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사위 김재열, 차기 IOC 위원 꿈꾸나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12.11 14: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사장 맡아…부인 이서현 사장은 경영전략담당

삼성그룹은 12월1일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사장(47)을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사장으로 발령 냈다. 이로써 제일기획은 임대기(대표이사)·이서현(경영전략담당)·김재열(스포츠사업총괄) 등 3인 사장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서현 사장의 남편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인 김 사장의 자리 이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익희 현대증권 연구팀장은 “이서현·김재열 부부가 제일기획과 제일모직을 경영하게 된 상황”이라며 “임 사장과 이 사장은 스포츠마케팅 분야에 아는 바가 없으니 적임자인 김 사장이 스포츠마케팅을 전담하면서 모든 일을 이 사장과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스위스 로잔 올림픽박물관에서 열린 ‘2018 동계올림픽 후보 도시 테크니컬 브리핑’에 참석할 때 사위인 김재열 사장이 동행했다. ⓒ 연합뉴스
“김재열 사장, 미국 프로야구단 인수할 것”

삼성은 김 사장 인사 이전부터 스포츠단을 제일기획으로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4월에 남자축구단(수원삼성 블루윙즈)이, 8월에 남자농구단(삼성전자)·여자농구단(삼성생명)이 제일기획에 인수됐다. 아직은 3개 팀에 불과하지만 스포츠계에서는 삼성그룹 내 5개 프로스포츠팀(야구·남자축구·남자농구·여자농구·남자배구)과 7개 아마추어 스포츠팀(테니스·태권도·탁구·레슬링·육상·럭비·배드민턴)이 제일기획으로 속속 모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산재한 삼성의 스포츠단이 제일기획으로 통합되면 김 사장은 스포츠 마케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인 김 사장의 스포츠 전문성과 스포츠단을 운영 중인 제일기획의 노하우가 결합되면 국내 스포츠 사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제일기획이 스포츠마케팅 기업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김재열 사장이 경영기획총괄사장으로 취임한 2012년부터 삼성엔지니어링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결국 2013년 1조원 이상 적자를 냈고, 부채 비율도 김 사장 취임 전인 2011년 말 295% 수준에서 지난해 말 550%까지 치솟았다. 화학공업 플랜트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재무 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그래서 김 사장의 보직 이동 이유를 삼성엔지니어링 실적 악화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김 사장은 실제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 사업 악화와 큰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은 김 사장에게 스포츠단을 이끌도록 하면서 기존에 없던 ‘스포츠사업총괄사장’ 직까지 만들었다. 글로벌 스포츠마케팅에 주력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삼성은 매년 외국 스포츠단을 지원하면서 글로벌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 그러나 한시적인 계약인 만큼 꾸준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엔 제한이 있었다. 예를 들어 삼성은 2005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프로축구팀인 첼시에 연간 약 300억원을 지원했고 첼시 선수들은 삼성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삼성과 헤어진 첼시는 터키항공과 연간 약 400억원의 지원 계약을 맺었다. 지속적인 마케팅 효과를 위해서는 외국 스포츠단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 배경이다.

특히 몇몇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은 최근까지도 한국 기업에 인수 의향을 묻기도 했다. 삼성그룹 간부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는 스포츠계 관계자는 “삼성이 미국의 스포츠단을 인수하면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CES)와 연계한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스포츠단의 구장을 삼성의 최첨단 전자통신 제품으로 단장해 삼성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스포츠단은 큰 기업 규모라서 인수하려면 결정권자가 필요한데 이재용 부회장이 믿을 만한 삼성가 사람으로 김 사장이 제격이라고 판단해 이번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야구단 인수는 추진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사장 ⓒ 시사저널 임준선
IOC 위원 놓고 조양호 회장과 경쟁 전망

