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는 감각적 재능이 이성 압도하는 첫 세대”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11.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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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세대가 몰려온다> 펴낸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어른은 미래의 주인이라는 10대 청소년을 걱정 또는 우려 섞인 눈길로 바라보기 일쑤다. 미성숙한 골칫덩어리, 아직 뭘 모르는 애들, 또는 고집불통 말썽꾸러기 등 부정적인 인상을 떠올리기 쉽다. 미디어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이나 청소년 범죄, 왕따, 자살, 성적인 일탈 등에 대한 것만 뉴스로 다룬다. 게임을 좋아하고 웹툰에 몰두하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10대가 많은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10대의 모습은 정말 그것뿐일까.

최근 <모모세대가 몰려온다>를 펴낸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49)은 10대를 가능성과 잠재력 넘치는 미래 세대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력으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틀린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을 가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모모세대란 ‘모어 모바일(MOre MObile)’ 세대의 줄임말이다. 모바일 환경이 더욱 강화될 가까운 미래를 살아갈 지금의 10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10대의 집단적 특성을 세대 차원에서 분석하고 트렌드를 이끌어갈 주체인 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모모세대’로 부른다.

ⓒ 시사저널 최준필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 연상되기도 한다. 소설 속 캐릭터 ‘모모’와 모어 모바일 ‘모모세대’는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해 기존의 삶에 진정한 의문을 들이댈 능력을 가진 10대를 설명하는 점에서는 좋은 대구를 이룬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주체로 바라봐

11월5일 홍익대학교 인근 번화가에서 만난 김 소장은 10대를 대단하고 놀라운 존재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멀티 스위치를 가지고 놀면서 여러 가지를 모색하는 이들인데, 어른은 잘 모르고 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그들을 미래에 적합한 감성을 키우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10대의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면에 천착해 깊고 넓게 분석했다.

“10대가 기성세대와 같이 전통적 사고 과정을 겪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두 번째 뇌를 가진 10대는 ‘정보를 외우는 것’보다 ‘정보를 꺼내서 활용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둘 것이기 때문이다. 즉 생산자로서의 능력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여기가 알라딘의 램프에서 생산자 감성이 나오는 시점이다. 스마트폰을 켜고 필요한 정보를 캐러 가는 순간, 10대에게는 그들 고유의 생산자 감성이 발현된다. 10대가 강력한 모험심의 소유자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들은 먼저 뛰어들고 본다. 외우지 않고 활용하는 법에 대한 공부 따위는 하지 않는다. 먼저 뛰어들고 헤매면서 자연스럽게 방법을 찾아간다.”

미래의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모바일에 정통한 10대의 감각과 능력이 필요해질 것은 분명하다. 당장 한국에서 10대가 있는 가족만 수백만 가구에 달한다. 10대를 소비자로서 상대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정부도 미래 시민이 될 10대의 특성에 주목해 정책 비전을 그려야 할 것이다. 김 소장은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병리적 현상에 대한 우려 정도로 그들을 가둬놓아서는 안 된다. 이들의 긍정적인 잠재력을 구석구석 추적해 미래 가치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들은 일상을 독창적인 콘텐츠로 만들어낼 줄 아는 탁월한 생산자이며 깐깐하고 똑똑한 소비자이기도 하다. 문제 해결의 달인이며 탁월한 감각을 지닌 매칭 마스터다. 그들은 스마트폰이라는 만능 도구를 가지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머릿속에 기억하기보다는 가상 세계의 창고에 저장하고, 단순하게 수용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혼자 알고 있기보다는 남과 공유하고,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공감에 더 집중한다.”

10대는 모바일 라이프 시대 개척자

트렌드를 창조할 역사 세대로서 10대가 가진 가장 놀라운 잠재력은 감각의 영역에 있다. 기성세대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이 세대는 시각, 청각 그리고 멀티 감각과 매칭 감각 분야에서 앞선 세대보다 탁월하다. 세계 각국에서 10대의 활약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에 이어 모바일 시대로 전환되면서 그들의 사회 진출은 점점 빨라지고 활동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다.

“역사적 관점으로 평가한다면 이 세대는 감각적 재능이 이성을 압도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와 생산, 소비 영역에서 이 세대의 재능은 감각으로 재구성된 트렌드들을 이끌어 우리를 새로운 감성 문명의 세계로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덕분에 10대는 모바일 라이프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거대한 가상 세계와 접속하는 시대, 그런 도구를 손에 들거나 손목에 차거나 안경으로 쓰거나 옷으로 입고 다니는 것이 모바일 라이프 시대다. “새로운 세대는 그 이전 세대가 놀라워한 기술에 놀라워하는 대신 그것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자란다. 기술만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 새로운 문화, 새로운 정치, 새로운 가치로 여겨져서 기성세대에 의해 사회적으로 수용된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이미 주어진 환경일 뿐이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놀라워한 것을 발판으로 다시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새로운 세대는 트렌드의 첨단에 나서며 현재에 있는 미래의 씨앗이며 우리가 정말 꿈꿔야 할 미래의 초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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