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낭자군, LPGA에서 145억 벌어들여
  • 안성찬│골프 전문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11.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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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김효주·이미림 맹활약…국내외 여자 프로골프 결산

‘여대남소(女大男小)’. 국내 프로골프의 기이한 현상이다. 세계의 골프판에선 남자가 크다. 미국 프로골프(PGA)의 경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종합 우승자에게 1000만 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여자는 CME 글로브 레이스 우승자에게 주는 보너스가 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10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대회 수나 상금 면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압도적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총 27개 대회(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제외)에 165억원의 상금을 내걸고 ‘흥행 대박’을 터뜨리는 동안 한국남자프로골프(KPGA)는 14개 대회에 91억원의 상금을 걸고 상대적으로 ‘조촐한’ 경기를 벌였다.

여자 상금 랭킹 1위 김효주는 12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남자상금 랭킹 1위 김승혁은 고작 5억8900만원으로 김효주의 반 토막이다. 특히 남자 110위 선수는 1000만원을 갓 넘겼다. 꼴찌 182위 선수는 50만원을 손에 쥐었다. 여자는 5억원을 넘긴 선수가 7명이나 된다. 107위 선수가 1000만원, 꼴찌는 190만원을 벌었다.

김효주가 9월15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태극기를 두른 채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자 골프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 흥행 요소인 대회·선수·방송이 제대로 먹혔다. 김효주(19·롯데)를 비롯한 19세 동갑내기들이 그린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갤러리를 골프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최소 1만명에서 최대 5만명까지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KLPGA 투어 총상금 165억, 김효주 12억원 돌파

165억원이라는 상금 규모는 여자 골프 역사상 최대 규모다. 시즌 최다 상금액 경신 등 다양한 기록을 쏟아냈다.  

올 시즌에는 무려 8명의 다승자가 탄생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연장전이 사상 가장 많았던 해였다.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부터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무려 9번의 연장전이 치러졌다. 더불어 올 시즌에 나온 총 13번의 역전 우승은 KLPGA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시즌 마지막 4개 대회가 모두 역전 우승일 정도로 매 대회 명승부를 연출했다. 올 한 해 기록된 16회의 홀인원도 KLPGA 한 시즌 최다였던 지난해와 같았다. 이번 시즌은 유독 최다(最多)와 관련된 기록이 풍성했다.

지난해 신인상을 받은 김효주가 프로 데뷔 2년 만에 ‘효주 천하’를 이뤘다. 시즌 24차례 대회에 출전해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5번의 우승을 포함해 톱10 19회, 12억원의 상금을 돌파하며 상금왕·대상·다승왕·최저타수상 등 ‘4관왕’에 올라 흥행 돌풍의 주역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효주와 국가대표 시절을 같이 보낸 19세 동갑내기 신인 3인방 백규정(CJ오쇼핑)·고진영(넵스)·김민선(CJ오쇼핑)은 프로 데뷔 첫해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시즌 3승을 일군 백규정을 비롯해 1승씩 얻은 고진영·김민선은 시즌 최종전까지 팽팽한 경쟁 구도로 신인왕 경쟁을 펼쳤다. 선배와의 경기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플레이를 펼친 루키들의 플레이에 갤러리는 환호했다.

①ADT 캡스 챔피언십 대회를 하루 앞두고 11월6일 백규정이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 요트 위에서 180m 떨어진 백사장을 향해 샷을 날리고 있다. ② 11월4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 1라운드 4번홀에서 전인지가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③18번홀 그린에 몰려든 갤러리. ⓒ 연합뉴스·뉴시스·LPGA 제공
여자 경기 중계는 시청률 대박

중계에서도 명암이 갈렸다. SBS골프는 활짝 웃었다. 하지만 국내 여자 대회를 빼앗긴 J골프는 우울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동으로 중계를 했는데 올해는 SBS골프가 독점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J골프는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일부 기자는 신문사로 원대 복귀했고, 여자 대회 취재는 모두 중단될 정도였다. 그나마 J골프는 LPGA 투어 중계로 체면을 살렸다.

기회를 놓칠세라 SBS골프는 중계방송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감하게 전반 홀부터 생중계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후반 아홉 홀만 생중계하고 전반 홀의 상황은 하이라이트로만 전달됐지만, 올해부터 매 대회 15홀 이상(메이저 대회는 18개 전 홀) 생중계하며 5시간 동안 필드의 감동을 안방에 전달했다.

