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경찰, 정권의 호위무사 됐다
  • 김지영·조해수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4.10.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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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에서 경찰 6475명 늘어 시위진압 집중, 범죄 검거율은 하락

‘철의 여인’으로 불린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에게 경찰은 법치의 표상이었다. 1984~85년 그 유명한 영국 탄광노조 광부들의 파업에서 대처는 “우리에겐 훌륭한 경찰이 있다. 경찰이 법질서를 수호하고 있다”는 연설로 광부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을 옹호했다. 경찰에게 돌을 던진 광부들을 경찰은 기마대를 동원해 진압했다. 대처 총리의 응원 덕분이었을까. 영국 경찰은 ‘불법’ 시위자 1만1291명을 체포했고, 8392명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시위대원 6명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 집회·시위 동원 경찰 수 급증

대처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존경한다는 인물이다. ‘안전과 통합의 사회’라는 박 대통령의 국정 과제에서는 법치와 안전을 강조한 대처 총리의 철학이 묻어난다. 매년 공무원 정원을 1% 줄이겠다며 ‘작은 정부’를 강조한 박 대통령이지만 경찰만큼은 2만명 증원하겠다고 했다. 민생과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였다. 강한 의지만큼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경찰력은 대폭 강화됐다. 하지만 몸집이 불어난 경찰이 보호하는 건 ‘시민’이 아닌 ‘정권’이라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시사저널이 입수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경찰은 모두 6475명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2955명이 충원됐고, 올해도 3520명이 늘어나 우리나라 경찰은 현재 10만8877명이다. 충원된 경찰의 35%(2234명)가 여성·청소년 범죄 예방 업무에 배치됐다. 지구대 파출소와 같은 지역 경찰과 방범 등 생활안전 업무에도 각각 2038명과 1175명이 증원됐다. 여기에는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을 4대 악(惡)으로 규정하며 척결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수사(749명), 교통(221명), 경찰 총무 등 경무(51명)를 담당하는 경찰도 증가했다. 경찰청 기획조정과 소속 임채용 경위는 “대통령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경찰력이 증원됐다”며 “외국에 비해 1인당 경찰관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경찰을) 늘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늘어난 경찰력만큼 한국은 안전한 사회가 됐을까. 드러난 수치로만 본다면 그렇다고 볼 수 없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나온 전체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을 토대로 검거율을 계산해본 결과, 오히려 현 정부 들어 범인 검거율(발생건수 대비 검거건수)은 전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 78%였던 검거율은 2013년 이후 76%대로 떨어졌다. 2004년 89.5%였던 검거율이 10년 만에 13%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주요 범죄 유형별로 보면 강력·절도·지능범죄 등은 2009년에서 2010년까지 모두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2013년부터 다시 약간 증가하는 추세’라고 범죄 통계에서 분석했다.

그렇다면 인원이 보강된 경찰력은 어디에 동원되는 것일까. 경찰청을 통해 받은 2011년 이후 연도별 집회에 동원된 경찰 수를 보면, 강화된 경찰력이 시민을 향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주요 집회·시위에 동원된 경찰 수는 2011년과 2012년 각각 167만7920명, 167만7680명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에는 207만7680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의 통계치임에도 집회·시위에 동원된 경찰 수가 벌써 168만3680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집회·시위에 투입된 경찰보다 더 많은 인원이다. 올해 일어난 집회 대부분이 ‘세월호’와 관련된 것임을 볼 때, 박근혜정부가 세월호 집회를 막는 데 경찰력을 집중 투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위 참가 사진·동영상 촬영 건수도 늘어

이는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다. 경찰은 지난 5월17일부터 8월30일 사이 열린 6차례의 세월호 관련 집회에 6만3140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해당 집회에 참가한 시민 수는 3만6200여 명으로 추산됐다. 대략 경찰관 2명이 집회 참가자 1명씩을 담당한 셈이다.

