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비자금 누구 손에 들어갔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1.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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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정보통신, 도로공사 알짜 사업 독식 검찰 수사에서 정·관계 로비 드러날지 주목

검찰의 ‘대보정보통신 비자금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11월12일,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최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일부를 관급 공사 수주를 위한 리베이트나 인허가 청탁 명목의 뇌물로 쓴 것으로 보고 있어, 철피아(철도 마피아)에 이어 ‘도피아(도로 마피아)’의 실체가 규명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을 비롯한 대보정보통신 전·현직 대표 4명 등 임직원들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차명 계좌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5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특경법상 횡령)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 등이 임직원 20여 명에게 허위로 상여금과 급여를 지급한 후 다시 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검찰의 수사 속도가 더딘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보정보통신은 한국도로공사의 알짜 사업들을 독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9월 압수수색에서 현금 뭉치 10억 발견

검찰은 지난 5월29일 자체 첩보를 통해 대보정보통신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6~9월에는 대보정보통신과 임직원들의 계좌 추적에 들어갔다. 급기야 9월15일 대보정보통신 사무실과 최 회장의 주거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46억원 상당의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검찰은 최 회장의 자택에서 4억9000만원과 5만 달러, 사무실에서는 1억3600만원과 14만 달러, 10만 엔 등 총 9억2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발견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이 현금 역시 비자금으로 보고 모두 압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확인된 비자금 규모만 55억2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수사의 진척이 없다.

그러던 중 11월12일 검찰은 전격적으로 최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단행했다. 검찰은 대보정보통신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최 회장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계좌를 개설했거나, 차명 계좌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회장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 중 대부분이 로비 자금으로 정·관계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가 의혹의 중심에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대보정보통신의 설립부터 매출 1000억원을 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현재까지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돼 있다. 

대보정보통신은 1996년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인 (주)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으로 설립됐다. 이후 2002년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민영화됐는데, 이때 대보그룹이 최대주주가 됐고 현재는 대보그룹의 주력사인 대보건설이 51% 지분을 가지고 있다.

도로공사가 대보정보통신 매출 절반 차지

한국도로공사는 18.98%의 지분을 보유해 대보정보통신의 특수관계자에 속한다. 한국도로공사가 대보정보통신의 배당금으로 가져간 돈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1억1400만원가량이다. 또한 대보그룹 측은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장학재단에 해마다 수천만 원을 기부해왔다.

이 때문일까. 대보정보통신 매출의 절반 이상(57%)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한국도로공사다. 대보정보통신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일감 수주 및 용역 수행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1990억원에 이른다. 또한 대보정보통신은 CCTV를 이용한 전국 고속도로의 정보 수집 및 요금 징수, 고속도로 전산 시스템 및 인천국제공항 교통 시스템 개발 및 유지·보수 등을 독점하고 있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시스템을 설치·관리하는 것도 대보정보통신이다. 한국도로공사의 알짜 사업을 대보정보통신이 맡고 있는 셈이다. 

인적 교류도 활발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지역본부장을 지낸 ㄱ씨는 퇴직한 지 한 달 만에 대보정보통신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3년간 재직했고, 한국도로공사 부사장을 지낸 ㄴ씨는 고문 직을 맡았다. 연도별로 보면 한국도로공사 퇴직자들은 2001~04년, 2004년~07년에 각각 고문 1명씩, 2007~10년에 부사장, 20012~13년에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대보정보통신의 모회사 격인 대보유통은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임차 운영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2575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가 대보그룹을 “업어 키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대보정보통신은 주로 관급 공사를 수주해 성장해온 회사다. 한국도로공사 외에도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매출 99억원(2012~13년), 방위사업청에서 80억원(2013년), 서울시에서 11억원(2012년)을 올렸다. 수사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 게이트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피아의 핵심 ‘도성회’ 


도피아(도로 마피아)의 핵심에 ‘도성회’가 있다. 한국도로공사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도성회는 한국도로공사의 각종 사업에서 이권을 독식하고 있다. 도성회는 당초 전직 임직원들 모임으로 알려졌으나, 도성회 회원 명부를 확인한 결과 현직이 1766명으로 전체의 80%에 이른다.

도성회는 2008년 이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수의계약 형식으로 각종 출력물 인쇄 수주 및 물품(표창장 등) 구매 건으로 35억7000만원을 챙겼다. 도성회가 전액 출자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 H&DE㈜는 경부선 부산 방향 휴게소 ‘서울 만남의 광장’을 비롯해 휴게소 5개와 주유소 2개를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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