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 실패로 지지 못 받아”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11.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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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소장파 핵심 김상민 의원의 정부·여당 향한 직격탄

지난 7월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장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김무성 의원과 서청원 의원의 대표 경쟁이었지만, 숨겨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군소 후보’의 이변 가능성이었다. 마흔을 갓 넘긴 비례대표 초선 김상민 의원이 당초 전대 출마를 선언했을 때 “너무 튄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하지만 그는 ‘늙은 정당’을 향해 “젊은 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꼴찌를 면치 못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후보 9명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특히 대의원 투표에서는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간발의 차로 떨어졌다. 김을동 최고위원보다는 더 많은 표를 얻기도 했다. 여권 내 당·청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당내 소장파 목소리를 듣기 위해 김 의원과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직후, 김 의원과 KBS 아나운서 출신 김경란씨의 결혼 소식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김 의원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인터뷰에 앞서 이 질문부터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결혼 소식이 화제다. 주변 반응이 어떤가.

미리 부탁드리고 싶다. 오늘 인터뷰에서 결혼 얘기는 안 했으면 한다. 주변에서 하도 많이 물어봐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고….  또 저 혼자만이 아니라, 그 사람도 함께 거론되는 내용이어서 조심스럽다. 봐달라(웃음).

최근 당·청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회동도 했지만, 김무성 대표의 상하이발 ‘개헌 봇물’ 발언 파동의 여진이 계속 갈 듯하다.

청와대나 여당 모두 국민적 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둘 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어서 권력투쟁으로 비치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국민과의 소통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 시정연설을 보면 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느껴지는데도, 요는 이런 것들이 이뤄지는 방식과 방법에서 일반 정서와 너무 괴리된 방향으로 간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이 체감을 못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말하는데, 국민이 체감을 못한다는 것인가.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인사 실패라고 본다. 제가 지속적으로 해오는 이야기다. 그 자리에서 일을 실제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앉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 요직을 볼 때 과연 적절한 자리에 저 사람이 앉아 있는가에 대해 많은 의문이 든다.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듯한 인사 시스템이 큰 문제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을 불신하는 듯한데.

국회는 실행하고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다. 또 정부 부처를 그저 견제만 하는 정도의 기관도 아니다. 국회는 결정하는 기관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갖고 치열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있다. 당·청 갈등의 핵심은 (정부가) 국회를 결정 기관으로 보지 않고, 상호 협의 기관으로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정당과 국회의 뜻이 무엇인가를 잘 살펴야 하고, 이를 잘 헤아려 국정 기조 철학으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당·청 회의를 하면, 저기서 누구 몇 명이 국정 기획을 해서 내리꽂는 식으로 한다. 그리고 국회가, 여당이, 여기에 맞춰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는다. 그래서 국회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뜻에 맞지 않는 것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7·30 재보선 때 당으로부터 수원 세 지역구 가운데 한 곳의 출마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자기 지역구를 갖기가 힘든데 왜 거절했나. 혹시 당선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당에서 맡아달라고 한 지역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5선을 했던 수원 병 지역이다. 그 이전까지 7번의 총선에서 내리 승리한 여당 불패 지역이고, 그 어느 곳보다 새누리당에 유리한 지역이다. 그보다는 그 전에 제가 이미 전대 출마 입장을 밝혔다. 제가 청년비례대표 몫으로 의원이 됐으나, 여전히 지금 새누리당에서 가장 취약한 것은 20~40대 젊은 층의 목소리가 잘 대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는 지금 당에서 150명 중 하나의 목소리로만 취급받고 있다. 그러나 제가 대변하고자 하는 그룹은 전체 유권자의 60% 가까이 된다. 이런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전대 출마를 결심했는데, 마침 보궐 선거와 겹친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에 비해 정부·여당이 청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그건 사실이고, 정말 심각한 문제다. 당이 저 김상민이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나, 이런 청년들을 부른 것이 단순 ‘코스프레’가 아니었다면, 그때 한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그런 기회를 열어주지 않는다. 이곳에 오면 그저 150명 중의 한 명이다. 나이가 제일 어린 후배 가운데 한 명이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보다 유교주의가 앞서는 게 우리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실례로 ‘청년발전기본법’을 제가 발의했다. 이 법이 계속 밀리고 있다.

과거 ‘남·원·정’ ‘쇄신파’ 등 여당 내 소장파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데 반해, 19대 국회에서는 소장파의 활약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확한 진단이라고 본다. 저 역시 그런 역할을 못해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예전엔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정당 분위기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야권에서도 ‘386’ ‘NGO’ 출신이 대거 등장하면서 그런 분위기가 강했고, 거기에 또 맞서기 위해 우리 당에서도 소장 개혁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돼가고 있다. 이번에만 해도 제 나이가 마흔둘인데 ‘네가 뭘 아느냐’는 분위기가 많았다. 

당 내에 ‘친박’과 ‘비박’의 해묵은 계파 갈등이 계속 거론된다. 실제 계파 갈등의 실체를 느끼고 있나.

저는 친박도 비박도 아니지만, 그런 갈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당이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낸다면 그건 공산당이다.

새누리당이 갖고 있는 ‘올드’ 이미지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올드’하다는 것은 단순히 지금의 새로운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는 게 아니다. 부정부패, 잘못된 관행·관습, 폭력적인 국회,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구시대 낡은 정치, 이런 것들이 올드한 것이다. 이를 바꾸려면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교체하는 방법밖에 없다. 결국 사람을 바꿔야 한다. 지금 새누리당은 혁신이 완전히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지금 누구도 새누리당의 혁신을 믿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도 거꾸로 구시대의 ‘장군’들이 지금 돌아오고 있다. 그들이 과거 패러다임 구조대로 이 시대를 끌어가고 있는데, 그게 끌려가지겠는가. 물론 그들의 간절함은 있다. 이 나라가 잘돼야 하니, 내가 끌어가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시대적 사고를 자꾸 고집하니까 국민 누구도 거기에 끌려가려 하지 않는다.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 일부 그룹만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다. 인적 쇄신이 없는 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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