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읽고 머리 아프고 힘들어 하면 안 되지 않나”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1.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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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 펴낸 <완득이> 작가 김려령

영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원작자로 알 만한 사람이 많아진 김려령 작가(44)가 ‘이상적인 저학년 동화의 전형이라 할 만한’ 신작을 펴냈다.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다.

김 작가가 동화를 쓴 것이 처음은 아니다. 소설로 유명해지기 전에 이미 주요 아동문학상을 두 개나 받았으니 ‘중견’ 동화작가인 셈이다. 아동문학상을 받을 당시 그의 생각은 이랬다.

“동화는 내 글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을 기본으로 갖고 있어서 소설도 쓸 수 있었다. 처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그냥 막연히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동화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아이들과 소통을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대학 2학년 아동문학 수업 시간에 황선미 교수가 ‘너 동화 써도 되겠는데’라고 말해주셨을 때 그게 어찌나 기뻤는지. 그 후로 정말 신나서 글을 썼던 것 같다.”

ⓒ 뉴시스
한국 사회의 그림자 그려내는 솜씨 탁월

김 작가는 소설 <완득이>를 통해 도시 빈민,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한국 사회의 그림자를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또 <우아한 거짓말>로 청소년 자살 문제를 가족애와 삶의 이야기로 풀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작가이기에 동화를 쓸 때도 모종의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고 한다.

“동화는 아무래도 주 독자가 아동이다 보니 책임감이 있다. 그렇다고 선생님처럼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항상 책 읽는 것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내 책을 읽고 머리 아프고 힘들어 하면 안 되지 않나. 지식 전달 같은 것보다는 그냥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바람이다.”

신작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에서도 그런 작가의 마음이 읽힌다. 열 살 순주, 여섯 살 진주가 전파사 파란 트럭을 타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짐칸을 덮은 방수포가 불룩할 정도로 이것저것 챙겨 실어 이사라도 가는 것 같지만 실은 온 식구가 함께 휴가를 가는 중이다. 휴게소에서 도시락을 먹고도 한참을 더 달려 도착한 산속 별장, 테라스도 있고 벽난로도 있다는 말에 한껏 들떴던 순주인데 이 집은 어쩐지 텔레비전에서 본 ‘별장’이 아니라 그냥 낡은 시골집 같다. 게다가 엄마·아빠가 나누는 대화도 수상하다. “어때, 괜찮지?” “며칠 지내보고 결정하라니까, 한번 지내보자고.” 그때서야 순주는 탄탄동 만복전파사에 손님보다 더 자주 찾아오던 건물 주인이 생각난다.

이야기 속에는 순주와 진주, 유동이가 사는 탄탄동이 아닌 새로운 공간이 두 군데 등장한다. 순주와 진주가 산속 별장 벽난로 굴뚝으로 올라갔다가 마주친 산타클로스의 마을과, 순주와 유동이가 크게 울리는 시계 소리를 피해 달아나다 맞닥뜨린 자린고비 할아버지의 마을이다. 이처럼 다층적으로 설계된 이야기 속 판타지 공간은 지금 행복하고 싶은 아이들의 솔직한 갈망을 반영하는 동시에 사람다운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진실을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한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 소소한 웃음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웃의 다복한 삶 풍경에 삶의 진실 담겨

‘만복전파사’는 어떤 곳인가. 우리가 떠나온 오래전 고향 아닐까. 동화 속 만복전파사는 작은 동네, 좁은 길로 연결된 상점과 집 사이에 있다. 만복전파사는 이제 많이 낡았지만 순주 할아버지가 페인트로 직접 쓴 간판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순주 아빠가 해마다 글자를 덧칠하고 잘 닦았기 때문이다. <탄탄동 사거리 만복전파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손때 묻은 이 간판에 모두 담겨 있다. 행복의 비밀은 핑크빛 미래도, 황금빛 과거도 아닌 오만 가지 인생의 빛깔로 단단하게 윤이 나는 ‘지금’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장치다.

김 작가는 동화, 청소년 소설, 성인 소설을 두루 써냈다. 또한 그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온 가족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그래도 궁금하다. 동화라 해도 어른이 먼저 찾아 읽고 마음이 훈훈해지게 하는 비결은 뭘까.

“먼저 염두에 두는 독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하지만 나는 독자를 제한하지 않는다. 주 독자층은 아이들을 중앙에 놓고 쓰지만, 독자층이 확대되는 건 내 힘이 아니다. 독자분들이 원을 더 키워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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