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의 날벼락’이 162명 목숨 삼켰나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1.0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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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아시아 여객기 사고로 본 날씨와 항공기 상관관계

지난해 12월28일 162명을 태운 에어아시아 여객기 QZ8501편이 실종됐다.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운항하던 중 교신이 끊긴 상태였다. 이후 이틀 만에 보르네오 섬 앞바다에서 여객기 탑승자로 보이는 시신과 기체 잔해들이 발견됐다. 무사귀환을 바라던 실낱같은 희망이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2014년은 유난히 항공기 사고가 많은 해였다. 지난 7월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를 지나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MH17편이 반군이 쏜 미사일에 맞고 추락하는 바람에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했다. 타이완 푸싱항공 여객기가 비상 착륙에 실패해 47명이 숨지고, 알제리항공 소속 여객기가 추락해 116명이 사망했다. 3월에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MH370편이 239명을 태운 채 베트남 남쪽 해상에서 사라졌다.

2014년 12월30일 에어아시아 탑승객 시신과 항공기 잔해가 보르네오 섬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 AP연합
추락 유력한 원인은 난기류로 추정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은 98분의 1인 반면,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은 7178분의 1이라고 한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자동차보다 70배나 더 안전한 비행기가 가끔 한 번씩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에어아시아 여객기의 유력한 사고 원인은 난기류로 추정된다. 사고기가 폭풍우를 피하려다 심한 난기류를 만났다는 것. 인도네시아 항공 당국은 에어아시아 여객기 사고 당시 기장이 악천후 때문에 고도를 3만4000피트(약 10.3㎞)에서 3만8000피트로 높이겠다고 요청했으나, 그 시각 3만8000피트에 가루다 항공기가 비행 중이라 고도 변경을 승인하지 않았다”며 “난기류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난기류는 구름 내부의 풍속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공기의 불안정한 흐름이다. 갑자기 심하게 수직으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바람을 만나 공기층이 불규칙하게 흐르는 것을 뜻한다. 바람과 조류는 바다에 파도가 일게 하듯, 바람과 기류 역시 대기 중에 일종의 파도를 유발한다. 난기류란 파도처럼 출렁이는 공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표 부근에서는 비행기의 착륙과 이륙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고도가 높아지면 항공기가 구름 속을 비행하거나 산을 타고 내려가는 경우에 난기류를 경험할 수 있다. 산을 타고 내려가는 난기류는 3만5000피트 상공까지 나타난다. 순항하던 항공기가 공기 주머니(air pocket)로 불리는 난기류 지역을 지나게 되면 바람의 방향과 속도의 변화가 심해져 쉽게 중심을 잃는다. 폭풍우와 회오리구름 역시 난기류를 유발할 수 있다.

난기류는 심지어 맑은 하늘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청천난류라고 불리는 급격한 기류 변화를 만나면 비행기가 갑자기 상승 또는 하강한다. 주로 중위도(30~50도)와 약 3만 피트(9㎞) 전후의 고도에서 제트 기류 주변에 형성되는 강한 하강 기류에 의해 발생한다. 구름이나 천둥, 번개 같은 기상 현상과 무관하기 때문에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예고 없이 찾아와 사고를 부를 수 있다. 기내에 앉아 있을 때 항상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이유다. 

2009년 6월1일 대서양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228명이 목숨을 잃은 에어프랑스 여객기 447편은 강한 난기류 속을 운행하다 누전이 발생해 추락했다. 폭풍우를 동반한 악천후와 맞닥뜨릴 경우 기체가 운항을 지속하기 어려운 각도와 속도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난기류로 인한 항공 사고는 생각만큼 흔한 일이 아니다. 항공기를 제작할 때부터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리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기상레이더는 이런 폭풍들을 예측해 피해갈 수 있도록 한다. 최근에는 까다로운 청천난류도 예측할 수 있는 기상 장비가 연구되고 있다.

에어아시아 여객기 추락 원인 중 또 하나는 운항 중에 운항 경로를 가로막는 거대한 적란운(積亂雲)을 만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객기가 지나고 있던 보르네오 섬 남서쪽에 두께 5~10㎞ 정도의 적란운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적란운은 산이나 탑 모양으로 치솟아 수직으로 발달한 웅대한 구름덩이다. 구름의 꼭대기 부분이 얼음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항공기가 이를 지나가게 될 경우 기체에 얼음이 달라붙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외부 온도와 기압을 측정하는 센서 등 전자 기기가 얼어붙어 오류를 일으키거나 날개에 얼음이 달라붙어 동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적란운은 돌풍·폭우·폭설·우박도 동반한다. 여름철에 많이 발달하지만 겨울철의 전선을 따라서도 생성된다. 큰 규모의 적란운은 ‘하늘의 저수지’라 할 만큼 1000만~1500만 톤의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포함하고 있다. 보통 항공기 기장은 이를 피하기 위해 적란운의 위치와 형태를 레이더로 확인한 후 옆이나 위로 우회 비행한다. 에어아시아 여객기도 적란운을 피해 분명 우회했을 텐데, 우회하던 중 적란운이 더 발달해 여객기가 강한 하강 기류에 휩싸이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적란운·메가번개도 항공기 사고의 주적

