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국회의원 시절 재산신고 누락했다
  • 이천=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12.17 14: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이천 영일목장 주택 신고 안 해…부인과 형 이상은 위장전입 의혹

박기춘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1년 10월 남이천I.C.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중부고속도로에 새로 건설되는 남이천I.C. 인근에 이명박 대통령의 선영과 형인 이상득 의원 소유의 목장(영일울릉목장)이 위치해 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였다. 박 의원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수년간 승인 불가 판정을 받았던 사업이 불과 일주일 만에 허가됐다”며 “남이천I.C. 설치로 이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가치 역시 크게 상승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이천I.C. 건설로 이상득 일가 ‘대박’

박 의원이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배경은 이렇다. 이천시는 2002년부터 여러 차례 남이천I.C. 건설을 위한 신청서를 냈다. 허가를 맡은 한국도로공사는 번번이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인근 인구가 적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2009년 7월에는 “제2 경부선 건설에 따라 중부선 교통량의 30%가 감소된다”며 남이천I.C.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송갈리에 위치한 영일울릉목장. 이상득 전 의원과 부인, 형 상은씨가 목장과 주변 농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위장전입 의혹이 일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하지만 도로공사는 불과 1년여 만에 입장을 바꿨다. 도로공사는 2010년 8월 이천시가 신청한 남이천I.C. 건설 사업을 받아들였다. 도로공사 측은 “2009년 3867대였던 남이천I.C.의 1일 예상 교통량이 1년 만에 6233대로 증가하고, 2만명 수준이던 I.C. 이용 예상 인구도 12만2869명으로 늘어났다”고 승인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야권을 중심으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박기춘 의원은 “1년 사이에 교통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고, 세력권 인구가 여섯 배로 늘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도로공사가 이 대통령 퇴임을 대비해 타당성 없는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내년 말 개통 예정인 남이천I.C. 주변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영이 위치해 있다. 이상득 전 의원 일가는 선영 인근인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송갈리와 주미리 일대에 49만㎡(14만8000여 평)에 이르는 목장용지와 농경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땅의 2010년 1월 공시지가는 79억원 수준이었다. 그해 9월 I.C. 건설이 승인되면서 땅값이 폭등했고, 12월에는 300억~450억원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해양부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국토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2008년 1차 건의 때만 해도 경제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변 여건을 봐가며 향후 재협의하기로 했다”며 “2010년 8월 2차 신청 때는 경제성이 확보된 상태였다. 이천시에서 I.C. 설치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득 의원 측도 “서이천I.C.에서 선영까지 거리는 7㎞로 남이천I.C.를 거친 거리(15㎞)보다 더 가깝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남이천I.C.와의 실제 거리는 2㎞ 정도로 서이천I.C.(9㎞)보다 훨씬 가깝다는 점에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선영 인근에 위치한 이 의원 소유의 목장도 서이천I.C.까지 8.8㎞인 반면 남이천I.C.까지는 1.74㎞로 드러났다.

이상은, 동생 아들에게 땅 증여 논란

시사저널은 최근 이 땅에 대한 추가 취재 과정에서 이상득 전 의원이 현역 의원 시절 재산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이천시 호법면 송갈리 산××번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이천 선영 주변으로 추정된다. 등기부등본상에는 건평 30.09평, 지하 10.41평의 슬래브 주택으로 나와 있다.

문제는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 재산신고를 할 때 이 주택을 누락했다는 점이다. 이 전 의원이 공개한 2010년 재산목록 중 부동산은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송갈리 임야(4만6810㎡)와 서울 서초구 내곡동 논(1458㎡),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리 임야 및 대지(1만8411㎡), 경기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임야(2536.2㎡), 서울 성북구 성북동 도로(284㎡), 서울 성북구 성북동 단독주택(대지 포함 994㎡),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2동 연립주택(대지 포함 158.16㎡), 경북 포항시 연일읍 유강리 아파트(186.27㎡) 등이다. 문제의 주택은 재산공개 내역에서 빠져 있다.

