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잘 쳐야 돈도 잘 번다
  • 안성찬│골프전문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12.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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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김효주 등 프로골퍼 상금 상위권 선수 분석

골프 통설에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는 말이 있다. 드라이버를 300야드 날린들 1m짜리 퍼트를 놓치면 우승을 못한다. 이는 비단 프로골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추어 골퍼도 짧은 거리를 3퍼트 한 후 땅을 친 일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정말 그럴까.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이 나타나기 전만 해도 ‘짤순이’(단타자)도 우승 타이틀을 손에 쥐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노먼은 “골프는 장타자가 훨씬 유리하다. 버디 등 낮은 스코어를 잡을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말했다. 물론 정확하게 치면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아진다.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만큼 스코어가 좋아진다. 장타를 치는데 OB(아웃 오브 바운스)가 나봐라,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러나 정확하게만 치고 거리가 짧으면 18홀에서 5~7언더파를 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거리가 나야 하고, 그다음 샷을 잘해야 한다. 그린을 놓치지 말고 온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퍼트까지 잘하면 완벽하다.    

박인비 김효주 ⓒ KLPGA
독특한 퍼팅 스타일로 경기력이 살아나며 올 시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미셸 위(미국)만 봐도 그렇다. 미셸 위는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80야드 안팎의 장타력을 주무기로 2승에 총상금 192만4796달러를 벌어들여 랭킹 4위에 올랐다. 

선수의 기량이 늘고 용품이 발달하면서 코스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있어 단타자가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롱순이(장타자)가 일단 유리해진 것이다. 이유가 뭘까.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

일단 장타를 날리면 골프가 그만큼 쉬워진다. 파5에 거리는 500야드. 티샷을 280야드 날렸다고 치자. 남은 거리 220야드. 그러면 우드로 잘 때리면 2온이 된다. 이글 기회가 주어지고 최소한 버디는 한다. 그런데 200야드를 겨우 넘긴다면 2온이 어려워진다. 3온을 시키고 나서 핀에 붙으면 버디, 아니면 파가 최선이다. 여기서는 퍼트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재미난 사실은 기록을 따져보면 상금과 퍼팅 그리고 드라이브 거리는 각각 따로 논다. 장타를 내고 퍼트를 잘하면 일단 스코어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선수의 스코어를 줄여주는 데는 파온율(그린 적중률)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간단한 비교를 해보자. LPGA투어 장타자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은 평균 드라이브 거리가 271.46야드로 이 부문 랭킹 1위다. 그러나 평균 퍼트 수는 30.3개로 78위다. 린시컴은 79만661달러(17위)의 상금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와 달리 평균 퍼트 수 1위는 라인 베델(덴마크)로 28.65개를 기록했다. 드라이브 거리는 평균 243.395야드로 랭킹 111위다. 그런데 베델은 36만2909달러로 랭킹 45위에 그쳤다.

물론 단순 비교다. 사실 상금 랭킹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대회 상금 규모다. 총상금 300만 달러가 넘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만큼 우승상금도 많다. 특히 리디아 고(17)가 우승한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은 총상금이 200만 달러인데도 우승 상금이 50만 달러였다. 통상적으로 우승 상금이 총상금의 18%인 점을 감안하면 50만 달러라는 우승 상금은 엄청난 혜택인 셈이다. 이 때문에 우승 상금이 큰 대회에서 우승해야 랭킹이 높아진다. 대회마다 컷오프 없이 상위권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향(볼빅)은 시즌 2승을 거두고도 규모가 작은 대회에서 우승해 54만6602달러를 획득해 랭킹 31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나연(27·SK텔레콤)은 우승 없이도 94만5813달러로 랭킹 13위에 올랐다. 

상금 랭킹 가장 큰 변수는 대회 상금 규모

골프는 골고루 잘하는 선수가 잘 친다. 어느 것 하나만 잘하면 우승하기가 쉽지 않다. 올 시즌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선수는 LPGA 투어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다. 루이스는 ‘라이벌’ 박인비(26·KB금융그룹)를 제치고 평균 타수왕과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을 휩쓸었다.

루이스가 다른 선수보다 잘한 것은 평균 타수밖에 없다. 드라이브 평균 거리는 258.88야드로 15위, 평균 퍼트 수는 29.63개로 24위다. 샌드세이브는 47%로 45위, 페어웨이 안착률도 79%로 24위다. 그런데 루이스는 아이언의 정확도가 높다. 그린 적중률이 76%로 5위다. 이런 기록으로 루이스는 버디 460개를 잡아내 1위, 이글은 8개로 13위, 언더파는 85라운드로 1위다. 평균 타수는 69.53타로 1위다.

