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펀드’ 들고 조마조마하시죠?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12.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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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러시아·레버리지ETF 등 단기적으로 수익 얻기 힘들어

한 해의 ‘재테크 농사’를 되새겨봐야 할 연말이다. 대표적인 금융 투자 상품인 주식의 성과가 특히 지지부진했다. 금·은·원유 등 원자재 및 농산물 가격도 맥을 못 췄다. 개인들이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펀드의 희비는 더욱 엇갈렸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펀드가 있었지만 상당수는 실망감을 안겨줬다.

레버리지형 상장지수펀드(ETF)·녹색펀드·러시아펀드·동유럽펀드 등은 ‘폭탄 펀드’로 돌변했다. 이들이 단기간 내 ‘백조’로 변신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펀드매니저들이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펀드 중에서 친환경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녹색펀드의 성과가 특히 저조했다.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투자형 녹색성장펀드의 올해 1~11월 누적 수익률은 평균 -15.22%로 기록됐다. NH-CA대한민국녹색성장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8.09%다. 같은 기간의 코스피 등락률(-1.0%)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같은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KB그린포커스펀드의 수익률 역시 -14.79%로 낮았다.

ⓒ 일러스트 최길수
뒷걸음질한 대형 그룹주 펀드

국내 친환경 산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녹색성장펀드라 해도 대형 그룹주 비중이 높은 게 원인이다. NH-CA대한민국녹색성장펀드의 편입 종목을 살펴보면 기아차와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이 각각 1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친환경 기업’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종목들이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녹색성장주 등 비슷한 유형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업종 전체의 주가가 하락할 때 손실 위험이 훨씬 크다”며 “분산 투자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박스권’ 증시에서 예상 밖으로 큰 손실을 내고 있어서다. 레버리지 ETF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기초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국내에선 지수 대비 2배 수익 또는 손실을 낼 수 있는 상품만 나와 있다.

국내 주식형 ETF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4.77%다. 레버리지형 ETF의 경우 이보다 최소 3~4배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 미래에셋TIGER레버리지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58%, 삼성KODEX레버리지 ETF는 -12.16%, 한국투자KINDEX레버리지 ETF는 -11.97%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200지수보다도 손실 폭이 훨씬 큰 것은 레버리지 ETF의 독특한 구조 탓이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전무는 “기초지수의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1일 수익률을 단순 합산하는 구조여서 요즘 같은 박스권 장세에선 손실 폭이 두드러져 보인다”며 “레버리지 ETF에 투자할 땐 단기에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선 조선·화학·해운주 ETF의 실적이 좋지 않다. 삼성KODEX조선주·한화ARIRANG화학·미래에셋TIGER화학 등이 연초 이후 마이너스 3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 그룹에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조6000억원어치나 팔린 삼성그룹주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평균 -9.0%로 저조했다. 지금까지 삼성그룹주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대신삼성그룹레버리지1.5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70%, 한국투자삼성그룹목표전환형1펀드의 수익률은 -8.87%를 각각 기록했다. KB삼성&현대차그룹플러스펀드의 경우 같은 기간 성과가 -14.02%,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펀드는 -11.29%로 부진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그룹주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인 데 따른 영향이다.

공급 과잉 직격탄 맞은 원자재·농산물 펀드

해외 펀드 중에선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이 줄줄이 마이너스 20%를 하회할 정도로 약세다. 물가 등 경제 상황이 안정돼 있는데도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한 데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해서다. 루블화가 지난 3개월 동안 달러 대비 20% 넘게 급락한 점도 배경 중 하나다. 약 5000억원어치가 팔린 러시아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평균 -24.57%다. 그나마 성과가 가장 나은 우리러시아익스플로러1펀드의 수익률이 -16.86%에 달할 정도다.

JP모간러시아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26.45%로 가장 낮다.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1펀드(-25.12%), 신한BNPP봉쥬르러시아펀드(-24.47%), 하이러시아플러스1펀드(-22.06%) 등도 ‘꼴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와 인접한 신흥 유럽 국가 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8.80%로 부진한 모습이다.

원자재 및 농산물 펀드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약세다. 글로벌 경제의 수요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올겨울 들어 국제 원유가격이 급락하면서 관련 펀드의 수익률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

설정액이 1조원에 달하는 원자재 펀드(펀드 수 56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6.33%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과 은이 제값을 받기 어려운 데다 원유의 경우 중동 산유국들이 감산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원유의 공급 과잉 현상이 언제 풀릴지 알기 어려운 만큼 국제 유가가 오르더라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산물 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2.39%를 기록했다. 미국 등 주요 곡창지대의 수확량이 증가하면서 국제 농산물가격이 일제히 떨어진 게 주요 배경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국제 농산물의 수급을 전망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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