼리만탄(보르네오) 섬 동부에 위치한 발릭파판과 중부의 방갈란푼 등지에 대규모 합판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합판 생산량의 10% 정도를 코린도그룹에서 담당한다. 과거 한국으로 원목을 들여와 합판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인도네시아에서 원스톱으로 수행하는 셈이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남동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제지공장은 합판공장과 함께 코린도그룹을 떠받쳐온 주력 사업체다. 주로 신문용지를 생산하는데 승 회장 스스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국내 신문용지의 약 80%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최근에는 에너지 사업으로도 분야를 넓히고 있다. 코린도그룹은 원시림을 무작정 베기보다 나무를 기르는 조림 사업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과거에는 원목 생산을 위한 조림이었다면 지금은 에너지 생산을 위한 조림이다. 코린도그룹의 계열사인 TSE는 조림지에서 팜오일을 생산한다. 야자수 열매에서 생산하는 팜오일은 바이오디젤 연료로 활용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석탄 사업에도 진출했다. 코린도그룹의 합판공장이 있는 발릭파판은 석탄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도 이곳에서 석탄 발굴을 타진했다.

승 회장은 인도네시아 한인 사회에서 대부로 불린다. 5만여 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한인 사회에서 22년간 한인회장 직을 맡았다. 특히 해외 한상들 사이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해 한때 국내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를 주도했으며 올해도 동남아 한상대회의 회장 직을 맡았다. 한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은 “한인회장을 지내면서 한인학교의 학비를 저렴하게 하고 장학금도 코린도그룹에서 지원하면서 교민들의 평판은 좋은 편이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와 트럭 분쟁이 벌어졌을 때도 이곳 한인들 대다수는 승 회장 편이었다”고 전했다.

한상들 “국세청의 과도한 징수 너무하다”

승 회장은 동생 승명호씨가 회장으로 있는 동화홀딩스 지분 8.69%를 가지고 있다. 개인 주주로는 최대다. 동화홀딩스의 자회사인 동화기업이 한국일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동화기업은 최근 자기 주식 163만주에 대해 4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교환 사채 발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회사 측은 부인하지만 시장에서는 ‘한국일보 인수 자금이 아닌가’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을 알리는 한상으로 이름 높았던 승 회장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번에도 결국 국내 거주자 판정 기준이 쟁점이다. 승 회장 측은 “국내 거주자가 아니므로 과세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세청은 “승 회장 부자가 국내에 거주지를 두고 일정 기간 머물러온 점 등에 비춰 과세 대상자가 맞다”고 주장한다. 과세 기간 2년 중 1년 이상을 머물렀기 때문에 세법상 과세 대상자가 맞다는 것이다. 검찰 역시 역외탈세에 대해 확정 판결이 없기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법리 검토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최근 역외탈세에 대한 국세청의 태도가 강경해자 해외 한상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그동안 관망했지만 지금 분위기는 냉랭하다. 재외동포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들어 강해진 세무조사와 소득세 추징에 대해 볼멘소리가 많다. 인도네시아의 한 한상은 “국내에서 돈을 가져간 적도 없고, 국내 금융기관의 융자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데, 탈세자 취급을 하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승 회장 건도 마찬가지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승 회장의 입지전적인 신화에 큰 흠집을 낼 수도 있는 국세청의 징세. 나라 안팎에서 그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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