박인비는 루이스에게 모두 ‘한 끝 차이’로 밀렸다. 박인비는 상금왕과 평균 타수상, 그리고 올해의 선수상을 모두 루이스에게 넘겨줬다. 박인비는 신혼여행도 뒤로 미루고 투어를 강행했지만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부진해 막판 뒤집기에 실패했다.

박인비도 역시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 결정적일 때 잘 친다. 그리고 우승한다. 드라이브 거리는 249야드로 7위, 페어웨이 안착률 78%(29위), 샌드세이브 47%(41위), 언더파는 63라운드로 4위, 버디는 357개로 14위, 평균 타수는 69.68타로 랭킹 2위다.

이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평균 퍼트 수 1위는 한승지(21·한화)로 29.22타. 그런데 23개 대회에 출전해 10개 대회만 본선에 진출해 4200만원을 벌어들여 상금 랭킹 73위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 264.71야드로 장타왕에 오른 김세영(21·미래에셋)은 2승을 거뒀다. 그런데 평균 퍼트 수는 30.78개로 43위다. 김세영은 4억4540만원을 획득해 랭킹 10위를 차지했다. 

상금왕, 대상, 평균 타수, 다승왕 등 4관왕에 오른 김효주(19·롯데)도 특별히 잘한 것이 없다. 다만 아이언의 정확성이 눈에 띈다. 평균 퍼트 수는 30.21개로 10위,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56.44야드로 21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81.43%로 19위다. 그런데 그린 적중률에서 78.33%로 1위에 랭크되며 평균 70.26타를 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김효주는 규모가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행운을 누렸다. 5승 중 우승 상금이 비교적 큰 기아차 한국여자오픈과 한화금융클래식에서 5억원이나 챙겼다.

상금 랭킹 2위 허윤경(24·SBI)도 돋보이는 기록은 없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 261야드로 7위, 페어웨이 안착률 72.77%(10위), 평균 퍼트 수 30.37개(16위)다. 그린 적중률은 76.21%로 8위에 오르며 평균 타수 71.19타(4위)를 기록했다.

강한 멘탈도 상금 순위에 큰 영향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는 한국의 안선주(27)가 상금왕을 차지했고, 이보미(26·코카콜라)와 신지애(26)가 랭킹 3, 4위에 올랐다. 시즌 5승을 거둔 안선주는 거리를 많이 내지 못한다. 다만 골고루 잘하며 강한 멘탈이 주무기다. 그린 적중률 70.15%(14위), 홀당 평균 퍼트 수 1.76개(2위), 페어웨이 안착률 74.88%(1위), 이글 수 3개(14위), 평균 버디 수 3.59개(4위)를 작성하며 평균 타수 70.13타로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3승을 거둔 이보미는 홀당 평균 퍼트 수는 1.79개(16위), 페어웨이 안착률 67.16%(9위), 파세이브율 89.33%(2위), 이글 수 4개(4위), 평균 버디 수 3.4개(9위), 그린 적중률 73.94%(2위), 평균 타수 70.53타(2위)를 기록했다. 이보미는 마지막 대회 우승자인 타이완의 테레사 루에게 평균 타수에서 앞서고도 상금 랭킹에서는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상금왕을 비롯한 상위 랭커는 드라이브 거리나 퍼트에서 1위가 없다. 오히려 두 번째나 세 번째 샷을 잘해 스코어를 줄인다. 특히 그린 적중률은 송곳 같은 아이언의 정확성을 나타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금 상위권 선수는 아이언을 잘 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멘탈이 강하다. 포커페이스다. 다른 선수의 샷에 별로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아낸다. 기량이 뛰어나면 상위권에는 든다. 그러나 우승자는 또 다른 행운이 따라야 한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신(神)이 점지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상금퀸’ 스테이시 루이스 28억원 벌어  


