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부인 빼곤 다 바꿔야 산다”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4.10.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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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설·분당설 속 당무와 거리 두며 ‘신안철수 플랜’ 준비

지금 야권에서는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이가 많다. 그가 7·30 재보선 참패로 대표 직에서 물러난 후 석 달 가까이 정치적 침잠기를 보내고 있지만, 당내 ‘친노(親盧)’ 진영 좌장인 문재인 의원에 맞설 ‘비노(非盧)’ 진영의 대표 주자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특히 당내 친노와 비노 간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당 조직강화특위가 본격 가동되면서 안 전 대표의 정치 일선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여전히 당무와는 거리를 둔 채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이제 성찰의 시기는 끝났다” 측근들 재접촉

특히 안 전 대표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이후 문 위원장은 물론 비노 진영으로부터도 비대위 참여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최근 조직강화특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당초 명단에 포함됐지만, 외국에 나간 송 의원 대신 안 전 대표가 직접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불참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몫으로 배정됐던 강연재 부대변인도 최근 부대변인 직을 사퇴했다. 또 안 전 대표는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의 지역위원장 응모도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안 전 대표 측의 한 실무진은 10월16일부터 5일간 진행됐던 지역위원장 신청을 앞두고 안 전 대표 측 인사들끼리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바이버’를 통해 “지역위원장 신청을 자제해달라. 그게 대표의 뜻”이라고 전달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선 안 전 대표가 탈당 내지 분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가 9월1일 제329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동료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전 대표가 당무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과거 함께했던 인사들과 접촉하며 세(勢) 결집 내지 조직 재정비에 나서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10월2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제 성찰의 시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전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전 내일 이사장) 등과 만났고,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도 전화통화 등을 통해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과거에 뜻을 같이했던 분들과 만나거나 전화통화 등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연말까지 그런 시간들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언론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스킨십도 과거와 달라지면서 ‘정치인으로서 진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을 듣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과거 신당 창당 추진 때나 대표 재임 당시엔 극도로 보안을 강조하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자들에게 ‘기사 잘 봤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받지 못한 경우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는 등 예전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의 한 실무진은 “예전엔 당 대표 등을 하고 있어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고, 언론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좀 더 편한 위치가 된 데다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주변에선 ‘신(新)안철수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에 입문한 지 2년이 된 그가 과거 ‘신비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중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에 걸맞은 정치적 비전이나 정책 역량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내게 맞지 않는 역할을 했다”며 “이제부터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 전문 분야인 경제와 교육에 집중해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해주지 못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이 제 전문 분야가 아닌 ‘정치 개혁’을 들고나온 것”이라며 “정치 개혁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먹고사는 문제와 교육 문제에 집중해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에 대해 김철근 동국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그간 성찰의 과정을 통해 나온 결론이 아니겠나. 생소한 분야에 대해 얘기하면서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자성을 한 것이고, 앞으로 국민이 가장 크게 관심을 갖는 경제와 교육 분야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향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당 추진 당시 안 전 대표를 보좌했던 한 참모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고 전해 들었지만, 만난 사람들의 90% 이상이 ‘안 전 대표가 달라졌다’고 얘기하기보단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하더라. 앞으로 안 전 대표는 부인 빼고는 다 바꾼다는 심정으로 변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특히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고언이 대다수다. 안 전 대표 측의 한 핵심 인사는 “안 전 대표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참모들은 물론 측근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가는 동지’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냥 자신을 위한 소모품이나 안랩에 있는 직원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측근들 회사 직원처럼 취급해선 안 돼”

주변의 이런 지적처럼, 실제 안 전 대표에게 마음이 떠난 인사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이가 한때 최측근으로 불렸던 금태섭 전 대변인이다. 금 전 대변인은 7·30 재보선 공천 파동 이후 안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당초 조직강화특위 구성 초안에 금 전 대변인의 이름이 올라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송 의원으로 뒤바뀌었다고 한다. 여기에 안 전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터다. 안 전 대표 측은 “금 변호사가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고, 안 전 대표도 거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전직 의원 출신 인사가 두 사람 간에 중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 전 대변인과 가까운 한 인사는 “안 전 대표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지만, 이제부터는 안 전 대표 개인만 바라보고 하는 정치보단 자신이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색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밝혔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는 설이 나온다. 두 사람은 비대위 참여 여부를 놓고 의견 차를 보였다. 현재 안 전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공천권을 쥘 수 있는 차기 당권에 도전하라는 권유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관심사가 아니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비노 진영에선 “지더라도 향후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해 도전해야 한다”며 소매를 잡아끌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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