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캐디백에 별(★)표가 붙었나요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10.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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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들이 매너 나쁜 골퍼 백에 표시해 동료에게 알려

‘캐디는 갑인가, 을인가.’ 캐디는 때로 ‘멘탈’ 갑과 을을 오간다. 종종 캐디는 프로골퍼에게는 절대적인 갑일 수 있다.

미국의 살아 있는 골프 레전드 톰 왓슨과 그의 캐디 일화다. 1980년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내셔널에서 있었던 일. 컷오프 위기에 놓인 왓슨이 캐디에게 물었다. 워터해저드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그린에지까지 235야드, 핀까지 12야드 더해 247야드였다. 레이업을 하려던 왓슨은 화가 나서 클럽을 꺼내 땅에 내동댕이쳤다. 워터해저드까지의 거리를 물었는데 그린에지까지를 대답한 것이다. 캐디는 왓슨에게 전환시점의 모티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리했던 것이다. 이렇게 프로캐디는 해고당할 것을 각오하고 충언을 한다.

캐디는 골프코스에서 골퍼를 따라다니며 클럽을 운반하거나 조언하는 조력자를 말한다. 골퍼가 도움을 받을 유일한 사람이 바로 캐디다. 이 때문에 캐디가 갑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상금이 걸린 프로골프대회나 주니어대회에서는 더욱 캐디 의존도가 높다. 아마추어 골퍼도 예외는 아니다. 캐디의 능력에 따라 스코어 차이가 크게 난다.

ⓒ시사저널 구윤성
사실 국내 캐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뛰어나다고 한다. 1~2홀만 돌면 바로 4명 골퍼의 성격과 클럽에 따른 거리, 장점과 단점을 모두 파악해 그에 맞게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한 명의 캐디가 전동카트에 클럽을 싣고 4명을 수발(?)하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한 명이 한 골퍼에게 봉사했다.

“잘 치면 내 실력, 못 치면 캐디 탓”

얼마 전 박희태 전 국회의장(76)이 라운드를 하다가 캐디를 성추행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캐디는 이런저런 이유로 늘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노출돼 있다. 서비스 자체가 갑보다는 을의 성향이 크기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의 캐디는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다. 또한 수입도 월 평균 300만원 이상이다. 많이 버는 캐디는 월 500만원도 거뜬히 벌어들인다. 그만큼 캐디가 전문화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골퍼에게 시달리기 일쑤다. 자신이 볼을 잘못 쳐놓고 캐디 책임, 거리가 틀려도 캐디에게 잘못을 돌린다. 서비스하는 시간이야 기껏 5시간 내외지만 4명의 기분을 맞추기는 힘겹다.

지난해 전국 500여 개 골프장을 다녀간 골퍼는 3000만명이 넘는다. 그리고 18홀당 많게는 100명, 적게는 30명의 캐디가 있다. 우리 사회 현실에서 비단 골프장에서만 성추행이 있을 리 있겠는가. 문제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캐디에게 수치스러운 행위를 하는 강도가 더욱 심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박희태 전 의장이 캐디를 만지며 노골적으로 성추행한 사건도 그런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일부겠지만 골퍼 중에는 음담패설은 기본이고, 교묘한 수법으로 엉덩이나 가슴을 만지는 것을 다반사로 하는 사람이 있다.

경력 있는 캐디는 요령껏 대응하지만 초보 캐디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캐디들의 항변이다. 캐디들은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들의 캐디백에 별(★)표를 해서 특별히 조심했다고 한다.

지금은 차량이나 기숙사로 인해 없어졌지만 경기도 용인·오산을 중심으로 캐디촌까지 형성된 적이 있다. 그 마을은 늘 현금이 돌아 부유했다. 캐디가 지역경제에 한몫을 한 셈이다.

캐디는 2분법으로 분류하면 좋은 캐디와 나쁜 캐디가 있다. 지금이야 없어졌지만 남자를 유혹하려고 반반한 얼굴을 밑천으로 주말에만 하는 캐디가 있었다. 한 지도층 인사는 S골프장 캐디와 불륜에 빠졌다가  협박에 못 이겨 억대의 집까지 빼앗겼다. ‘꽃뱀 캐디’에게 제대로 물린 것이다. 이런 일은 H골프장에서도 일어났다. 이전에는 이름표 대신 캐디들이 번호를 받아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캐디의 이름을 모르고 번호만 안다. 한 골퍼가 캐디와 바람이 났다. 집까지 사줬다. 그런데 그 내용이 신문에 등장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름 대신 캐디 번호가 들어갔다. 이것이 문제였다. 골퍼의 부인이 조폭을 동원해 캐디 집을 찾아가 박살을 냈다. 그런데 캐디의 번호가 바뀌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미 그 캐디는 그만뒀고 번호를 새로 받은 캐디가 영문도 모른 채 당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 번호를 받은 캐디가 상당한 미인이었다.