67억5000만원.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 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랭킹 1, 2위 5명과 3위 1명이 벌어들인 올 시즌 총상금이다. 돈을 가장 많이 번 선수는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다.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를 다투는 루이스는 올 시즌 3승을 올리며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그리고 최저타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까지 휩쓸었다. 그가 톱10에 17회 들면서 벌어들인 상금은 253만 달러로 약 28억3500만원이다. 루이스는 박인비에게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셈이다. 2009년 LPGA 데뷔 이후 통산 11회 우승과 859만 달러(약 95억800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박인비는 아쉽게 뒷심이 부족했다. 루이스와 같은 3승이지만 상금은 222만6641달러(약 24억8649만원)에 그쳤다. 톱10에 17회 들었다. 박인비는 10월 결혼과 함께 국내 대회에 출전하느라 미국 투어를 빠뜨린 데다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24위에 그치는 바람에 루이스에게 밀렸다. 하지만 박인비는 2007년 루키 이후 통산 12승을 거두며 통산 상금 995만 달러를 벌어들여 1000만 달러 상금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효주(19·롯데)도 ‘알토란’ 같은 장사를 했다. 국내외 상금을 합쳐 19억원이나 된다. 일본에서 ‘홀로 서기’에 성공한 안선주(26)보다 5억원 정도 더 벌었다. 내년부터 미국에 진출하는 김효주는 국내 투어에서 5승을 올리며 1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LPGA투어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외화벌이도 6억9000만원이나 했다. 김효주는 KLPGA투어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세웠다. KLPGA 상금왕 2위인 허윤경(24·SBI)은 서경레이디스와 E1채리티에서 우승하며 7억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안선주는 올 시즌 JLPGA투어 25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했고, 5승과 함께 톱10에 무려 17회나 들며 벌어들인 상금이 1억5307만 엔(약 14억2300만원)으로 랭킹 1위다. 2010년에 JLPGA투어에 합류한 안선주는 통산 18승을 거뒀다. 이보미(26·코카콜라)는 시즌 3승을 올리며 상금 랭킹 3위로 1억1978만 엔(약 11억1352만원)을 획득했다. 이보미는 2012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통산 8승을 올렸다.

이는 상금만을 이야기한 것이다. 기업과 스폰서십을 맺어 계약금과 함께 성적에 따른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이들의 주머니는 훨씬 더 두둑하다.


 
 

‘컷오프’ ‘외로움’에 떠는 여자 프로골퍼 


해외에서 뛰는 프로골퍼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컷오프’, 즉 예선 탈락이다. 컷오프가 되면 상금이 무일푼이다. 그다음은 외로움이다. 겉으론 멋져 보이지만 선수 생활은 고달픈 과정의 연속이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 프로는 “늘 혼자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버티기가 가장 힘들다”고 고백했다. 대회가 4라운드 경기라면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 대회까지 합쳐 6일간 공을 쳐야 한다. 체력은 둘째 치고 세탁하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박세리와 김미현은 행복한 편에 속한다. 삼성 소속이었던 박세리는 삼성 직원이 전담해 모든 일처리를 해줬다. 지금은 은퇴한 김미현은 온 가족이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미국을 누볐다. 몸은 고달팠지만 가족과 함께하기에 마음은 부자였다. 

하지만 대다수는 경비 절감을 위해 ‘홀로서기’를 택한다. 두 명이 투어 생활을 하면 1년에 대략 100만 달러의 돈이 든다. 항공비, 숙박, 식사 모두 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겨운 것은 ‘마음의 상처’다. 국내에서 잘나가던 프로 A가 어느 날 일본으로 떠났다. 이유가 조금 슬프다. 그는 “한국 팬은 외모만 본다. 일본에선 공을 잘 치니까 팬이 많이 생기고 응원을 와주는 갤러리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투어에 대해 “별로 출전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일본보다 더 힘든 곳이 LPGA투어다. 늘 캐디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더 쓰인다. 미국 내 활동상이 한국 내에서 쉽게 ‘스캔들’로 둔갑한다. 외국에서 투어 생활을 하는 선수들은 대개 결혼이 늦거나 솔로가 많다. 이게 빌미가 된다.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돌거나 남자 캐디와의 ‘썸’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A선수와 B선수가 미국 투어 경기 중 골프장에서 공개적으로 싸움을 한 것도 국내에 곧바로 전해져 골프장 그늘집을 달궜다. B가 A의 캐디를 스카우트(?)하자 ‘네가 감히 내 캐디를 건드려’라며 전쟁(?)이 벌어졌다는 해설까지 곁들여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LPGA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티나 김(한국명 김초롱)이 미국 LPGA투어 선수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김초롱의 스윙-LPGA 스타의 골프 성장기>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LPGA가 ‘Lesbian Playing Golf Association’의 줄임말이라는 비아냥거림에 대해 “투어에서 뛰고 있는 동성애 선수는 24명뿐으로 전체 선수가 230명인 걸 생각하면 단지 10% 정도”라고 밝혔다. 책을 펴낸 이후 남의 입길에 더 자주 오르던 크리스티나 김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우울증과 자살 충돌에 시달리다가 올해 9년 만에 우승하며 정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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