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요란한데 ‘돈벌이’는 시원찮다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12.1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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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스타 PD 의존 등 한계 방송계에서 보는 CJ E&M 아킬레스건

흰 눈 사이를 헤매던 주인공 엘사가 “Let it go”라고 노래하는 순간, 전 세계 어린이 관객들은 그와 사랑에 빠졌다. 올해 초 개봉한 글로벌 애니메이션 히트작 <겨울왕국> 얘기다. 제작사인 미국 디즈니는 이 작품으로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 디즈니의 전체 영업이익 중 <겨울왕국>을 포함한 영화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 ‘만화영화 회사’로 유명한 디즈니는 사실 미국 내 지상파 채널 1개, 케이블 채널 5개 등을 보유한 종합미디어그룹이다. 디즈니의 밥줄은 다름 아닌 케이블 방송이다. 지상파 채널 ABC에서 올리는 수익이 전체의 10%도 안 되는 반면, 50%가 넘는 이익을 스포츠·엔터테인먼트·애니메이션 케이블 채널에서 뽑아냈다.

CJ E&M은 여러모로 디즈니와 비슷한 회사다. 케이블 방송과 영화 제작·배급을 주력 부문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지난해와 올해 영화 <명량>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등 신드롬을 일으킨 히트 상품을 내는 데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방송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CJ E&M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막대한 콘텐츠 관련 수입을 올리는 디즈니와 달리, CJ E&M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몇몇 작품 떴지만, 실패한 것도 많다”

CJ E&M과 디즈니의 수익 구조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CJ E&M에는 방송만 있는 게 아니다. 영화·디지털뮤직·공연·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사업이 한데 뭉쳐 있는데, 지난해 전체 이익으로 따졌을 때 케이블 채널의 비중은 3%에 그쳤다. 영화 역시 8% 수준이며, 공연·음악 부문에서는 오히려 25%의 손해를 봤다. 그동안 CJ E&M의 밥줄은 ‘넷마블’ 등 게임 분야였다. 전체 중 114%의 영업이익을 여기서 올렸다. 그런데 올해 게임사업부를 분리시켰다. 내부에서는 “이제 인센티브는 끝났다”는 자조의 소리가 나온다.

<미생>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로부터 사랑받은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심지어 3분기까지 CJ E&M의 방송 부문에선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만 따져보면 아직 끝나지 않은 <미생>을 제외할 경우, 손익분기점을 맞춘 드라마가 지난해에 종영한 ‘응사’(<응답하라 1994>) 정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매출은 증가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방송 부문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돈 되는 장사’를 못하고 있는 셈이다.

CJ E&M 안팎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품질 콘텐츠 생산의 근간이 된 과감한 투자가 안정적으로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산업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한국 방송 시장의 한계에서 찾는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자국 내 방송 및 영화 시장 규모가 대규모로 형성돼 있는 등 시장 환경이 미디어 사업에 매우 우호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다르다. 시청자 규모가 미국 시장에 비해 현저히 적고, 케이블 방송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유료 판매하는 구조 역시 정착돼 있지 않다. CJ E&M이 ‘글로벌’을 지향하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일본에도 지사를 설립했지만 축소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렇다 보니 결국 광고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 여건상 한계가 분명하다. 특히 방송계 최대 화두인 ‘지상파 중간광고’가 향후 허용될 경우 케이블이 입을 타격은 생각보다 크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콘텐츠 투자비용 대비 국내 방송(광고) 시장 규모 및 성장의 한계로 지속적인 이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 콘텐츠를 판매하지 못하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회장님 리스크’ ‘대기업 리스크’도 문제

CJ E&M의 콘텐츠 잠재력이 과대평가됐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의 성공은 소수 히트작 및 ‘스타 PD 파워’에 의존한 바 크다는 지적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현재까지 주목할 만큼의 성장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공작들이 두드러져서 그렇지, 실패한 작품도 상당수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는 2014년을 드라마 참패의 해로 본다. 한 지상파 PD는 “지상파도 심각하지만, CJ 쪽 역시 요즘 <미생>이 터져서 그렇지, 말아먹은 드라마도 많다. 최근 수년 중 올해 성적이 유난히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예능의 경우 지상파에서 건너온 소수 스타 PD에 대한 의존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CJ E&M 예능의 간판은 KBS 출신인 나영석 PD다. 나 PD 등 시장에서 ‘파워’가 검증된 이들에게는 프로그램 기획·편성 등 단계에서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이 CJ E&M 내부의 전언이다. 방송계에서의 위상이 확고한 덕에 광고 및 PPL 수주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한 몇몇을 제외하면, 이른바 ‘킬러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CJ E&M 내부 관계자는 “만약 나영석 PD가 나가거나 시장에서의 콘텐츠 파워가 떨어지면 현재로서는 ‘끝’이다. 큰돈을 들여 외부의 스타 PD를 데려오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공채로 뽑은 젊은 인력을 육성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방송가에서는 CJ E&M을 두고 ‘회장님 리스크’ ‘대기업 리스크’라는 말이 회자된다. 대기업 CJ의 정권과의 관계 등 외부 상황에 따라 CJ E&M의 콘텐츠 창작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재현 CJ 회장 구속 이후 정부 국정 기조 중 하나인 ‘창조경제’가 CJ E&M의 자기 PR 형태로 강조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12월3일 ‘2014 Mnet 아시안뮤직어워드(MAMA)’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가 등장한 것이 논란이 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상파 방송의 한 PD는 “<SNL>의 경우 시즌 1, 2의 정치 풍자 코미디가 인기도 높았고 평가도 좋았다. CJ가 정권에 덜미를 잡히기 전의 일이다. 지금 <SNL>은 그 정도의 위상이 아니다. 좀 더 잘나갈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음에도, 성적(性的)인 유머 코드를 강조하는 쪽으로만 나아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정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모기업 CJ가 콘텐츠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콘텐츠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면 다룰 것은 과감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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