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롯데의 88억보다 더 받았을 것”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4.12.0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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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84억 외 단 1원도 더 주지 않았다” 반박

이 정도면 아예 광풍이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두고 하는 소리다. 올 시즌 FA 시장은 역대 어느 때보다 풍성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12월3일까지 계약에 성공한 FA 선수들의 몸값 총액은 600억원. 지난해 523억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계약 FA 선수마저 계약에 성공하면 몸값 총액은 65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야구 전문가는 “600억원은 공식 발표된 금액을 기준으로 했을 뿐, 이면 계약액까지 합치면 족히 700억원은 넘을 것이다. 조만간 FA 시장이 1000억대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로는 돈이다. 얼마나 받느냐가 곧 그 선수의 가치다. 선수도 말로는 의리를 외치지만, 돈보다 우선하는 의리는 없다. 장원준이 88억원을 제시한 롯데를 뿌리치고, 84억원에 두산과 계약했다면 그걸 누가 믿겠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4년간 88억원을 제시받고도 거부한 투수 장원준은 결국 두산으로 갔다. ⓒ 연합뉴스
한 구단 운영팀장은 장원준 계약 소식을 접하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원준 영입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던 이 구단 관계자는 “장원준이 아무리 친정팀 롯데가 싫었어도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4억원을 마다할 리 없다. 경험상 두산이 최소한 롯데 제시액과 같은 금액을 제시했거나 그보다 높은 금액을 베팅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항간엔 두산과 장원준의 실제 계약액이 90억원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술 더 떠 기본 4년 계약에 옵션으로 ‘+2년’을 더 보장해줬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두산은 “억측이다. 84억원보다 단 1원이라도 더 줬으면 계약을 무효화해도 좋다”는 반응이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협상 때 장원준 측에서 내세웠던 건 ‘기본 80억원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롯데처럼 해마다 2억원씩 4년간 8억원을 옵션으로 걸려고 하자 장원준 측이 먼저 ‘옵션에 발이 묶이긴 싫다. 4년간 4억원만 옵션으로 걸어달라’고 요청했다. 84억원을 제외한 이면 계약액은 단 1원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대 100억 예상된 최정 86억 계약?

최정 계약액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많다. SK는 최정과 8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종전 FA 최고액인 강민호(롯데)의 4년 75억원을 뛰어넘는 프로야구 사상 최고액이었다. 그러나 야구계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되레 “그것밖에 받지 못했다니…”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유는 간명했다. 애초 최정의 계약액을 100억원 이상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정을 욕심내던 구단은 그의 몸값 규모를 ‘최소 90억원, 최대 1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SK 발표액 86억원은 그보다 적게는 4억원, 많게는 14억원이나 적은 액수다. 수도권 구단의 한 운영팀장은 “SK가 시즌 중반부터 최정 잔류에 많은 공을 들였다. 최정 역시 해외 진출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며 9월 이후부터 ‘SK와 최정이 이미 계약서에 사인한 것 같다’는 소문이 퍼졌다. 별다른 잡음 없이 속전속결로 계약이 성립한 걸 봐선 최소 90억원 이상에서 몸값 규모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봉은 그대로, 계약액은 편법 지급

언제부터인가 야구계엔 구단 측 FA 계약 발표액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해 강민호 계약액이 발표됐을 때도 야구계는 ‘최소 80억원 이상, 최대 90억원’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물론 당시에도 롯데는 “지나친 억측이다. 발표액과 실제 계약액은 전혀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어째서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걸까.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고액 발표에 대한 부담감이다. 한때 FA 시장의 큰손이었던 한 구단의 관계자는 “모그룹과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FA 계약액이 높다면 여론은 ‘구단이 묻지 마 투자를 했다’ ‘유망주 육성은 등한시한 채 돈으로 우승을 사려 한다’ 등 좋지 않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고, 모그룹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려면 계약액을 축소해 발표할 수밖에 없다.”

선수도 계약액을 축소해 발표하는 걸 환영한다. 한 선수는 “고액 계약자일수록 거품 논란에 휘말리고, 성적이 좋지 않을 땐 먹튀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나도 구단이 계약액 축소 발표를 제의했을 때 두말 않고 ‘알아서 해주십시오’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보통 계약액은 어떻게 축소·발표하는 것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연봉은 정상 액수로 발표하고, 계약액과 옵션을 축소하는 식이다. 한 구단 단장은 “실제 계약금이 30억원인데, 언론에 20억원으로 발표했다 치면 남은 계약금 10억원은 차후 보너스나 메리트 형식으로 지급한다. 옵션 역시 실제 옵션액과 발표 옵션액의 차액은 보너스나 메리트 방식으로 지급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연봉은 KBO(한국야구위원회)와 선수협(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공식 전달하고, 국세청에서도 연봉을 기준으로 세금을 때리기에 축소 발표하기가 어렵다. 대신 계약금과 옵션은 구단과 선수만 알고, 외부에선 알 수도, 알 필요도 없기에 축소 발표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SK, 2014 FA 시장 가장 큰손

두산이 장원준을 영입하며 F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지만, 야구계는 가장 큰손으로 SK를 꼽는다. SK는 최정에게 86억원을 안긴 데 이어 주전 중견수 김강민에게도 56억원을 쏟아부어 잔류를 이끌어냈다. 여기다 22억원을 투자해 외야 요원 조동화까지 주저앉혔다.

사실 김강민·조동화는 다른 팀에서 군침을 흘리던 선수였다. 김강민은 LG·한화가 큰 관심을 나타냈고, 조동화는 한화·KT가 탐을 냈다. 그간 SK가 소속팀 FA 선수의 잔류에 실패해왔기에 두 선수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SK는 ‘통 큰 투자’로 두 선수를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고 다른 팀으로부터 “SK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SK는 장원준 영입에도 뛰어들었다. 두산과 장원준이 만나 한창 협상을 벌일 즈음, 장원준 휴대전화엔 SK 관계자의 전화번호가 떴다. SK 내부 소식통은 “김광현이 미국 진출을 시도하며 우리 팀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김광현을 대신할 좌완 에이스로 장원준을 점찍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번 FA 시장에서 우리가 ‘큰손’이 될 수 있었던 건 ‘강팀이 되자’는 구단주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최창원 구단주가 단순 야구팬을 넘어 SK가 어떻게 하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SK에 이어 한화도 FA 시장의 또 다른 큰손이었다. 내부 FA 김경언과 3년 8억5000만원에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외부 FA 권혁과 4년 32억원, 송은범과 4년 34억원에 계약했다. 두 선수 영입으로 한화는 선발진과 불펜진을 동시에 강화했다. 한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구단 관계자는 “한화가 보호선수 20명을 묶을 때도 다른 팀과는 달리 신인급보다 베테랑급 선수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이는 내년 시즌에 반드시 성적을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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