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중대형 아파트 부활하다
  • 김관웅│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14.12.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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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후 수도권 매매가 0.59% 상승…전세 시장에서도 인기

2007년 이후 수년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중대형 아파트가 부활하고 있다.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던 매매가격 곡선이 어느새 멈추더니 올가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대형 아파트 전세가와 매매가격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큰 의미를 갖는다. 우선 주택 수요자들의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중대형 아파트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사줄 사람이 없는 애물단지 주택이었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분양해봤자 주인을 못 찾는 골칫덩어리였다.

또 1, 2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중대형 아파트 시대는 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

전세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현상은 명확하게 감지된다. 국민은행이 10월6일부터 11월10일까지 조사한 수도권 아파트 규모별 전세가격 변동 추이에 따르면 중대형(전용면적 95㎡ 이상~135㎡ 미만)이 0.69% 상승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95㎡~135㎡는 과거 37~51평 정도에 해당되는 주택이다. 이어 중형(62㎡ 이상~95㎡ 미만)이 0.66%를 기록했으며 중소형(40㎡ 이상~62㎡ 미만)과 소형(40㎡ 미만)은 각각 0.56%와 0.4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서울 용산 시티파크 주상복합아파트. ⓒ 시사저널 최준필
전세 시장에서도 중대형이 더 올라

특히 경기 지역에서는 중대형이 같은 기간 0.90% 오른 반면 중소형과 소형은 각각 0.57%와 0.27%를 기록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경기 용인시 신봉동 신봉동일하이빌2단지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봉동일하이빌2단지의 경우 올 3월까지만 해도 전용면적 84㎡와 134㎡의 전세가 차이가 없었는데 84㎡ 전세 물량이 다 빠지면서 134㎡도 순식간에 5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그동안 중대형 아파트는 관리비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꺼리는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중소형 아파트가 없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단지 전용면적 84㎡의 전세가는 3억2000만원 수준이지만 나오는 대로 바로 계약되면서 물량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해 전용면적 134㎡도 올 3월부터 가격이 5000만원 이상 올라 현재 3억7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 물량은 이 단지에서 1~2개에 불과하다.

서울은 이보다는 덜하지만 중대형 아파트 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에서는 같은 기간에 중형이 0.56% 올랐으며 중대형과 대형도 각각 0.50%와 0.51% 상승한 반면 소형은 0.42% 올라 상승 폭이 낮았다.

매매 시장도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중대형(전용면적 95㎡ 이상~135㎡ 미만)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 8월부터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을 시작했다. 중대형 아파트는 올해 8월 0.05% 상승한 이후 9월(0.24%)과 10월(0.24%)에도 연속 상승했다. 석 달간 상승률이 0.59%에 달한다. 또 전용면적 135㎡ 이상 대형 아파트도 9월 0.17% 상승하며 2011년 3월 이후 42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맛보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 상승률은 그동안 가장 선호하던 면적대인 중형(전용면적 62㎡ 이상~95㎡ 미만) 아파트가 같은 기간 0.77% 오른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것이다.

중소형과 격차 줄어들면서 새롭게 주목

중대형 아파트의 매매가격 약진은 서울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석 달 동안 0.65% 상승했으며 대형도 0.32% 올랐다. 같은 기간 중형은 0.87% 상승했다. 특히 강남 11개 구는 상승률이 0.79%에 달하고 있다.

중대형 강세는 단독주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지역 단독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중대형(건물면적 161㎡ 이상~331㎡ 미만)이 올 들어 10월까지 0.46% 상승했으며 대형(331㎡ 이상)은 0.83%나 급등했다. 반면 중형(95㎡ 이상~161㎡ 미만)은 0.07%오르는 데 그쳤으며 소형(95㎡ 미만)은 0.70%로 상대적으로 낮게 올랐다.

중대형 아파트가 주목받기 시작한 데는 무엇보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전세난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한 컨설팅회사 사장은 “수도권 주택 시장이 수년간 침체를 겪으면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3~4인 가구가 살 집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며 “중형 아파트가 부족해지자 세입자들이 중대형으로 넘어오면서 중대형 기피 현상이 옅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 전세 시장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대형 아파트를 거들떠보지 않으면서 중형 아파트와 중대형 아파트 간 가격차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중대형이 더 낮은 경우도 발생했다. 그러자 세입자들이 올 들어서는 같은 가격에 좀 더 넓게 쓸 수 있는 중대형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전세가가 반등한 것이다.

매매 시장도 마찬가지다. 2007년 이후 주택 시장이 침체의 길을 걷는 가운데 중대형 아파트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크게 내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년 새 반 토막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차가 거의 없어졌다. 

앞서 언급한 컨설팅회사 사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서울은 물론이고 분당·용인 등 수도권에서는 중소형 아파트와 중대형 아파트 가격차가 1억원 미만까지 좁혀진 곳이 수두룩했다”며 “중소형 아파트 가격에 돈을 조금만 보태면 가족 구성원들이 좀 더 넓게 살 수 있는 데다 매물도 많아 골라잡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요즘 아무리 1인 가구가 증가한다고 해도 자녀가 커갈수록, 소득이 늘어날수록 좀 더 쾌적한 주거 환경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중대형 아파트가 지금도 많이 저평가된 만큼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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