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국회의원은 괜찮고 ‘딴따라’는 안 돼?
  • 하재근│대중문화 평론가 ()
  • 승인 2014.11.18 14: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C몽·노홍철 등 물의 빚은 연예인에 대한 이중적 잣대

최근 물의를 빚고 자숙하던 연예인이 잇따라 돌아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병역 기피 혐의를 받았던 MC몽의 컴백이 큰 이슈가 됐다. MC몽의 컴백을 응원했던 동료 연예인까지 하차 압박을 받았을 정도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노홍철의 자숙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먼저 화제가 됐던 건 박시연이다.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그는 종편 채널 TV조선의 드라마 <최고의 결혼>으로 복귀했다. 같은 혐의로 같은 형을 선고받았던 이승연도 종편 MBN의 토크쇼 <신세계>로 돌아왔다. 최근엔 JTBC의 드라마에도 출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박으로 물의를 빚었던 붐은 케이블TV 토크쇼를 통해 돌아왔다. 2011년 드라마 <스파이 명월> 촬영 도중 무단 펑크 후 미국으로 떠나 작품을 파행으로 이끌었던 한예슬도 3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를 통해 돌아왔다. 이런 가운데 MC몽까지 복귀하고 노홍철·이병헌 등이 물의를 빚자 연예인의 일탈과 그런 연예인의 활동을 용인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어난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에서 하차한 노홍철. 음주운전으로 에서 하차한 노홍철.
연예인에게 유독 민감한 사회

특히 MC몽에 대해 ‘대몽항쟁’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여론이 흉흉하다. 병역 기피 혐의라서 더욱 그렇다. 한국에서 병역은 국민이 평등하게 져야 하는 의무를 상징하는 말이다. 사회 지도층의 특권적 행태를 상징하는 말이 병역 기피이기도 하다. 그 자신이 병역에서 빠지든, 아니면 자식을 어떤 식으로든 빼주는 행위 말이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더라도 일반인이 갈 수 없는 좋은 자리, 이른바 ‘꽃보직’에 보내 편하게 지내도록 한다는 의혹도 크다.

그래서 연예인·연예병사가 질타를 받는다. MC몽은 병역 기피 혐의에 대해 1심, 2심, 3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병역 연기에 대해 유죄를 받았는데, 병역 연기는 사실 다른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도 많이 한다고 알려진 일반적 행위다. 그래도 대중은 MC몽 사건이 불거진 이상 그를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병역 기피의 상징처럼 부각됐기 때문이다. 병역 문제로 아예 입국조차 못하는 유승준이나, 검은 머리 외국인이어서 군대에 안 가는 타블로에 대해 대중이 보이는 냉정한 태도도 이런 맥락에서 나타난다.

사회 지도층은 문제가 있어도 하차를 하지 않는다. 고위직 인사청문회를 하면 불법 행위 몇 개 정도는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느낌이다. 국회의원 중에 일탈 행위 좀 했다고 하차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 앞에 대중은 철저히 무력한 존재다.

그 답답함에 의한 억하심정이 연예인에게로 향한다. 연예인만큼은 내가 징벌할 수 있고, 하차시킬 수 있는 존재다. 복귀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 그래서 평소의 울분을 연예인에게 쏟아낸다. 그들을 하차시키고 복귀를 가로막으면 마치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연예인의 자숙과 복귀를 두고 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민감한 시선은 병역 문제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일탈 행위로 확대된다. 예컨대 이병헌 사건의 경우, 사생활의 문제임에도 네티즌은 활동 중지를 주장했다. 노홍철은 채혈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즉각적인 하차를 요구했다. 드라마 작업 풍토를 고발했던 한예슬을 3년이나 자숙시킨 것도 대중의 질타다. 우리처럼 연예인에게 도덕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나라는 드물다. 이렇게 민감한 시선을 연예인도 알기 때문에 요즘엔 몸 상태가 안 좋은데도 억지로 입대하는 경우까지 나타난다.

병역 기피를 위한 고의 발치 혐의를 받은 MC몽. ⓒ 연합뉴스
그때그때 달라지는 기준

정작 사회적으로 높은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할 지도층은 누릴 것 다 누리며 살고 있는데, 엉뚱하게 연예인이 언론의 집중 감시와 대중의 질타 속에 사회적 불만의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연예인의 일탈 행위를 마냥 관대하게 봐줘선 안 된다. 연예인은 많은 대중, 특히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행위를 한 연예인이 너무 쉽게 돌아오면 그런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시청자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종편이나 케이블TV 등의 시청률 경쟁과 연예인의 도덕 불감증은 문제가 적지 않다. 무조건 이슈만 된다면 캐스팅부터 하고 보는 태도나, 자숙 시기를 그저 재충전의 휴식기 정도로 여기는 일부의 ‘무개념’ 말이다. 한 종편이 신정아를 캐스팅하려다 네티즌 반발로 무산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종편이 캐스팅한 적도 있었다. 이슈성과 인지도만 있다면 마구잡이로 방송에 내보낸다는 느낌이다.

2006년부터 2012년 사이에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 연예인의 평균 자숙 기간이 6.6개월인 데 반해, 학력위조는 7.4개월, 도박은 1년 이상, 마약은 20개월이었다. 도박은 자신을 해치는 것이지만 음주운전은 타인을 해칠 수 있는 일이다. 음주운전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사람에 따라 기준이 제각각 적용되는 것도 문제다. 도박의 경우 자숙 기간이 7개월부터 1년 이상까지 그때그때 다르다. 음주운전도 천차만별인데 특히 최근 들어 자숙 기간이 0개월인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 중의 컴백이나 해외 활동을 통하는 우회 컴백 사례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맹목적인 팬덤의 지지도 문제다. 다른 연예인들이 물의를 일으켰을 땐 질타하다가 ‘우리 오빠’가 문제를 일으키면 ‘묻지 마’식 옹호로 돌변하는 태도 말이다. 이렇게 옹호해주는 사람들 때문에 연예인의 경각심이 흐려진다. 노홍철 음주운전 적발 이후에 <무한도전> 팬덤이 보인 옹호 운동도 질타를 받았다.

사실 연예인 논란 문제는 명확하게 정리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의 설명처럼 지도층에 가야 할 분노 대신 연예인이 희생양이 되는 문제, 한국이 과도하게 연예인에게 도덕적 엄격성을 적용하는 문제, 연예인이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당위 등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범법 행위에 대해선 엄격하게 대하되, 사생활 문제에는 좀 더 관용적으로 봐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