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꼴찌? 이젠 다를 거야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4.11.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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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효과’로 독수리 내년 시즌 기대

“이제 한화는 죽었습니다. 구단도 죽고, 선수도 죽었어요.”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이 한화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모 구단 코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 김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이 코치는 “감독님 스타일이 한화의 역대 다른 감독과는 판이하다. 한화 프런트가 다른 감독들 대하듯 김 감독을 모신다면 크게 혼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에 대해서도 “전임 김응용 감독 시절처럼 어영부영 뛰었다간 주전 제외가 아니라 아예 2군행을 통보받을 것이다. 이제 ‘봄날은 갔다’고 외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을 잘 아는 이들도 생각이 다르지 않다. 그들은 입을 모아 “올 시즌까지의 한화와 내년 시즌부터의 한화는 전혀 다른 팀이 될 것이다. 선수의 의식구조도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한화 마무리 캠프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난해 한화 마무리 캠프는 2군과 1·5군 선수가 주축이었다. 1군 주전 선수 대다수는 개인훈련을 진행했다. 이는 다른 팀도 마찬가지였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11월2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2014 마무리 캠프 훈련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선수 의식이 눈에 띄게 변했다”

하지만 이번 한화 마무리 캠프엔 거의 모든 선수가 참가했다. 참가 선수만 무려 47명. 김태균·정근우·조인성·이용규·최진행 등 주축 선수가 모두 참가한 데다 입단 테스트를 받으려고 캠프에 참여한 베테랑 투수 임경완과 전국체전을 마친 신인 투수 신세진, 내야수 이도윤·주현상·전형근 등도 빠짐없이 합류했다. 한화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선수가 마무리 캠프에 참여한 건 처음이다. 선수가 자발적으로 캠프에 참가하면서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마무리 캠프가 확대된 건 김 감독의 의지 때문이다. 김 감독은 마무리 캠프를 스프링 캠프만큼이나 중시하는 사령탑이다. 2009년 당시 SK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이 한 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스프링 캠프는 새 시즌 준비를 위한 마지막 테스트 무대다. 따라서 기본기보단 실전 훈련에 충실해야 한다. 반면 마무리 캠프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담금질 기간이다. 스프링 캠프가 한 해 성적을 좌우한다면 마무리 캠프는 상·하위권을 결정짓는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의 의식이 눈에 띄게 변했다. 말로만 듣던 ‘김성근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엔 마무리 캠프에서 연일 땅바닥을 뒹구는 선수의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기자가 한화의 제주도 마무리 캠프를 취재하러 갔을 때만 해도 선수단엔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나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웃는 선수는 거의 없다. 그들은 혹독한 훈련에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한화 선수들은 “이렇게 혹독한 훈련은 난생처음이다. 다음 날 일어나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로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몸은 힘들지 몰라도 선수들은 “훈련하면 할수록 머리보단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걸 느낀다. 내가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내가 왜 열심히 뛰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깨닫는 중”이라고 말했다.

천하의 김성근도 한화면 안 된다?

많은 야구인은 한화 훈련을 보며 “내년 시즌엔 뭔가 달라질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한 야구해설가는 “한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다른 팀 선수와 비교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프로의식과 동기부여가 다른 팀보다 현격히 떨어진다”며 “김 감독 부임 이후 모자란 부분이 부쩍 강화된 만큼 한화의 비상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예상했다. 그는 “수비와 주루는 결국 집중력 싸움인데 김 감독 특유의 맹훈련이 선수들의 집중력 강화에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치진 물갈이도 팀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한 야구인은 “한화만큼 레전드 출신 코치가 많았던 팀도 없다. 문제는 이 레전드 코치끼리 파벌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소모전을 펼쳤다는 점이다. 많은 레전드 코치가 나가고 새로운 코치가 대거 합류했기에 과거처럼 코치진 파벌이 팀 전력을 갉아먹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에 기대를 거는 야구인이 많다. 전직 한화 코치는 일화 하나를 꺼냈다. “올 시즌이었다. 한화의 주축 선수 A가 ‘모 코치와는 도저히 함께 운동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A는 ‘모 코치가 1군에 있는 한 난 차라리 2군에 있겠다’고 버텼는데 한화도 A가 원체 거물이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결국 모 코치는 물러났고, A는 1군에서 이름값을 했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게 만약 김성근 감독이 사령탑이었어도 A가 저랬을까 하는 것이었다. 단언컨대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마무리 캠프에서 A가 훈련하는 거 봐라. 찍소리 못하고 훈련만 하지 않나.”

그렇다고 모든 야구인이 한화의 비상을 예상하는 건 아니다. ‘천하의 김 감독이라도 한화에선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유는 허약한 투수진과 백업층에 있다.

모 구단 전력분석팀장은 “2007년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해도 투수층과 백업층이 나쁘지 않았다. 되레 투수진엔 영건이 많았고, 백업에도 젊은 유망주가 다수였다”며 “그러나 한화는 투수진도 최악, 백업층은 더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감독의 능력이 뛰어난 건 인정하나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김 감독이 부임했다고 한화가 갑자기 내년 시즌 6위 이상으로 치고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단과의 갈등 등 ‘김성근 리스크’도 있어

야구계엔 ‘김 감독과 한화가 갈등을 빚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감독을 잘 아는 모 구단 관계자는 “김 감독이 생각하는 야구는 철저히 ‘감독 중심’이다. 때에 따라선 단장, 사장이 할 일까지 자신이 직접 챙긴다. 경기력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하면 일상적인 구단 마케팅과 홍보까지 제동을 거는 분이라 한화처럼 팀 성적은 나빠도 수준급 마케팅과 홍보를 펼쳐온 팀으로선 대단히 까다로운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우리가 김 감독님을 모셔올 때 당연히 그분 스타일을 파악하지 않았겠느냐, 갈등 같은 건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좋다”고 강조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감독이 원하면 필요한 전권을 모두 드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임 김응용 감독도 그랬고, 지금 김 감독도 우리 구단이 할 수 있는 지원이라면 뭐든지 해드릴 것이다. 선수단 운영도 김 감독이 전권을 행사하도록 도와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야구계엔 김 감독이 다소 달라졌다는 평이 있다. 한 야구인은 “다른 팀에서 뛰는 현장 코치는 부르지 않고 대부분 쉬고 있던 지도자나 일본인 지도자를 코치로 쓰는 걸 보고 ‘김 감독이 후배 눈치를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화 감독이 되고서 말을 아끼는 걸 보고도 예전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로 야구인들은 “70이 넘게 야구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겠느냐. 다시 그라운드에 서면 선후배를 떠나 김성근다운 지도력과 파이팅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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