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환자 증가, 스트레스가 주범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12.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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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0명당 10.4명꼴…외국 4~4.5명보다 배 이상 많아

대한민국 사회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대상포진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조사했더니, 연간 평균 50만명 이상이 이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박영민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입한 5090만명의 진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해마다 약 52만명이 대상포진에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는 62만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상포진 발생률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결과는 인구 1000명당 10.4명(여성 12.6명, 남성 8.3명)꼴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까지 미국·캐나다·유럽·남미·아시아·호주 등에서 조사된 1000명당 대상포진 감염자 수는 4~4.5명이다. 한국의 대상포진 감염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2배가량 많은 셈인데,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과도한 업무와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과거보다 병원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박영민 교수는 “환자가 부담하는 대상포진 치료비용이 4만5000원(진찰·진단·처방·치료비 포함)으로 다른 나라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추정했다.

환자가 피부과에서 대상포진 백신을 맞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스트레스 잦은 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

50대 직장인 김수영씨는 올여름 야근을 마치고 귀가한 후 왼쪽 옆구리에 뜨끔거리는 통증을 느껴 파스를 붙이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통증은 더 심해졌다. 김씨는 “파스를 떼어보니 좁쌀만 한 물집이 있어 병원에 갔는데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50대 연령층이 대상포진에 가장 많이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 13만명이 넘는다. 다음은 60대(약 9만명), 40대(약 9만명), 30대(약 6만명) 순이다. 박 교수는 “중·장년층에서 이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라며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잠복해 있던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깨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최근에는 젊은 사람에게서도 발병이 늘어나고 있다. 10대(약 2만명)와 20대(약 4만명)뿐만 아니라 심지어 10대 미만(9500명) 어린이에서도 대상포진 감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요즘 특징은 여성이 남성보다 1.5배나 많이 대상포진에 걸린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대상포진을 가볍게 앓더라도 자신의 피

부 상태에 민감한 여성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특히 50대 이상 여성은 2011년 한 해 동안 33.8회 병원 등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남성(25.1회)보다 많은 횟수다. 이 점도 여성의 연간 대상포진 감염률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여름과 겨울에 대상포진이 많이 발생한다는 통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전체 환자가 4계절(봄 24%, 여름 26%, 가을 25%, 겨울 25%)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생기는 질환이어서 계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 예방은 스트레스를 피하고, 하루 7~8시간 숙면을 취하며,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백신 접종자 가운데 30~40%는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지만 설령 감염돼도 증상이 가벼워지고 기간도 단축된다. 박 교수는 “50세 이후라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백신 효력은 3~5년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재발률 0.1~1%로 매우 낮아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어릴 때 수두를 일으킨 후 신경 주위에 잠복하다가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신경을 타고 나와 피부에 물집과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물집은 주로 몸통·엉덩이 부위에 잘 생기지만 얼굴·팔·다리·머리 등 신경이 있는 부위라면 어디든지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물집이 발생한 후 3~5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일주일 정도 주사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그러나 치료 시작이 늦거나, 고령이라면 치료 후에도 수년 이상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합병증은 병이 치료된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포진 후 신경통’이다. 양준모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러 가지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이 병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 있는 약은 없다.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 포진 후 신경통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상포진 환자를 접촉했다고 이 병이 전염되지는 않는다. 이 질환이 한 번 발생했다고 해서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어서 재발할 수도 있지만, 재발률은 0.1~1%로 매우 낮다. 대상포진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단순포진이 있다. 체내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잠복하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특정 자극을 받아 피부로 올라와 염증을 일으키는 점은 같다. 그러나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다르다.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를 앓았던 사람에게서 나타나지만, 단순포진은 전염성 질환이어서 모든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다. 재발률도 대상포진은 10% 미만이지만 단순포진은 70~80%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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