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청약통장 꺼내봐야겠는걸
  • 김관웅│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14.10.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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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동탄2·미사강변 등 수도권 신도시 청약 열풍

1순위 청약 경쟁률 최고 738 대 1, 평균 139 대 1. 과거 주택 시장이 과열로 치달으며 ‘묻지 마 청약’이 성행하던 때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GS건설이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한 위례자이의 청약 경쟁률이다. 위례자이는 전용면적 101~134㎡ 451가구(특별 공급 제외)에 대해 10월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무려 6만2670명이 1순위 통장을 접수하면서 평균 139 대 1이라는 엄청난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6년 판교신도시 청약 때 이후 최고 경쟁률이다.

이튿날인 2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3.3㎡당 분양가가 평균 4130만원, 최고 5000만원이 넘는 최고가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 2차가 1, 2순위 동시 청약에서 최고 169 대 1, 평균 1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다시  한 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신규 분양 시장의 모습이다. 위례 등 유망 신도시에서는 연일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분양권 웃돈(프리미엄)도 치솟고 있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불어닥친 청약 열풍은 이제 서울의 중심인 강남권으로 옮겨 붙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가을 서울 강북권 유망 단지 청약이 성공하면 신규 청약 열풍은 수도권 주택 시장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9월26일 GS건설의 서울 송파구 위례자이 모델하우스에 방문객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강남 재건축 단지도 수십 대 1은 기본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수도권 신규 청약 열풍의 진원지는 위례, 동탄2, 미사강변 등 수도권 유망 신도시다. 이들 지역은 공공택지여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비교적 저렴한 데다 건설사들이 앞 다퉈 신평면을 도입하는 등 상품성까지 갖춰 수년째 잠자던 ‘새 집 수요’를 자극했다. 정부가 지난해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취득세 인하와 양도소득세 감면을 단행하면서 이들 신도시 분양 물량이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위례신도시는 서울 강남권과 가장 인접한 신도시라는 장점이 먹혀들면서 청약에 나서는 단지마다 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다. 위례자이에 앞서 지난 6월 분양한 래미안 위례신도시가 평균 2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는 신안인스빌이 19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한참 남쪽에 위치한 동탄2신도시에서도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수도권 최대 신도시라는 점과 수서-평택 KTX 등 각종 수혜가 겹치면서 동탄2신도시도 분양하는 단지마다 청약 마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사강변도시는 위례신도시 열풍 여파로 주목받게 된 곳이다. 이곳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분양 물량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미사강변푸르지오 2차 등 일부 중대형 아파트 단지들은 아직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함에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최소 3000만원 이상 붙어 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일부 가구는 5000만~7000만원까지 올랐다. 또 곧 입주를 시작하는 보금자리주택도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최초 가격보다 1억원 이상 높게 형성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위례신도시에서 낙첨된 청약통장 보유자들이 미사강변도시나 동탄2신도시 등으로 이동할 경우 이들 지역도 위례신도시 못지않은 청약 열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의 청약 열풍은 강남 재건축 단지까지 파고들었다. 10월 초 서울 서초구 우성4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는 1순위 청약에서 최고 199 대 1, 평균 7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호1차 재건축 단지인 서초 푸르지오 써밋도 최고 84 대 1, 평균 14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모든 주택형 청약을 마감했다. 특히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2차는 현재의 강남 재건축 분양 시장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고분양 논란이 일었던 1차 때 분양가(3.3㎡당 평균 3830만원)보다 300만원이나 비싼 3.3㎡당 평균 413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에도 최고 169 대 1, 평균 17 대 1의 경쟁률로 순위 내 마감했기 때문이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아직은 서울 강북권에는 신규 청약 열기가 없지만 돈의문 뉴타운에서 나오는 경희궁자이 등 유망 단지들에서 청약 경쟁률이 치솟게 되면 이 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분양가가 다시 오르는 추세인 만큼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주변 여건과 잘 비교해보고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서울 강북권도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사업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재개발 지역이나 뉴타운 등에서 다시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태다.

분양권 프리미엄 거품은 없나

일각에서는 수도권 신규 분양 시장이 단기간에 너무 과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례신도시 등에서는 이미 분양권 프리미엄이 1억원 안팎까지 치솟았으며 일부 단지에는 3억원 가까이 형성된 곳도 있어서다. 실제로 래미안 위례신도시 테라스하우스의 경우 분양권 프리미엄만 2억원 이상을 보이고 있으며 위례그린파크 푸르지오 펜트하우스도 1억5000만원가량 붙어 있다.

 인기 단지가 아니더라도 위례라는 이름이 붙은 단지에 대해서는 분양권 프리미엄을 최소 7000만원은 줘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 성남시 복정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위례신도시 분양권 프리미엄은 석 달 전만 해도 3000만원 안팎이었지만 신안인스빌이 엄청난 청약률을 기록하면서 순식간에 2000만원 이상 뛰더니 위례 호반베르디움이 청약에 성공하자 또 2000만원 이상 오르더라”며 “한참 전에 저렴한 가격에 분양된 단지들의 경우 지금은 1억원 이상 줘도 매물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위례자이 특별 공급의 경우 아직 동·호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 물딱지도 1억20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어 당첨자가 발표되면 해당 단지는 물론 인근 단지 프리미엄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탄2신도시에서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계속 치솟고 있다. 커뮤니티 시범단지에 위치한 꿈에그린프레스티지와 동탄역더샵센트럴시티가 많게는 7000만원까지 올라 있는 상태다. 나머지 단지들도 시범단지 위주로 3000만원 이상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도 마찬가지다. 래미안 대치 청실은 가구별로 최소 7000만원 이상, 많게는 2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강남구 내곡동 보금자리주택 등 현재 전매가 불가능한 물건에도 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정부가 수도권에서 신도시를 추가로 조성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유망 신도시 지역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기존 주택 시장도 살아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이 빨라지고 있다”며 “단기간에 많이 오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워낙 가격이 약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과열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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