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KT, ‘윗형’ NC만큼 잘하진 못할걸~
  • 김정란│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4.12.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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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지원 적고 선수 수급 애먹어 불안한 출발 예고

KT 위즈는 프로야구 구단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가 2015년 시즌부터 10개 구단 시대를 연다. 2013시즌 아홉 번째 구단 NC가 1군에 발을 디딘 후 2시즌 만에 한 팀이 더 늘어나는 것. 올 시즌 NC가 1군 진입 2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일대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KT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KT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은 모그룹인 KT의 내부 사정이다. KT는 올해 전체의 20%가 넘는 사원을 구조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단을 시작할 수는 있을까’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정도다.

모기업의 재정적 상황이 안 좋다는 것과 스포츠단에 대한 지원은 별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에는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야구단은 이석채 전 회장이 주력이 돼 유치한 사업이다. 현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야구단에 어느 정도의 지원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8월1일 NC 2군과 경기를 가진 KT. ⓒ KT위즈
야구단 내부에서도 큰 기대는 없는 듯하다. 특히 현재 대부분 신인급 선수로 구성된 KT 선수단의 ‘중간층’을 채울 프리에이전트(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KT가 어느 정도 선수 수급을 할지가 이번 겨울 가장 큰 관심사인데 내부에서는 “숫자라도 맞춰줬으면” 하는 분위기다. FA 시장의 최대어라고 할 수 있는 SK의 최정과 삼성의 윤성환·안지만 등 몸값이 비싼 선수를 “KT가 데려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프로야구 관계자의 중론이다. 이들은 몸값이 비싸기 때문에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직전 연봉의 300%)도 크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야구단에서 특A급은 포기해도 좋으니 영입할 수 있는 선수 숫자라도 채워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A급 선수가 아니라도 ‘즉시 전력’감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 영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KT가 이번 겨울 FA로 데려갈 수 있는 선수는 최대 3명이다. 신생팀에 대한 배려로 보상선수에 대한 고민 없이 선수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

KT “NC와의 비교가 괴롭다”

내년 시즌 경기 수가 올해에 비해 늘어나는 것 역시 KT에 불리하다. 올해 프로야구는 각 팀이 128경기를 치렀다. 때때로 3일간의 휴일도 주어졌다. 구단 숫자가 홀수여서 한 팀은 경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모든 팀이 144경기를 해야 하고 월요일 외에는 쉬는 날이 없다. 1군 경기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가 대다수인 KT로서는 한 시즌 전체를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조범현 감독은 2군 경기를 해온 올해 중반 “내년에 경기 숫자가 확 늘어난다. 128경기 풀타임 경험도 없는 선수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경기 수가 많아지면 자연히 중간 선수층이 단단하고 투수력이 나은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

2014시즌만 돌아봐도 그랬다. ‘타고투저(打高投低)’의 시즌이었다. 넥센 밴 헤켄의 20승을 빼고는 투수들이 이렇다 할 기록을 내지 못했다. 박병호가 52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서건창이 200안타로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강정호는 유격수 첫 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많은 팀이 투수를 탐내고, 데리고 있는 선수를 풀어놓지 않으려고 할 게 틀림없다. KT는 이에 대비해 지난 1, 2차 신인 지명에서 홍성무(동의대), 주권(청주고), 엄상백(덕수고) 등 가능성 있는 투수 자원을 여럿 뽑았지만, 이들은 아직 프로 경험이 전무하다. KT가 지난 신인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단국대 투수 이창재를 뽑는 등 고졸보다는 대졸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KT가 확실치 않은 카드인 FA보다 ‘20인 외 지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군 엔트리 26명 중 9명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즉시 전력감이다. 각 구단이 보호선수로 묶은 20명 외에 구단별로 한 명씩 어떤 선수를 데려오느냐는 KT의 내년 성적을 가를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업 역시 한 명당 10억원씩 지불해야 한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내년 시즌 성적과 직결된다. 문제는 주력 선수를 제외한 선수에게 한 명당 10억원씩을 주고 데려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프로야구단 운영 경험이 없는 모기업 관점에서는 ‘야구단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얼마나 효과적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육성 전문’ 조범현 감독에 수원 팬 기대

현재 KT 측에서 가장 난감한 부분은 바로 ‘윗형’인 NC와의 비교다. KT 측의 한 관계자는 “NC의 활약을 본 분들이 ‘KT도 기대하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로 인한 압박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NC는 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SK 창단 이후 새 구단 창단이 없었던 상황에서 팀을 짰기 때문에 선수 수급에서 훨씬 유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카우트 팀의 능력도 대단했다. 신생팀 특혜로 기용할 수 있었던 찰리 쉬렉, 에릭 해커, 에릭 웨버는 물론 타자 에릭 테임즈까지 외국인 선수 4명이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지난겨울 데려온 이종욱·이혜천 등 베테랑도 적재적소에서 활약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도 이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KT도 메이저리그에서 300경기 이상 출전한 3루수 앤디 마르테를 데려오는 등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어떤 결과를 낼 것인가에 대해 운영 직원, 즉 프런트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 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범현 감독이 ‘육성 전문’이라는 점은 KT의 미래를 밝게 하는 점 중 하나다. 조 감독은 이미 SK에서 준우승, KIA에서 우승을 하며 지도력을 검증받은 데다 어린 선수를 길러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가 배출한 최고의 포수로 인정받는 박경완 SK 육성총괄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대다수 구단이 ‘포수 기근’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지난 신인 지명 2차 1라운드 후 특별 지명에서 KT가 데려간 전 애리조나 출신 선수 김재윤의 성장도 조 감독이 있기에 기대되는 대목이다. KT는 조 감독이 2014 시즌이 마감된 뒤 KIA 감독으로 있던 시절 함께했던 황병일 전 두산 2군 감독을 2군 감독에 선임하는 등 코칭스태프도 보강했다.

수원 야구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대단하다. 아직 KT가 1군에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수원 시민들은 연고 구단이 생긴다는 데 관심과 애정이 크다. 서포터즈가 조직돼 있고, 열성적인 팬은 이미 2군 경기에도 자주 나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KT는 이들의 애정 어린 응원에 어떻게 보답할까. 내년 시즌 KT의 첫 1군 활약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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