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물티슈 유해성 검사 ‘소걸음’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4.10.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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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업체에 실태조사 협조 공문 10월 초에야 보내

시사저널은 지난 8월30일 인터넷판을 통해 ‘치명적 독성물질 든 아기 물티슈 팔리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본지는 영·유아용 아기 물티슈에 방부제 성분으로 쓰이고 있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CTAB)’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 4종(PHG·PHMG·CMIT·MIT)을 대체하는 방부제로 지난해 8월부터 쓰이기 시작했으며 가습기 살균제 성분보다 독성이 더 심한 유해 화학물질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여러 언론 매체가 본지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파문이 커지자 물티슈 제조업체들은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는 화장품 원료로 등재된 안전한 성분’이라고 밝혔으나 유해성 논란은 갈수록 커졌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월2일 “산업통상자원부(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물티슈에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실태를 조사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 시사저널 이종현
“물건 구입·분석 방법 협의에 시간 소요”

하지만 시사저널 취재 결과 조사의 키를 쥐고 있는 산자부가 10월 초에야 물티슈 제조업체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기자와 만난 물티슈 제조공장의 한 관계자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 9월 초였는데 이와 관련된 협조 요청 공문을 받은 시점은 10월 초”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공문에는) 산자부 측이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의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해당 업체에 진위 여부를 확인한 후 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아용품에 든 유해물질 실태조사는 시간을 다투는 문제다. 하루라도 빨리 유해성 여부를 판단해줘야 유해 제품이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해당 부서가 이제야 실태조사와 관련된 협조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실태조사를 맡고 있는 산자부 생활제품안전과 관계자는 “실태조사는 9월 초 바로 착수했는데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 전 제품을 구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공문을 보낸 것은 유통 중인 제품을 사서 분석하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제출받아야 하는 자료도 있고 업계의 의견을 취합할 필요도 있어서였다”고 밝혔다.  

국가 공인 시험기관 등에서 물티슈 제품에 들어간 특정 성분을 분석하는 데 드는 시간은 보통 짧게는 4일, 길게는 열흘 정도다. 이를 감안할 때, 한 성분에 대한 사용량 분석 결과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의문이다. 산자부 생활제품안전과 관계자는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 성분 위주로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이 성분이 들어갔는지를 시험하는 방법이 확립된 게 없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도 (방법을 놓고) 협의를 진행해야 했다”며 “유통된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파악하고 시험 방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오면 즉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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