이 전 의원의 부인 최 아무개씨는 1970년대 초반 이 집에 전입신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씨는 이천시 호법면 주미리 일대 논과 밭(1만6845㎡)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이때가 1972년 12월 전후다. 1996년 이전까지만 해도 농지 매입은 엄격하게 제한됐다. 농지로부터 8~20㎞ 범위 안에(통작거리 제한) 6개월 이상 거주(사전 거주 기간 제한)해야 농지 매입이 가능했다. 이천시 농정과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말농장이 활성화되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외지인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농경지 매입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과거만 해도 현지 주민이 아니면 농경지를 매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등기부등본상 이 의원의 주소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돼 있다. 하지만 부인의 주소지는 이천시 호법면 송갈리 산××번지 주택으로 돼 있다. 비슷한 시기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도 최씨와 함께 이 전 의원 소유 주택에 전입했다. 이 회장은 1973년 2월부터 영일울릉목장 주변 임야와 농경지를 사들였다. 하지만 임야를 매입할 때와 농경지를 매입할 때 이 회장이 등록한 주소가 달랐다. 이 회장은 1973년 2월10일 이천시 호법면 송갈리 산××번지(2만4870㎡)와 산××번지(2만3933㎡), 산××번지(10만1170㎡), 산××번지(1만7744㎡), 산××번지(3만6759㎡), 산××번지(4만1428㎡), 5××번지(433㎡) 등을 일괄 매입했다. 임야를 매입할 때 이 회장의 주소는 서울 용산구 원효로 4가 산호아파트였다. 하지만 농지를 매입할 때 주소는 이 전 의원의 이천 주택으로 표시돼 있다. 정확히 같은 시기에 매매 등기를 접수했음에도 임야를 매입할 때와 농경지를 매입할 때 주소를 다르게 표시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의 부인 최씨와 이 회장 외에도 이 아무개씨가 비슷한 시기 같은 주소에 전입해 인근 농지 8388㎡를 보유한 상태였다. 주택 하나에 3명이 전입신고를 하고, 비슷한 시기에 인근 농지를 대량 매입했던 것이다.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기자는 문제의 주택을 확인하기 위해 이천에 위치한 영일울릉목장을 방문했다. 12월10일 현재 이곳은 충북 진천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농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목장 관리인 명의로 ‘방역상 출입을 제한한다’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 농장 관계자는 취재진에 “농장 밖으로 나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전 의원이 신고에서 누락한 주택이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나는 모른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2011년 안평-송갈 간 도로와 남이천 I.C.가 이명박 대통령 선영 주변에 건설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영. ⓒ 시사저널 이종현
영일목장 관계자 “나는 모르는 얘기”

관할 면사무소를 방문하자 의문은 더욱 증폭됐다. 이 주택이 전산에 등록돼 있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는 상태였다. 호법면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토지이용계획확인서나 건물 등기상 증명서에도 해당 주택이 나오지 않는다”며 “주택 소유주가 변경 등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유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변경 등기를 하지 않으면 용도뿐 아니라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전 의원이 위장전입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주택에 대한 재산신고를 누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2012년 이 전 의원의 여비서 계좌에서 발견된 괴자금 7억원도 공직자 재산신고를 하지 않아 뒷말이 나왔다”며 “의도적인 재산신고 누락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 전 의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상득 전 의원의 성북동 자택과 이상은 다스 회장의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겼지만 12월12일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오지 않는 상태다.

ⓒ 시사저널 임준선·청와대사진기자단 제공
이상득 전 의원의 재산신고 누락과 부인 및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의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상은 회장이 조카 부부에게 증여한 경기도 이천 선영 주변 부지가 우선 주목된다. 이상은 회장은 2004년 6월 이천시 호법면 송갈리와 주미리에 있는 땅을 모두 이상득 전 의원의 장남인 지형씨와 부인 조 아무개씨에게 증여했다. 지형씨는 MB 정권 시절 인천공항공사 인수전으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지형씨 부부가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지 3일 만에 부지의 용도가 임야에서 목장용지로 바뀌면서 상당한 땅값 상승효과를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회장이 친아들이자 집안의 장손인 동형씨를 두고 조카 부부에게 많은 땅을 왜 증여했느냐는 점이다. 과거 영일울릉목장 주변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및 현대전자 전신인 국도건설 등이 대량으로 땅을 매입해둔 곳이다. 현대건설 계열사였던 동서산업도 이곳에 종합 콘크리트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개별 공시지가가 처음 공개된 1990년부터만 계산해도 이 전 대통령 일가는 5배 이상 차익을 냈다. 1972년부터 주변 땅을 매입했고, 주변에 I.C. 공사가 한창인 만큼 더 많은 시세 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 일가의 재산 검증 과정에서 이천 땅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당시 이 후보 측은 “젊은 시절 선친이 일본 목장에서 젖소 키우는 목부 일을 했다. 형 상은씨도 1970년대 초 폐결핵 치료차 이천 지역 온천에 자주 다녔다”며 “이런 인연으로 이천에 목장 개발을 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상득 의원 측도 “선친이 하던 일을 장남이 물려받았지만, (자신이) 목초지 개발이나 축사 건축, 도로 개설, 전기 설치 등에 많은 지원을 했다”며 “이런 이유로 상은씨가 땅을 정리하면서 조카인 지형씨에게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상은 회장이 실제 땅의 소유자가 아니라 명의만 빌려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의 선친은 과거 서울 은평구 진관내·외동 땅(743㎡)을 자녀들에게 상속했다. 이 대통령 일가는 1993년 자신들의 지분을 김 아무개씨에게 넘겼다. 이후 김씨는 지형씨에게 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2002년 10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이 땅이 ‘신시가지형 시범 뉴타운’ 대상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취임한 지 3개월 후였다. 뉴타운 사업 발표 후 이 일대 땅값은 1년여 만에 공시지가 기준으로 10배 가까이 올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지형씨가 이 거래로 최소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은 회장은 1977년 제주 서귀포시 상효동에 위치한 과수원 부지(6013㎡)도 매입했다. 이 땅은 1978년 중문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착공되면서 값이 크게 올랐다. 당시 이상득 의원은 매달 50만원 상당의 관리비를 대납해주면서 실소유 논란이 일었다.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위장전입 문제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일가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