특히 모든 대회 코스를 ‘헬리캠’을 통해 항공 촬영하고, 주요 선수들이 선전할 경우 실시간으로 스윙 분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경기 후반에는 경기를 마친 주요 선수와 막간 인터뷰를 진행해 중계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챔피언조의 경기에는 티샷 거리 및 남은 핀까지의 거리 등을 그래프로 자세히 설명하며 시청자의 이해를 도왔다. 그래서일까. 올해부터 KLPGA 투어 주관 방송사로 단독 중계를 한 SBS골프는 대회마다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부터 KLPGA 투어 중계 사상 처음으로 시청률 1% 벽을 돌파하며 흥행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두 번째 대회인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대형 루키’ 백규정(19·CJ오쇼핑)의 스타 탄생 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백규정이 지난해 투어 상금왕 장하나(22·BC카드)와 마지막까지 각축전을 펼친 최종 라운드 평균 시청률은 1.201%, 분당 최고 시청률 2.716%를 기록하며 KLPGA 투어 중계의 새로운 역사를 장식했다.(TNmS 수도권 유료 가구 기준)

백규정이 메이저 여왕으로 등극한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이 2.208%를 기록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 이어 1분 시청률 1, 2위를 백규정이 휩쓸었다.

여자 골프의 시청률 신기록은 방송사에 광고 대박을 안겼다. 반면 남자 경기의 중계방송은 여자 골프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LPGA가 ‘스타 출현→갤러리 증가→시청률 상승→광고 수익 확대→방송 중계 확대→대회 수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에 정착한 것이다. 여성 골퍼의 기세에 눌린 KPGA가 벙커에서 빠져나올 묘수를 찾아내야 할 때다. 


ⓒ LPGA 제공
올해도 한국 낭자들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쾌거를 이뤘다. 특히 ‘아시안 스윙’ 6개 대회에서 4승을 거두며 한국 선수의 ‘매운맛’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LPGA 투어 32개 대회에서 10개의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특히 한국의 대들보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세계 여자 골프 랭킹 1위를 탈환했다. 그는 ‘올해의 선수’ 2연패와 상금왕을 바라보고 있다. 박인비 외에 LPGA 비회원인 김효주(19·롯데)와 백규정(19·CJ오쇼핑)이 우승하며 내년부터 미국 무대에 ‘무혈 입성’한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이 2승,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이미향(21·볼빅)·허미정(25·테일러메이드)이 각각 1승씩 챙겼다.

물꼬는 박인비가 텄다. 지난해 6승을 거두며 최고의 해를 보낸 박인비는 시즌 초 잠잠하던 한국 선수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6월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에서 우승 소식을 알렸다. 이어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름값을 했다. 이미림이 바통을 이어 메이지 LPGA 클래식에서, 유소연이 캐나디언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9월 들어 빅뉴스가 터졌다. KLPGA 투어 ‘신데렐라’ 김효주가 일을 냈다. LPGA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캐리 웹(호주)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것. 특히 김효주는 첫날 61타를 쳐 대회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손에 쥔 상금만도 5억원이다. 국내 대회 5승에 12억원을 벌어들인 김효주는 ‘백만장자 여대생’이 됐다. 뒤를 이어 허미정이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5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한국 선수들은 6개 대회가 열리는 ‘아시안 스윙’에서 4승이나 건졌다. 첫 대회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서 이미림이 먼저 승수를 따냈다. 국내에서 열린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는 비회원으로 출전한 백규정이 우승 타이틀을 가져갔다. 박인비도 질세라 푸본 LPGA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시즌 3승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미향이 국산 볼 볼빅으로 마지막 대회인 미즈노 클래식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LPGA 투어는 묘하게도 한국계 선수들도 승수에 포함시킨다. 이 때문에 한국은 올해 미셸 위(위성미·미국·2승), 리디아 고(고보경·뉴질랜드·2승), 크리스티나 김(김초롱·미국·1승) 등의 승수를 합치면 모두 15승이다. 한국 선수들이 거의 절반을 가져간 셈이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1300만 달러(약 144억5000만원)를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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