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해의 인물] 재벌 후광 없이 “2015년 우승한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12.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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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석·염경엽 콤비, 강팀으로 만들어

2014년 한국 프로야구 우승팀은 삼성 라이온즈였지만 스포트라이트는 2위인 넥센 히어로즈가 더 받았다. 2008년 야구계에서는 무명이던 이장석 현 대표가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주)서울히어로즈(넥센 히어로즈)를 창단한 후 한동안 히어로즈는 구단 운영비가 모자라 ‘잘하는 선수를 내다 판 돈’으로 운영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히어로즈는 변했다. 2012년 5월 창단 후 첫 8연승을 기록하자 야구계에서는 넥센과 이장석 대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2013년 시즌 시작 전에 전문가가 예상하는 4강팀으로 꼽혔고, 올 시즌 전 시사저널의 전문가 의견 조사에서는 삼성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혔다. 실제로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우승을 다퉜다.

경영 수지와 경영권 분쟁은 과제

11월10일 한국시리즈 5차전 넥센과 삼성 경기. 8회말 무사만루 실점 위기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넥센 히어로즈의 2008년 이후 행보는 스포츠가 전해줄 수 있는 모든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폐단 직전의 구단, 재벌 기업의 후원이 없는 독립구단, 선수 출신보다 더 뛰어난 스카우트 능력을 선보인 구단주, 만년 꼴등에서 우승 후보로 팀 전력 수직 상승, 다른 구단에서 버려진 후 시즌 MVP로 뽑혀 인간 승리를 기록한 선수. 

이 모든 현상 뒤에 이장석 대표가 있다. 2012년 주루코치였던 염경엽을 사령탑에 앉힌 후 팀이 비상하면서 이 대표의 용병술이 주목받았다. 이

대표는 최근 스포츠서울이 주최한 ‘2014 프로야구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프런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유명한 경영인, 한국 스포츠 전문 경영인 1세대로 꼽힌다. 모기업인 재벌 기업의 후원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한국 프로스포츠계에서 넥센 히어로즈는 뒷배 없이도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구단 성적은 크게 좋아졌지만 경영 수지나 경영권 분쟁이 일고 있는 것은 히어로즈의 약점이다. 2008년 116억원의 매출에 3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서울히어로즈는 2013년에는 238억원 매출에 6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대표가 경영을 맡으면서 매출액은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손실액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과제는 재미교포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해결이다. 2008년 홍 회장이 자금난에 시달리던 서울히어로즈에 20억원을 지원했다. 이 부분을 놓고 홍 회장은 ‘투자’라고 하고, 이 대표는 ‘빌린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홍 회장은 투자금 20억원의 조건으로 서울히어로즈의 지분 40%를 받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홍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히어로즈의 임상수 변호사는 “그 계약은 서울히어로즈와 홍 회장이 맺은 계약이고, 지분을 내줘야 하는 주체는 서울히어로즈 법인이다. 하지만 서울히어로즈는 자사주 같은 자신 명의의 주식이 없다. 그래서 계약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지난 8월 히어로즈가 홍 회장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법원에 냈다. 내년 3월까지 판결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시대를 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가 경영 안정에 이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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