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끄는 ‘이재용의 사람들’
  • 안성모·조유빈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10.3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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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인맥 국내외 두루 포진…연말 사장단 인사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꼽힌다. 최근 이 부회장의 공식 프로필 사진이 바뀐 것을 두고도 이런저런 해석이 나올 정도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후계자’로서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위상이 달라졌다. 지난 5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경영 전면에 나서 사실상 삼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기간에 보여준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는 그를 중심으로 한 ‘3세 경영’ 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겸손함과 열린 사고가 강점으로 거론되는 반면, 그로 인해 카리스마가 부족해 보인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아직 평가를 하기에 섣부르다는 반응도 있다. 아버지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지점에서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바로 이 부회장의 인맥이다.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보여준 이 부회장의 ‘막강 인맥’은 그가 삼성의 리더로 자리 잡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1년 1월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2011’에 참석해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참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인맥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삼성 내부와 재계 그리고 해외 인맥이다. 최근 들어 이 부회장의 삼성 내부 인맥에 부쩍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말 인사를 앞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 부회장의 의중이 인사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주목된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현재 건강 상태와 이 부회장의 위상으로 볼 때 이번 인사를 통해 ‘이재용의 사람들’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곧이어 계열사별 임원 인사를 실시한다. 지난해의 경우 12월2일 승진 8명, 전보 8명 등 총 16명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2009년 인사 때부터 매년 2명의 부회장 승진자를 배출했지만 지난 한 해는 건너뛰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승진자 8명 중 5명이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적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연말 인사, ‘이재용 인맥’ 가늠할 시험대

사흘 뒤인 12월5일에는 부사장 51명, 전무 93명, 상무 331명 등 총 475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역시 삼성전자 출신이 두각을 나타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61명이 승진했다. 경력 입사자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공채 기수 중심의 순혈주의에서 벗어나는 한편,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모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성과 외국인 임원 수도 늘어났다.

올 연말 인사의 경우 지난해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벌써부터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사고과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진 대상자를 포함한 임원들에 대한 평가도 곧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인사는 이 부회장의 삼성 내부 인맥을 가늠해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재용 시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최지성 부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후 삼성은 이 부회장과 최 부회장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대외 활동에 주력하는 동안 최 부회장이 안방 살림을 도맡았다.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후 37년간 삼성에서만 일해온 최 부회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과 최 부회장은 남다른 관계다.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보좌했던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이 부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을 맡은 이후부터는 해외 전시 행사를 함께 다니며 교감을 쌓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목을 끈 것은 2010년 말 이 부회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던 시기였다. 당시 삼성은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전략기획실 3인방의 뒤를 이을 ‘젊은 피’ 수혈에 나섰다. 이때 최 부회장을 중심으로 부각된 50대 인사들이 현재까지 이 부회장과 행보를 같이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현재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수장을 맡고 있다. 최 부회장과 함께 미래전략실 차장을 맡고 있는 장충기 사장도 이 부회장과 오랫동안 함께했다.

삼성은 지난 5월1일 미래전략실 진용을 대폭 개편했다. 12월에 있을 인사를 5월에 실시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전략실로 들어온 이들만큼 나간 이들도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는데, 맡고 있던 직책은 그대로 가져갔다. 이인용 사장(커뮤니케이션팀장), 김상균 사장(법무팀장), 정금용 부사장(인사지원팀장) 등이다. 육현표 부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전략지원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이인용 사장의 삼성전자행에 관심이 쏠렸다. MBC 기자 출신인 이 사장은 이 부회장의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배다. 삼성이 2005년 MBC 보도국 부국장을 맡고 있던 이 사장을 홍보담당 전무로 영입할 때부터 이 부회장의 차기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룹 홍보를 담당했던 이 사장이 삼성전자 홍보를 책임지게 되면서 이 부회장을 좀 더 근거리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중량급 인사 대거 삼성전자로 이동

