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은 죄 없다는데 왜들 이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1.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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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혼외자 정보 불법 열람’ 1심 선고 논란

“청와대 부분의 의혹들과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 일탈행위’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지난해 12월 당시 조이제 서초구 행정지원국장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받고 있는 채 아무개군의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이를 부탁한 사람이 조오영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청와대가 서둘러 발표한 내용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개인적 일탈’이라는 문장이다. 청와대가 굳이 이 단어를 강조한 이유는 조오영 전 행정관의 부탁에 의한 불법 열람이 있은 지 약 2주 후, 교육문화수석실·민정수석실·고용복지수석실 등 청와대의 ‘조직적인’ 정보 열람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즉, 조 전 행정관의 정보 수집은 사적인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고, 청와대 각 부서가 움직인 것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정당한 감찰 활동이라는 뜻이다. 채 전 총장 사건에서 첫 번째로 행해진 ‘청와대 빠지기’ 시도였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개인정보 유출 1심 공판에서 조이제 전 서초구 국장(오른쪽)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무죄를 받았다. ⓒ 시사저널 구윤성
청와대의 발표가 나온 후 검찰은 그대로 직진했다. 검찰은 채군 정보를 불법 열람한 조이제 전 국장과 이를 넘겨받은 조오영 전 행정관 그리고 국정원 정보관 송 아무개씨만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행정관은 당시 자신이 조 전 국장에게 불법 열람을 부탁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조 전 행정관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불법 열람을 부탁했는데, 이 문자메시지를 복원하는 게 힘들다는 사실을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기 때문이다.

전 서초구 국장은 실형…靑 행정관은 ‘무죄’

‘조오영 구하기’의 방점은 법원이 찍었다. 조오영 전 행정관은 법정에서 문자메시지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한 후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수차례 인정했던 진술을 번복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법원은 조 전 행정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자신이 조회를 부탁했다는 조오영의 진술은 진술 경위가 자연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진술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허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초 피의자가 스스로 죄를 인정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조 전 행정관의 자백이 언론을 통해 주입되거나 청와대 감찰 과정에서 유도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1월17일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이제 전 국장에 대해서는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고, 조 전 국장에게 부탁해 해당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송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반면, 송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청와대 자체 감찰과 검찰·법원을 거치면서 직접 불법 조회를 하고 이를 전달받은 당사자 2명만 남게 됐다. 대한민국 검찰 수장에 대한 뒷조사를 구청 직원과 국정원 정보관 단 두 사람이 계획해 실행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여느 사건처럼 이번 사건에서도 청와대는 계속 거론만 됐을 뿐, 실체는 오리무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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