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스타 X파일] #1. 부시 대통령도 그가 오라면 왔다
  • 이기진 PD ()
  • 승인 2014.11.06 17: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니 윤, 반기문·밥 호프 등 국내외 거물들과 폭넓은 인맥 과시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뜨겁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그 바탕은 1980~90년대 대중문화의 르네상스를 불러왔던 수많은 스타다. 당시 대중문화 스타들의 권력과 인맥은 오늘날 한류의 초석이 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대중문화계를 주도해온 스타들의 권력과 인맥 X파일을 연재한다. 필자인 이기진 PD는 SBS <자니윤쇼> <이주일쇼> 등을 연출하며 스타 PD로 명성을 떨쳤고 예당(ETN TV) 제작본부장, KMTV 대표를 지냈다.

“진짜 돌려차기가 가능하세요?”

국정감사가 끝나고 며칠 후, 필자는 자니 윤과의 식사 자리에 앉자마자 사뭇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자니 윤의 얼굴이 상기되면서 순간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이봐요 이 PD! 안 그래도 이번에 합기도 대회가 있는데 내가 시범을 하기로 했어요. 문제없어요.”

25년 넘게 자니 윤을 곁에서 지켜봐온 필자의 판단에 자니 윤의 신체 나이는 자신이 국감장에서 주장한 64세보다 더 젊다. 그는 지금도 팔굽혀펴기를 50회 이상 너끈히 해낸다. 여행지에서도 틈만 나면 호텔 방에서 팔굽혀펴기와 무술 동작을 연마해 지인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한국관광공사 감사 신분으로 출석했던 10월18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낙하산 인사’ 문제를 따지려고 단단히 별렀던 야당 의원들은 그의 나이 문제를 거론했다가 여론의 호된 역풍을 맞았다.

2012년 10월7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재외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자니 윤 재외국민본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 뉴시스
요즈음 장년·노년 세대에서 널리 화제가 되고 있는 ‘너 늙어봤니? 나 젊어봤다’(<어느 95세 청년의 이야기>)는 이번 국감이 만들어낸 유행어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부른 가수 서유석이 어느 날 95세 생일을 맞은 은사를 만나러 갔다가, 은사가 중국어를 배우는 등 다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 모습을 보고 만든 노래다. 여하튼 이 노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노년 세대에 대한 잇단 패러디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 자니 윤이 그 화두를 던진 셈이다.

자니 윤은 충남 음성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윤종승이다. 자니 윤이라는 예명은 그가 존경했고, 또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전설적인 코미디언 자니 카슨에서 따왔다. 젊은 날 잠시 충무로를 기웃거리며 영화배우 겸 스태프로도 일했다. 그러다 1960년대 초, 청운의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척박한 이국땅에서 한국인 엔터테이너로서는 최초로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에 진입했다.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수한 <투나잇쇼>(일명 ‘자니 카슨 쇼’)에 30번 넘게 출연하며 인기 연예인이 되었다. 50년이 넘는 긴 시간이 지나 최근에야 싸이·이병헌 등이 미국 엔터테인먼트 주류 라인에 얼굴을 내밀게 됐으니 그는 명실상부한 한류 개척자, 한류 원조다.

“반기문 이름 외교관 할 팔자, 대성할 것”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덕에 그는 가수로서도 수많은 무대에 서고 <They call me 브루스 리> 등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러던 그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은 ‘88 프레올림픽쇼’를 통해서였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7년 그는 한국의 지인들에게 엄청난 제안을 던졌다. 서울올림픽을 세계적으로 널리 홍보하기 위해 세계적 스타들과 함께 서울에서 대형 공연을 하겠다는 것. 모두가 반신반의하는 상황에서 그는 약속대로 절친했던 밥 호프, 브룩 실즈,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글로리아 에스테반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데리고 와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런 그에게 매료된 KBS 이남기 PD의 제안을 받아들여 국내 최초의 미국식 토크쇼를 만들게 된다. 그렇게 <자니윤쇼>는 탄생했고, 시청자들의 폭발적 인기 속에 그는 KBS와 SBS를 거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건 퍼스낼리티쇼를 통해 국내에도 폭넓은 인맥을 구축했다.

 자니 윤을 곁에서 지켜보며 필자가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는 놀라운 인맥이다. 그는 밥 호프, 잉글버트 험버딩크, 톰 존스, 자니 카슨 등 대중 스타는 물론 많은 정치인·경제인·문화인·스포츠스타들과 친분이 돈독하다. 그래서 그는 과거 민간 외교사절 역할도 많이 했다. 최근 친구로 지내는 세계적 카지노 리조트 그룹인 샌즈그룹의 회장에게 한국 내 투자를 제의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1990년대 초, 자니 윤과 ‘절친’(절친한 친구)인 김현욱 당시 국회 외무통일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자니 윤은 국회사절단과 미국 정계 요로의 인사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 안에는 놀랍게도 부시 대통령 미팅도 포함됐다. 재미난 일화가 있다. 그 당시 국회사절단을 안내한 외교관이 바로 미국 공사로 있던 반기문 현 유엔 사무총장이다. 자니 윤은 성실하고 유연했던 반 총장을 보며 “이름이 외교관 할 팔자다. 반드시 대성할 것”이라는 조크를 던져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최근까지 그는 부인과 함께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때문에 자니 윤의 부인 줄리아도 꽤나 유명 인사가 됐다. 60대 총각 자니 윤이 무려 19세 연하인 줄리아와 느닷없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모두들 놀랐던 기억이 난다. 줄리아는 어려서 유학을 가서 미국에서 거주하며 제법 규모가 큰 침구류 사업을 한 수완 좋은 사업가다. 두 사람의 본격적인 인연은 줄리아가 CF를 자니 윤에게 요청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자니 윤은 미국으로 돌아가 현지 TV에서 MC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서로 호감이 있었지만 나이가 걸렸다. 그런데 이때도 자니 윤의 두터운 인맥이 결정적 도움이 된다. 알고 보니 줄리아의 사촌오빠가 바로 자신의 절친이었던 것. 검찰총장·법무부장관을 거쳐 당시 감사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친구 이종남의 적극적 지원으로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자니 윤의 인맥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두 사람의 인연이 돈독해진 것은 2007년이다. 당시 대통령 후보로 나선 박 대통령을 자니 윤이 지원하면서부터다. 첫 도전에 실패한 박 대통령이 2012년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자 그는 재외동포 선거대책위원장이란 직책을 맡아 좀 더 적극적으로 돕는다. 대선 후 미국으로 돌아가려는 자니 윤을 박 대통령이 만류했다. 이제 남은 생을 조국을 위해 일해달라면서 한국 국적 취득을 제안했고, 자니 윤은 박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여 한국 국적을 회복한다. 이런 인연으로 박 대통령은 우여곡절 끝에 자니 윤을 관광공사 감사에 임명한다.

“이번에 국감을 받으며 만든 유머인데 좀 들어봐요.” 식사 시간 내내 그는 최근 만든 유머들을 필자 앞에서 쉬지 않고 늘어놓았다. 참 신기하다. 늘 그랬듯이 조크를 할 때 그의 얼굴은 소년이 된다. 공직에 발을 들였지만 여전히 그는 엔터테이너다. 공직을 마치면 그는 다시 쇼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친형처럼 좋아하고 따랐던 전설적인 코미디언 밥 호프처럼 눈감는 날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타고난 엔터테이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