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를 디자인하라] “공공데이터 소유권 국민에게 돌려줘야”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11.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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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준 정부3.0 추진위원장 “시사저널 기획 보도 인상적”

‘컨트롤타워’라는 단어에 손사래를 쳤다. 권위적인 통제탑이 아닌, 각 부처 공무원들의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강력하게 도입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3.0 추진위원회’를 이끄는 송희준 위원장(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얘기다. 지난 7월 출범한 추진위는 송 위원장을 포함한 민간 위원 8명과 차관급 정부 위원 6명으로 구성됐다. 민간이 중심이 돼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정부가 뒷받침하는 민관 협치 기구다. 송 위원장은 지난 20여 년간 행정 개혁 및 전자정부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관련 정책 결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사저널 특별취재팀은 ‘열린 정부의 현장을 가다’ 기획연재를 마무리하는 특별 인터뷰로 11월1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송 위원장을 만나 대한민국 열린 정부의 현주소와 과제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앞서 송 위원장은 ‘열린 정부’ 정책 선진국들을 직접 탐방한 시사저널의 연재 기사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의 기획취재 보도를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현지 취재한 영국·호주·미국 등 앵글로색슨계 국가들은 열린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선진국들이다. 각국 정부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공개된 공공데이터를 민간 차원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충실히 소개했더라. 훌륭한 기획 보도였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본지의 이번 보도를 포함해, 그동안 해외 각국의 선진 사례를 폭넓게 접해왔을 줄 안다. 한국 정부의 현재와 비교해보면 어떤가.

한국 역시 다른 나라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국가다. 2년 단위로 시행되는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최근 3회 연속으로 1위에 올랐다. 온라인 행정 서비스 이용률, 국민의 전자행정 참여 비율 등이 높기 때문이다. 영미권 국가들,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 정도가 우리와 경쟁하는 선진국에 해당한다. 이들 국가는 행정 시스템, 공개 정도, 투명성 등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경직성, 폐쇄성 등이 상대적으로 더 심하다. 발달한 기술을 행정 및 제도 관행이 따라가지 못해 아쉬운 상황이다.

공공데이터를 이용하는 시민 및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공개되는 데이터 양은 늘어났으나 그 질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고도화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 차원에서 인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9월 정부3.0 발전 계획을 승인하는 자리에서 “지금까지 (양적 개방)한 것 자체는 인정하나 국민들에게 막상 필요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줄, 관련 사업 활성화 관점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핵심 데이터들이 있다. 이런 정보들을 우선적으로 개방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부처마다 다른 공개 포맷을 통일하는 것 역시 주요 발전 과제 중 하나다.

해외 정부 관계자들은 ‘공공데이터는 애초부터 공공의 자산이므로 시민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 열린 정부의 기본 철학이라고 밝혔다. 이런 인식이 지금 우리 정부에서도 공유되고 있다고 체감하나.

아직까지는 잘 공유되지 않는 느낌이다.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손안에 공공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 안보·치안 등과 관련돼 공개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면 최대한 공개돼야 한다. 공공데이터의 소유권을 관료로부터 떼어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전자정부의 핵심 가치다.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에서도 ‘국민 수요’ ‘국민 체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공공데이터 개방 역시 실수요 중심으로 전환하려 한다. 공공데이터 개방의 핵심 요소는 ‘고수요·고부가가치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수요 파악에 역점을 두고 있다. 각 부처를 중심으로 실무를 진행하되, 우리 ‘추진위’ 및 안전행정부 산하 위원회 등에서 해당 원칙 및 우선순위 등을 세우는 일을 맡고 있다.

취재팀이 방문한 각국 정부는 모두 기업·시민단체 등 민간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참고해야 할 부분인 듯하다.

동의한다. 과거 정경유착의 그림자 때문인지 민관 협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의 경우 기술 연구부터 사업화, 시장 개척 등에 정부와 민간 간 파트너십이 특히 잘 구축돼 있다. 영국 역시 런던 동부를 중심으로 사업을 적극 육성 중이지 않나. 우리도 그 모델로 가야 한다. 정부, 중소 벤처기업, 시민사회가 힘을 합치는 긴밀한 협업 구조가 절실하다.

호주는 주요 대학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활발히 육성하고 있었다.

수치로 정형화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전통적인 통계학의 일이었다면, 비정형화된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해내는 것이 ‘데이터 사이언스’의 일이다. 기존의 통계학이나 데이터 마이닝 수준을 넘어 사회과학, 인문학적 요소까지 활용된다. 관련 인력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에는 아직 관련 정규 과정이 없다. 일부 대학에서 기존 학과들 간 연계 과정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민간 출신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는 ‘추진위’ 역시 민관 협치를 위한 기구다. 잘 협업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투쟁과 협동이 모두 있어야 한다. 싸울 땐 싸우고 협업할 땐 협업해야 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괜찮다. 세부적인 부분을 다룰 때는 논쟁도 활발하지만, 서로 간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정부 부처들과 일을 해왔기 때문에 관료들과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잘 이해하고 있다.

민간위원으로서의 독립성은 제대로 보장받는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그것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기도 하다.

향후 위원장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활동할 예정인가.

최근 한 국제 행사에서 ‘필요할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격언을 빗대 “국민이 필요할 때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부가 진짜 정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정부가 되도록 하는 게 정부3.0의 기본적인 목표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챙겨줄 수 있는 정부로 변화시키고 싶다. 인력이나 예산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신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부처별 칸막이를 벗어던지고 수평적 통합 업무 수행이 가능한 형태로 정부 조직 및 운영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IT 기술을 활용해 행정 서비스 질을 높이는 한편, 직접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맞춤형 행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나가야 한다.

그런 청사진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겨나갈 것인가.

지난 9월 ‘25대 핵심 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향후 우리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세부

계획을 준비하는 중이다. 올해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이것들이 실제로 구현되면 박근혜정부가 끝날 즈음엔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는 12월에는 우선적으로 추진할 선도 과제를 선별해 국민토론회를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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