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휴대전화·반값 통신비 가능하다
  • 안진걸│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 승인 2014.11.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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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판매점들 “출고가 인하, 지원금 상향” 촉구…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해야

수없이 많은 법이 있지만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처럼 인구에 회자되는 법이 또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통법이 10월31일로 시행 31일째가 됐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과도한 단말기 가격 및 이동통신요금에 시달려왔다. 그래서 단통법을 통해 보조금에 대한 차별과 편차를 없애 ‘호갱’(호구 고객의 줄임말)에서 탈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소한 단말기 가격 인하, 나아가 통신비 인하까지 이뤄지길 바랐다. 하지만 실상은 아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국내에서의 ‘상대적인’ 차별은 일부 시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외의 차별과 함께 단말기 거품 및 통신비 폭리라는 ‘절대적인’ 차별은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10월30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단말기 거품·통신비 폭리 더욱 심각해져

그런데도 미래창조과학부는 10월30일 단통법 시행 후 한 달 동안 이용자 차별은 사라지고 알뜰한 통신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자화자찬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미래부의 말대로 보조금으로 인한 상대적 차별이 감소한 것도 맞고, 지원금이 10만원 안팎에서 15만원가량으로 늘어나니까 상대적으로 소비가 늘어난 것도 사실일 것이다. 또 자급제폰·중고폰·중저가폰에 대해 12%의 추가 요금 할인을 받게 되면서 ‘분리 요금제’ 가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미래부가 밝히지 않은 결정적인 사실들이 있다. “한국의 단말기 가격은 정상인가, 보조금을 대폭 줄여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다는 이동통신 3사의 요금은 왜 인하하지 않는가, 제조 2사와 통신 3사의 독과점에서의 담합과 폭리 구조는 왜 깨뜨리지 않는가.” 이게 바로 우리 국민이 가장 분노하고 있는 지점인데, 미래부는 이와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조치도, 설명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부가 보도자료를 발표하던 10월30일 오전 11시에 전국 최대의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 연합 조직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단통법 중단과 출고가 인하, 지원금(보조금) 상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복잡한 통신 이슈에 대해 가장 전문성을 갖고 있는 대리점·판매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까지 출고가 인하, 지원금 상향을 촉구했다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것은 단말기 출고가에 거품이 끼어 있고, 제조사나 통신사가 더 많은 지원금을 내놓을 여력이 된다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단통법의 결정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단통법 제1조 목적에는 ‘이동통신 단말장치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여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제거하거나 이동통신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의미 있던 장치였던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박근혜 정권의 규제 완화 광풍을 만나 무산되면서 단통법은 문제투성이 법이 돼버린 것이다.

보조금 분리공시라는 것은 우리 국민이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받았던 보조금을 구성하고 있는, 단말기 제조사들의 장려금과 통신사들의 지원금을 구별해 투명하게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것을 말한다. 그게 실시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 거품 및 통신 3사의 통화요금 인하 여력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것이 범국민적인 단말기 가격 인하,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휴대폰 매장. ⓒ 시사저널 임준선
보조금 분리공시 뺀 ‘속빈 강정’

예를 들어 제조사의 장려금이 20만원이라면, 처음부터 20만원 정도를 뺀 가격으로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하면 될 일을 소비자들에게 왜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출시한 다음, 보조금(장려금)을 주는 척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고 속이고 부당하게 유인하느냐는 항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관행이 불법임을 확인하고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일이 있다.

공정위가 2012년 3월 국내 단말기 제조 3사와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미리 출고가에 반영해 이를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 지급하고 실제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처럼 오인시켰다”며 관련 업체들에 과징금 453억3000만원(SK텔레콤 202억5000만원, 삼성전자 142억8000만원, KT 51억4000만원, LG유플러스 29억8000만원, LG전자 21억8000만원, 팬택 5억원)을 부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불법·부당한 관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말기 가격에 대한 고통과 부담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통법상 보조금 분리공시제는 꼭 도입돼야 한다. 단말기에 대해 해외 소비자 대비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도 금지돼야 한다. 같거나 비슷한 제품이 외국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10만~20만원대에 사는 게 가능하다고 하니, 어느 국민이 국내 단말기 가격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단통법 보완을 통해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부풀리고 폭리를 취하면서 국민을 속이는 잘못된 관행만큼은 반드시 없애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보조금 분리공시제도 도입, 반값 단말기와 반값 통신비 실현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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