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에 ‘2PM’ 바람 분다
  • 서상현│매일신문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4.11.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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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줄여서 ‘2PM’으로 회자…차기 원내대표 유승민 도전설 등 범친박 ‘들썩’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 ‘2PM’이 회자되고 있다. 택연·닉쿤 등이 소속된 아이돌 그룹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완구 프라임 미니스터(Prime Minister·국무총리)’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무총리 내정설은 오래된 이야기고, 최근 구체적으로 떠도는 이야기도 꽤 그럴듯하다. 새누리당 ‘친박(親朴)계’의 한 핵심 중진 의원은 얼마 전 사석에서 기자에게 “이 원내대표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라고 거의 확신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 자신도 그 직을 오매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탓에 김무성 당 대표를 향한 친박의 반격이 예고된다는 이야기가 심상찮다.

“야권과 달리 여권에선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습니다. 특히 친박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후계자가 짙은 안개 속에 있지요. 이 원내대표가 토종 친박은 아니지만 지난 정권 세종시 수정안 정국에서 친박에 입양된 것과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그가 총리가 되는 것이 친박계로선 나쁠 것이 없지요.” ‘2PM’의 뜻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이 밝힌 내용이다. 그는 또 “헌재의 선거구 재획정 결정을 보면 앞으로 충청도의 의석 수가 늘어나게 돼 있다. 선거마다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충청도의 힘이 공식화하는 것인데…. 이 원내대표가 총리가 되면 그 힘이 새누리당으로 확 쏠리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11월4일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충청 출신 총리 카드, 현 정부에 매력적

‘2PM’의 출처는 알기 어렵다. 다만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정국에서 사퇴한 후 식물 총리로 전락하면서 시기의 문제처럼 비치고 있다. 정가에서는 내년 2월 기용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 쪽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발발(?)하는 모든 이슈가 새누리당에 위협적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공무원 가족의 집단 (표)이탈이 예고된다. 증세론은 친기업적 성향인 새누리당으로선 피하고 싶은 주제다. 여야 할 것 없었던 무상 시리즈에서 당이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내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당대회를 통해 개과천선하면 지지율 변화도 상상 밖의 일은 아니다. 외부의 환경적 요인이 충청 출신 총리를 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요약하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상승으로 총선 주의보가 내려지면 충청 출신 국무총리 카드를 박 대통령이 꺼내들 수 있다는 말이다. 

19대 국회 들어 이한구→최경환→이완구로 이어졌던 범친박계 원내 지도부를 두고서도 친박의 진격이 예고된다. 그 중심에는 유승민 의원이 있다. 김 대표가 당 사무총장의 최적임자로 봤고,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으로도 세평에 올랐던 유 의원이다.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정가에서는 그가 가장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친박계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가 들려준 말은 이랬다.

“유 의원이 직언을 하며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고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사심이 녹아든 감정적 대립은 하나도 없다. 다만 유 의원은 제대로 된 보좌를 받아 성공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한 것이다. 지금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의 사람들’ 중 유 의원을 비토하는 인사는 없다. 다만 회복할 관계도 아니지만 알려진 것이 그러니 공식적으로 관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을 두 사람에게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원내대표 예비주자 중 친박은 유 의원뿐이다. 정병국·나경원·원유철 의원 등 거론되는 이는 모두 비박계 인사다. 해양수산부장관인 이주영 의원이 국회로 돌아오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란 말이 있지만 이 의원도 원조 친박은 아니다. “천하의 인재를 모시겠다”며 대탕평을 천명한 김 대표로서도 유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을 통해, 오해받고 있는 당·청 관계에 마중물로서 유 의원을 기용할 것이란 말도 들린다. 실제 김 대표의 측근 인사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들려줬다.

“(김)대표께서 전당대회 이후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름만 적힌 종이 한 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장 고심했던 직이 사무총장인데, 이러시더라. ‘유승민밖에 없네.’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동락한 끈끈한 동지다. 최근 두 사람도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야권서도 호평받는 유승민, 차기 원내대표설

정가에선 ‘2PM’과 함께 최근 원내대표 1순위가 유 의원이란 말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떠돌았다. 근거는 세 가지. 유 의원이 당·청의 연결 고리로서 적임자라는 것과 대야권 소통과 협상 창구로 손색이 없다는 것, 그리고 정권 탄생의 본원지인 TK(대구·경북)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면서 민심 이반이 심각한데 이를 다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의원은 몇 개월 전 국회보에 유 의원을 두고 “본래적 의미의 보수주의자다. 지독한 합리주의자이며 합리적 균형 감각을 갖춘 분이다. 법치를 주장하는 탁월한 경제학자이기도 하고 전문성을 가진 확고한 자유주의자이기도 하다”고 높게 평가했다. 새정치연합 백군기 의원도 한 TV 프로그램에서 새누리당의 유 의원은 믿을 수 있다는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대야 관계도 한결 좋아질 수 있는 셈이다.

“일사불란하진 않지만 친박의 갱생(更生)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네 편, 내 편 하는 식의 노골적인 계파 투쟁이 아니라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바를 잘해서 다툼을 끝내고 대화합하자는 의지가 뚜렷한 것 같습니다. 내가 잘 되어서 너를 죽이겠다가 아니고, 내가 잘해서 같이 잘살자는 그런 동료애가 어느 때보다 큰 것 같다는 것이지요. 당이 김무성 당 대표 체제에서 비박계 주류와 친박계 비주류로 역전됐지만…. 이제는 그런 나눔도 불필요하다고 봐요.”

꾸준히 이야기되는 개각, 또 새누리당의 내년 5월 원내대표 경선(이완구 총리설이 현실이 될 경우, 더 빨라질 수도 있다)을 두고 친박계가 김 대표 진영과 일합을 겨루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친박계 3선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친박의 반격이라기보다는 대화합을 위한 일종의 산고(産苦)의 시기가 지금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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