2006년 6월9일 승객 200명을 태우고 비행하다 악천후를 만나 기체가 손상된 채 비상 착륙한 아시아나항공 8942편 역시 강한 우박과 돌풍을 일으키는 적란운대를 확인하고도 제대로 비켜가지 않아 사고가 났다. 2007년 1월1일에는 탑승객 102명을 태우고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를 출발해 술라웨시우타라 주의 주도 마나도에 도착할 예정이던 애덤에어 574편이 적란운을 만나 술라웨시 섬에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적란운을 ‘항공기의 적’으로 부르기도 한다.

악(惡)기상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항공기에 위험하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번개도 항공기 운항에 위협적인 존재다. 적란운의 위쪽에는 음전하, 아래쪽에는 양전하가 있다. 이 전하들이 충돌하면서 잠깐 동안 전류가 흐르는 ‘방전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번개다. 다행히 번개를 맞아 사고가 발생하거나 추락하는 항공기는 거의 없다. 번개를 맞아 생기는 10억V의 전류는 비행체 표면으로 흘러 날개 끝에서 공중으로 다시 흩어지도록 피뢰침이 항공기의 좌우와 수직 날개 부분에 40~50개나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항공기를 훼손하는 것은 메가번개다. 보통 번개보다 1000배 정도 큰 메가번개는 다른 번개와 달리 구름 위에서 발생한다. 시간은 1000분의 1초~10분의 1초 정도로 짧지만, 규모는 80~90㎞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이 메가번개에 맞으면 심할 경우 항공기 표면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조종사의 순간적인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 나침반을 오작동시키고 무선 교신을 방해한다. 2005년 8월 에어프랑스 A340 항공기는 기상 악화로 공항 상공을 몇 차례 선회하다 메가번개를 맞아 정전이 되었고, 결국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기체가 두 동강 났다. 항공기는 전소됐지만 탑승자는 모두 무사히 탈출했다. 미국 공군(USAF)에 따르면 각종 항공 재난과 연관된 악기상의 절반 이상이 번개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상용 항공기는 1년에 1회 이상 번개를 맞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착륙 11분 동안 사고 발생 86%

폭풍우를 동반한 날씨만이 항공 사고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도 조심해야 할 항공기의 적이 있다. 바로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다. 버드 스트라이크란 항공기에 새가 충돌해 일어나는 사고를 말한다. 대형 항공기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부딪히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시속 370㎞로 이륙하는 비행기에 0.9kg짜리 청둥오리 한 마리가 부딪히면 항공기는 순간 4.8톤의 충격을 받는다. 이 정도 충격이면 조종실 유리가 깨지거나 기체 일부가 찌그러질 수 있다.

2011년 12월6일 김포를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제주항공 HL7796편 B737-86N 여객기가 새와 충돌해 이륙 10분 만에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에서는 지난 5년간 버드 스트라이크가 618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1월15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승객 150명을 태운 US항공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해 엔진이 멈추면서 허드슨 강에 불시착했다. 다행히도 기적과 같은 착수로 탑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이는 항공 사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상착수로 기록되고 있다.

조종사의 대응과 기체 결함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제프리 토머스 호주 항공 전문가는 이번 에어아시아 사고도 폭풍을 피하려 고도를 높였으나, 느린 속도로 비행한 탓에 날개에 충분히 양력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비슷한 사고는 2007년 9월16일 푸껫 국제공항에서도 일어났다. 푸껫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타이항공 자회사의 원투고항공 269편은 실속(失速)으로 인해 양력을 잃고 추락했다. 당시 푸껫 국제공항은 안개와 강한 비바람 등 심한 악천후로 접근이 어려웠다. 이로 인해 89명이 사망했다.

항공업계는 항공기가 이륙하는 3분과 착륙하는 8분 동안 사고가 날 개연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그래서 이 시간대를 ‘마(魔)의 11분’이라고 부른다. 과거 항공기 사고 발생 시간을 분석해보면 전체 항공기 사고의 86%가 ‘마의 11분’ 동안에 발생했다. 이륙할 때는 비행기가 최대한 힘을 내서 떠오르는 중이어서 기체 결함 등 위험 요인을 발견해도 조종사가 즉각 대처하기 어렵다. 착륙 전에는 항공기가 고도를 크게 낮춰 지면과 가까워진 상태라서 긴급 사태가 발생할 때 조종사가 기수를 갑자기 올리기가 어렵다.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항공기 사고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비행기 사고의 생존율은 의외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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