이에 앞서 2012년 연말 인사에서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을 맡고 있던 이상훈 사장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2년 삼성전자 경리과에 입사한 이 사장은 1999년 2월부터 2002년 1월까지 삼성전자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을 맡아 미국에서 이 부회장과 함께 근무했다. 구조조정본부에서 재무팀과 전략지원팀 임원을 지낸 ‘재무통’이자 ‘전략통’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1981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2009년 인사에서 51세 최연소로 사장단에 합류했다. 이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맡았던 김 사장은 2012년 연말 인사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겸 오엘이디(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도체 기술통’인 김 사장은 올해 6월1일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에 선임됐다. 반도체 사업은 그동안 이 부회장이 공을 들여온 분야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에 15조6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장원기 중국본사 사장도 이 부회장과 인연이 깊다. 소니와 합작사인 S-LCD 총괄 사장을 맡아 등기이사였던 이 부회장과 손발을 맞추며 동고동락한 사이다. LCD 사업 부진으로 한동안 최고경영자 보좌역으로 물러나 있다가 2011년 연말 인사에서 중국본사 사장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중국은 이 부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 부회장은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 총리, 주룽지 전 총리 등 중국 유력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매년 4월 중국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 이사도 맡았다. 하이난성 충하이 시 보아오에서 열리는 아시아 지역 경제포럼으로 정·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다.

막강 해외 인맥 글로벌 경영에 도움

그 밖에도 이 부회장이 삼성의 후계자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이른바 ‘이재용 라인’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여럿 된다. 이들 중에는 경영 일선을 떠난 인사도 적지 않다. 40대 중반의 젊은 경영자인 이 부회장이 새로운 삼성을 이끌게 되면 회사 내에서도 차세대 인물들이 점차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대 중앙에 오르는 젊은 임원들이 늘어나고 외부 인사 영입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인맥도 탄탄하다. 재벌 3세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단순한 재벌가 인맥이 아니라 학맥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 경복고를 나온 이 부회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후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녔다. 어릴 때부터 친한 사이다.

사촌 형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경복고 8년 선배다. 아버지 대(代)에서 멀어졌지만 이 회장과도 친분이 두텁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은 경복고 후배들이다. 효성가의 3세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는 게이오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고,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과는 하버드 대학 동문이다. 조 사장 외에 게이오 대학 동문으로는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있다. 조 전 부사장과 같은 하버드 대학 동문으로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윤석민 SBS 부회장 등이 있다.

이 부회장의 인맥은 전 세계로 퍼져 있다. 그들이 향후 삼성의 리더로서 글로벌 경영을 펼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T(정보통신)기업의 수장들이 우선 눈에 띈다. 지난 10월14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를 창립해 운영하고 있는 저커버그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IT업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는 인물이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해 이틀에 걸쳐 이 부회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매년 7월 미국 아이다호 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꾸준히 참석했다. 전 세계 경제계 거물들이 모이는 자리다. 올해도 7월8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이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중에 이 부회장과 팀 쿡 애플 CEO가 회동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경쟁사다. 반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등에서는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이 부회장은 2011년 국내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스티브 잡스의 장례식에 초청받았을 만큼 애플 최고위층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래리 페이지는 지난해 4월26일 청와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입국 직후 삼성전자가 제공한 헬기를 타고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공장을 방문해 1시간가량 둘러봤다. 이어 11시쯤 다시 헬기편으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이동해 이 부회장과 두 시간에 걸쳐 점심을 함께하며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이 행사의 초청 멤버 중 한 명이다. 지난해 4월20일 한국을 찾은 빌 게이츠는 다음 날인 21일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콘퍼런스 ‘데크이즈코리아 2014’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이 부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회사는 B2B 시장에서의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미국 비즈니스카운실 회원이다. 제너럴모터스(GM)·JP모건·타임워너·아마존·골드먼삭스·코카콜라·보잉 등 미국 주요 기업의 CEO들이 모여 정보 교류를 하는 비공개 모임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 모임 회원으로 가입했다. 사물 인터넷 분야 선두 업체인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도 이 모임을 통해 교류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미국 버라이즌의 로웰 매커덤 회장과는 2월에 열린 슈퍼볼 경기를 함께 봤다.

세계적인 자동차기업 수장들과도 친분을 맺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의욕을 보여왔다. 그동안 BMW 그룹의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회장, GM의 댄 애커슨 회장,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 폭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회장 등을 잇따라 만났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겨냥해 현지 유력 인사들과의 인맥 쌓기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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