가슴에 있던 이름표 요즘엔 모자에 부착

W골프장에서 일어났던 사건. 하루에 3명의 골퍼가 플레이 중 쫓겨났다. 두 명의 골퍼가 캐디의 가슴 부위를 고의로 만졌고, 한명은 아예 캐디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세 명의 골퍼는 캐디가 신고하는 바람에 퇴장을 당했다. 두 명의 골퍼는 캐디의 가슴을 살살 만졌다. 수법이 그럴듯했다. 캐디의 이름표가 이전에는 가슴 위에 부착됐다. 골퍼는 “언니, 이름이 뭐야” 하면서 이름표 위를 살살 만지면서 농을 걸었다. 제대로 성추행을 한 것이다. 이를 방지하려고 현재 캐디의 이름표를 모자에 부착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명단은 클럽하우스와 라커에 공개됐고, 출입금지자로 낙인찍혀 이 골프장 이용을 하지 못했다.

캐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화프라자골프장에서는 캐디에게 꽃꽂이를 가르쳐 캐디를 그만둘 때쯤에는 모두 자격증을 따게 했다. 1년에 두 번 봄, 가을로 전시회도 했다.

캐디가 귀했던 어려운 시절 캐디를 하면서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도 하고 동생들의 학비까지 대면서 자신을 희생한 이가 한둘이 아니다. 전남 순천의 파인힐스골프장의 한 캐디는 8년간 대학을 다녔다. 캐디를 하면서 학비를 벌어 1년 공부하고 다시 휴학하기를 반복했다. 그 캐디는 졸업 후 이 골프장 직원으로 특채됐다.

한국 프로골프의 초석이 된 게 바로 캐디다. 서울골프장(현 어린이대공원)을 중심으로 캐디를 하면서 프로가 된 선수들이 일본에 건너가 우승하기도 했다. 골프장이나 연습장에서 캐디를 하면서 프로골퍼가 된 여자 프로는 일본으로 건너가 외화벌이를 하면서 국위선양을 했다. 캐디라는 직업이 있었기에 오늘날 세계를 제패하는 최경주, 박인비 같은 후배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캐디가 좋지 않은 모습으로 언론에 등장하면 정상적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캐디들은 절망한다. 한국에 골프장이 들어선 지 100년이 넘는다. 캐디는 골프장과 역사를 같이한다. 이제는 우리 골퍼들이 매너를 지키고 좀 더 성숙할 때가 된 것 같다. 매너 나쁜 골퍼에게 ‘발찌’를 채워야 하나.

 


매너와 배려는 골프의 시작과 끝 


골프 규칙은 플레이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골퍼가 지켜야 할 에티켓 일곱 가지를 정리했다.

1.티오프 시간 엄수= 골프 약속만 하면 늦게 오는 골퍼가 있다. 동반자에게 민폐다.

2.안전 우선= 다른 사람이 있으면 연습 스윙도 주의를 한다. 원구선타(遠球先打)도 기본. 그린에서 먼 곳에 있는 볼부터 치라는 얘기다. 다른 사람이 샷을 할 때는 떠들어서는 안 된다.

3.골프는 생각보다 위험!= 앞 팀과 안전거리를 준수한다.  

4.볼은 5분 이상 찾지 않는다= 분실구는 규칙이 정한 곳에서 볼을 드롭하고 친다.

5.동반자와 캐디를 위해 항상 샷 지점으로 갈 때 2~3개의 클럽을 갖고 간다= 다시 카트로 돌아오면 시간낭비. 분실구에 대비해 항상 예비볼 1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6.코스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연습을 하면서 잔디를 파내는 행동을 금한다. 특히 그린에서 신발로 긁어 자국을 내고 다니는 골퍼는 자격 미달이다.

7.파인 잔디는 디봇 자리에 가져다 놓고 발로 잘 밟아준다= 벙커에서는 파인 모래를 잘 다듬고 나온다.

골프규칙에서 벌타의 원칙은 간단하다. 실수는 1벌타, 고의성이 있으면 2벌타다. 티샷이 OB가 났다.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1벌타다. 페어웨이에 있는 볼을 집어 들었다. 2벌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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