삼성그룹의 스포츠마케팅을 책임지게 된 김재열 사장의 궁극적 노림수는 장인 이건희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 승계가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삼성의 글로벌 스포츠마케팅을 위해 IOC 위원직만큼 힘이 되는 명함도 없다. 김 사장은 2011년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단장을 역임했고,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 평의회 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이와 같이 굵직한 경력을 가진 그는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면서 국제 스포츠계에 얼굴을 알렸다. 현재 국내의 IOC 위원은 이건희 회장과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선수위원) 두 명이다. 이 회장이 현재 투병 중인 만큼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한 삼성은 경력과 실전 경험을 갖춘 김 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김 사장에게 삼성 계열 스포츠단을 몰아주는 이유는 국제사회에 삼성의 이미지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 IOC 위원이라는 직함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사장이 외국 스포츠팀을 인수하고 IOC 위원까지 되면 삼성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스포츠마케팅은 날개를 달게 된다. 그러나 복병이 있다. 차기 IOC 위원에 도전 중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조 회장과 김 사장은 각각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어 둘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위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대한탁구협회 회장과 2011년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끈 경력이 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리를 고사하면서까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열성을 보이고 있는 점도 차기 IOC 위원을 향한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는 최근 제일기획이 보유하던 자사주를 매입해 12.61%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제일기획의 2대 주주가 됐다.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의 지분율 격차를 0.03%포인트로 줄였다. 삼성그룹이 제일기획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스포츠계 관계자는 “이서현 사장이 있는 제일기획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김 사장까지 투입한 배경에는 제일기획을 크게 키우려는 의도가 있다”며 “제일기획은 단순히 패션과 디자인 기업이 아니라 과거 구조조정본부와 같이 삼성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총괄하는 집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 ⓒ 뉴스뱅크이미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는 두 명의 사위가 있다.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이다. 둘은 1968년생 동갑이고, 삼성가 딸과 결혼한 시기도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의 미래는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차기 IOC 위원을 놓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사장에게는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조 회장에 비해 비록 경험 면에서 뒤지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고(故)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 사장은 결혼 전부터 삼성가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이 부회장과는 청운중학교 동창이다. 1997년 이 부회장과 자리를 함께한 모임에서 이서현 사장을 처음 만났고, 이후 친구의 여동생으로 알고 지냈다. 이건희 회장이 암 치료차 미국에 머무르던 2000년 당시 스탠퍼드 대학 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던 김 사장은 병문안을 갔다가 이 사장을 다시 만났다. 이 사장은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어머니 홍라희 여사와 함께 미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사장은 당시 아버지의 투병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는 힘든 날을 보내는 상황에서 따뜻한 위로를 건넨 김 사장을 남다르게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건강을 회복한 후 귀국했고, 미국에 남은 이 사장에게 김 사장은 청혼을 했다. 삼성그룹 승지원에서 양가 상견례를 마친 후 그해 7월 화촉을 밝혔다.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ebay)에서 근무하던 김 사장은 2002년 제일기획 상무보로 옮겨와 삼성가 사람이 됐다. 10년 후인 2011년 제일모직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당시 전무에서 부사장이 된 지 석 달 만에 사장으로 승진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이던 당시 김재열 제일모직 부사장은 연맹 회장직에 단독으로 입후보했고, 삼성은 그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의 격에 맞춰 사장으로 진급시켰다는 게 삼성그룹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 승계 작업이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99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결혼한 임 부사장은 결혼 15년 만에 이혼을 준비 중이다. 성격 차이로 7년 가까이 별거한 끝에 올 10월 이 사장이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이혼 및 친권자 지정 소장을 제출했다. 슬하에 초등학생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 부사장이 삼성전기에서 퇴사할 것으로 봤지만 임 부사장은 법정 대리인을 통해 “거취와 관련해 알려진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이혼 관련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 직위에 따른 본분에 충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결혼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임 부사장은 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1995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평사원이었다. 그는 주말을 이용해 아동보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그곳에서 이부진 사장을 우연히 만나 4년간 교제했다. 이 사장이 삼성가의 반대를 설득해 결혼에 골인했다. 이런 배경으로 ‘남자 신데렐라’라는 말이 나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