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방’ 관전법
  • 윤길주 편집국장 ()
  • 승인 2014.12.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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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방’을 둘러싸고 여의도가 소란스럽습니다. ‘사자방’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 사업인 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의혹을 일컫습니다. 야권에서는 막대한 국부를 축낸 이들 사업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자방’ 비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당 부분 드러났습니다. 특히 MB 정권 자원외교의 허구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야당은 “VIP 자원외교는 혈세만 낭비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군피아’(군+마피아)가 말아먹은 방위사업은 대한민국 국방을 고철덩어리로 만들었습니다.

‘사자방’ 국정조사의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MB 정권의 실정을 단죄할 의지가 있느냐는 겁니다. 두 사람은 악연이 깊습니다. 출발은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 후보 경선입니다. 박 대통령은 경선에서 패한 뒤 당권을 받는 것을 전제로 이명박 후보를 도왔습니다. 그러나 대선에서 승리한 MB는 이듬해 총선 공천에서 친박근혜계를 대학살합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박 대통령은 분노했고, 두 사람은 견원지간이 됩니다. ‘사람이 가장 거짓말을 잘할 땐 전쟁 중일 때와 사냥이 끝난 뒤, 그리고 선거하기 직전이다.’ 비스마르크가 한 이 말을, 박 대통령은 뼈저리게 느꼈을 겁니다.

새 정권이 전 정권을 밟고 지나가는 것은,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알리는 통과의례 같은 것입니다. 수족이 잘리는 치욕을 당한 박 대통령이 MB를 손보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박 대통령은 도무지 칼을 빼지도, 그럴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MB 측이 기세등등합니다. 친이계가 모여 “국정조사는 없을 것”이라 결의하고, MB는 “그렇게 돼야지”라고 맞장구를 쳤다고 합니다. MB 회고록이 내년 초쯤 나올 거란 얘기도 들립니다. 관심은 박 대통령과의 사이에 있었던 내밀한 비사입니다. 특히 2012년 대선 때 MB가 든 ‘보험’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박근혜 X파일’이 회고록에 담길 것이란 말도 흘러나옵니다. 친이계 쪽의 이런 움직임은 ‘사자방’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는 전술로 보입니다. “너의 목줄을 쥐고 있으니 꼼짝 마”라고 협박하는 듯합니다.

이런 판국에 여권이 ‘사자방’ 국정조사를 미적거리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가 많습니다. 박 대통령이 뭔가 약점을 잡힌 건 아닌지 의심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비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국민 분노가 태산을 삼킬 듯한데 모른 체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사자방’ 비리로 100조원에 달하는 국부가 도륙났습니다.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누가 사자방에 끌려가 물려 죽고, 그에 따른 보복이 무엇인지 따위의 정치적 계산은 접어야 합니다. 그것이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국민 지지를 얻는 길입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가 자신들 말대로 치적이라면 당당하게 국정조사에 응해야 합니다. 외곽에서 겁박하며 국정조사를 훼방하는 건 비겁한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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