현 정부 들어 집회에 투입된 경찰력은 이전 이명박 정부 때의 규모를 넘어선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경찰 1인당 평균 집회 참가자 4.18명을 담당했다면, 지금은 경찰 1인당 평균 0.57명을 담당해 투입된 인원이 2008년보다 8배 가까이 늘어났다. 집회·시위 현장에 투입된 경찰 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경찰이 집회·시위에 과잉 대응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통계 자료를 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불법·폭력 시위는 45건으로 2012년(51건)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경찰의 최루액 사용량은 2012년 63.82리터에서 지난해 484.79리터로 7.6배나 증가했다.

경찰 채증도 늘어났다.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경찰이 집회·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사진·동영상으로 촬영한 건수는 매년 평균 1000건가량 늘어 지난해 5366건에 달한다. 2010년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세월호 참사 가족과 시민들의 농성이나 추모집회를 상대로 벌인 채증도 200건을 넘어섰다. 경찰청 내부 예규 ‘채증 활동 규칙’에 따르면 채증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위법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대법원과 국가인권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만 채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경찰의 집회·시위 과잉 대응으로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진정도 늘어났다.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관련 진정 건수는 2012년 5건에서 2013년에 20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9월까지도 19건의 집회·시위 관련 진정 사건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대처 총리는 퇴임 후에 쓴 회고록에서 ‘폭동은 경찰이 정부로부터 도덕적이고 실제적인 뒷받침을 완벽하게 받아야 진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에 따라 행동하는 다수 시민을 ‘폭동’으로 간주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안전 사회’는 늘어난 경찰력과 폐쇄회로 카메라(CCTV) 등으로 현실화된 모양새다(134쪽 상자기사 참조). 미국 경찰이 법 집행 과정을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선글라스를 통해 녹화했는데, 이 효과 탓인지 시민들이 좀 더 ‘얌전하게’ 행동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한국 사회 역시 대통령의 공약대로 좀 더 ‘안전해’지고 있는지, 아니면 혹시 ‘얌전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다. 그 중심에 경찰이 있다.

 


범인 잡는 대신 시민 ‘감시’하는 경찰 


경찰이 CCTV를 통해 시민을 감시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전국 CCTV통합관제센터에 24시간 상주하는 경찰은 전년보다 102명 늘었다. 현재 서울시 CCTV통합관제센터에 상주하는 경찰도 77명이다. CCTV 관제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경찰이 관제센터에 상주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경찰이 영장 없이 얼마든지 CCTV를 봐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경찰청은 “관제센터에 경찰이 상주하지만 CCTV 모니터링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다”며 “범죄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상주할 뿐 다른 업무가 많아 CCTV 화면을 볼 여력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교통 관리용 CCTV를 집회·시위 감시에 사용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8월15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를 서울 종로 보신각 근처에 설치된 CCTV가 촬영했다”고 밝혔다. 집회·시위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청 및 광화문광장과 청계천 일대의 CCTV도 최근 늘었다. 이 일대에 설치된 CCTV는 총 14대인데, 이 중 절반이 현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 ‘방범용’으로 설치됐다.

그런데 이 ‘방범’의 범위가 모호하다. 이들 CCTV는 범죄를 미리 막는다는 명분으로 설치됐지만 회전과 줌이 가능해 이 일대를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불법 시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CCTV 회전과 줌 기능을 활용해 얼마든지 집회에 참가한 시민의 얼굴을 확대해 채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채증은 경찰 내규에는 불법이 아니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민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이렇듯 특정인이 아닌, CCTV를 통해 특정 장소를 감시하는 것을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감시사회>에서 ‘구획정리’라고 명명했다. 사람에 대한 감시가 특정인이 특정한 행동을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CCTV를 이용해 한 장소적 감시는 특정 장소를 구분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CCTV를 설치한 주체가 특정 장소에 대해 일정한 평가(낙인찍기)를 하고 있음이 전제로 깔려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예컨대 CCTV를 설치해놓고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써 붙여놓았다면, 이는 그 CCTV를 설치한 사람이 이 장소를 퇴폐 장소라고 낙인찍는 셈이다. CCTV를 어느 장소에 설치하느냐에 따라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규정하고 보이지 않게 통제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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