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검사장’에 ‘성접대 차관’까지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4.11.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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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김학의·김수창·이진한 등 검찰 출신 잇따른 성추문

검찰 고위직 출신들의 성추문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경기도 포천의 한 유명 골프장에서 2년여 동안 프런트 직원으로 일하던 여성이 검찰총장 출신의 골프장 회장 ㅅ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면서 검찰 고위직 출신들의 성추문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과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에 이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까지. 유독 검사 출신 인사들의 성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검찰 조직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전직 검찰총장 출신 인사의 골프장 여직원 성추행 사건은 여러 면에서 지난 9월 발생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고시 13회)의 성추행 사건과 닮았다. 박 전 의장은 지난 9월11일 오전 10시쯤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 중 담당 캐디의 신체 일부를 수차례 접촉하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로 9월27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손녀 같아서 가슴 툭 쳤다”

박 전 의장은 신체 접촉은 인정했지만 성추행 혐의에 대해선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는데 그걸 어떻게 만졌다고 표현하느냐”며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지 않았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아 거센 비난을 샀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강원지방경찰청 성폭력 특별수사대는 박 전 의장을 기소 의견으로 9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앞서 검사장이었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사법연수원 19기)이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8월12일 오후 11시32분쯤 제주시 중앙로의 한 음식점 주변 등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혐의는 경찰이 김 전 지검장이 신체 주요 부위를 드러낸 채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면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대선 직후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법연수원 14기)은 지난해 3월 ‘별장 성접대 동영상 파문’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의 성 스캔들에 휘말리며 결국 공직을 사퇴하기에 이른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 등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을 샀고,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인 배명진 교수는 “동영상 속 남성의 목소리가 김 전 차관의 실제 목소리와 95% 유사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고 건설업자 윤씨와 김 전 차관 사이의 대가성 관계 또한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자신이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이 지난 7월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씨를 성폭력특별법 위반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피해 여성 이 아무개씨(37)는 고소 이후 사건 재수사를 위해 8월27일 검찰에 출석했지만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가 다시 사건을 맡고 있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이 여성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담당 검사를 바꿔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검찰은 지난 11월2일 담당검사를 바꿔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재조사를 하는 것은 그나마 양호한 축에 속한다. 검사 출신이 연루된 성추문 사건은 조사 자체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박희태 전 의장의 성추행 혐의 사건만 해도 그렇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의장이 피해자와 합의를 한 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도 박 전 의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미루고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를 무작정 기소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기소하지 않을 경우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소환조사 자체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볼썽사나운 ‘제 식구 감싸기’  

공연음란 혐의로 체포됐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에 대한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김 전 지검장이 이미 혐의를 인정한 사건임에도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사를 지연하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이 사건 발생 후 성선호성 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아 심각한 병환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좀 더 노골적으로 ‘봐주기’에 나선 경우도 있다. 현직 검찰 간부인 이진한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사법연수원 21기)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지청장의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이진한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와 기자 20여 명이 가진 송년회 자리에서 발생했다. 이 차장검사는 자리에 참석한 한 여기자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뽀뽀 한번 할까’하고 수차례 말했다. 그는 다른 여기자의 손등에 뽀뽀를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여기자의 등을 쓸어내리며 허리를 껴안기도 했다.

사건 직후 대검 감찰본부는 해당 여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12월29일 감찰에 착수했지만 이내 ‘봐주기 감찰’ 논란이 일었다. 올해 1월13일 열린 감찰위원회에서 ‘감찰본부장 경고’라는 경미한 수준의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차장검사는 1월10일 감찰이 진행되던 중에 아무런 인사상 불이익 없이 대구서부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피해 여기자는 지난 2월 이진한 지청장이 자신에게 강제 추행에 해당하는 신체 접촉을 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검찰은 뚜렷한 이유 없이 아홉 달 가까이 조사를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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