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에 숨겨진 경제학
  •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4.12.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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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새삼 물리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발했다. 웜홀과 시간여행, 거기다가 5차원 공간까지 가미하면 우리들은 몇 시간이고 흥미로운 모순의 세계 속을 탐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스텔라 속에 경제학 논리도 함께 숨어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도대체 무슨 경제학 논리가 숨어 있을까. 그것은 흔히 ‘비대칭 정보의 문제’라고 부르는 논리다(이제는 이 영화를 이미 관람한 관객이 몇 백만 명에 달하니 굳이 스포일러 시비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비대칭 정보란 한 사람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은 정보를 적게 가진 경우를 말한다. 정보를 많이 보유한 사람은 상대방의 무지를 악용해 이득을 취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유인이 있다. 즉 사람은 언제나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다. 불량 중고차를 파는 상인이 이 차는 좋은 차라고 허풍을 치거나, 모뉴엘이 자기 회사의 실상을 속이고 사기 대출을 받는 과정이 모두 이런 예다.

이 영화에는 두 번의 비대칭 정보 상황과 적어도 한 번의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 첫 번째 예는 맷 데이먼(만 박사)이 보내는 신호의 진실성이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볼 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당연히 이 신호가 거짓일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한다. 그곳이 거주 가능한 행성이건, 그렇지 않건, 귀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탐험대는 당연히 거주 가능 신호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예는 마이클 케인(아버지 브랜든 박사)이 말하는 플랜 A의 진실성이다. 이것은 탐지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고, 어떻게 보면 돌발적이고 작위적으로 보일 정도다. 이것을 찾기 쉽지 않은 이유는 마이클 케인이 중력방정식을 풀었다고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안 풀린다는 것을 깨닫고도) 앞으로 풀어보겠노라고 교묘하게 둘러치기 때문이다. 나머지 하나의 가능성이 무엇인지는 경제학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 남겨놓기로 한다(힌트는 스페이스 오딧세이로 간 타스다).

비대칭 정보가 초래하는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비대칭 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은 결국 사람들 의사소통에 불신의 씨앗을 뿌리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모든 의사소통에는 어느 정도 거짓말이 섞였으리라는 불신을 전제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차선(次善)을 택하고 때로는 차악(次惡)을 택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경제적 비효율이다.

반대로 불신을 줄이는 사회는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게 되고, 그래서 신뢰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 된다. 국민이 정치 지도자의 덕목 중 그 사람의 능력보다 도덕성 혹은 정직함을 더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람, 믿어주세요”를 외쳤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나, ‘신뢰’를 선거운동의 키워드로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의미에서 선거운동의 핵심을 꿰뚫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신뢰가 늘어났는가 하는 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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