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 홀로 선 안철수, 또 봄은 올까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5.01.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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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을 나갈 수도, 남기도 힘든 처지 윤여준·금태섭 반응도 ‘싸늘’

지난해 3월2일 ‘안철수 신당’ 쪽 인사들과 지지자들은 TV 뉴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모두 충격을 받은 모습들이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함께 ‘당 대 당’ 통합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기습적인 이 뉴스는 휴일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심지어 양측 당사자인 민주당과 새정치추진위원회(이하 새정추·새정치연합 창당 준비기구) 내부 관계자들도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을 정도로 최측근 인사 몇몇에 의해 극비리에 진행됐다. 통합 선언 직후 안 위원장은 새정추 주요 핵심 관계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의 눈에 비친 안 위원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치 초년병’ 그 자체였다.

“무척 고무된 분위기더라. 김한길 대표가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민주당 사람들 60% 이상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했다더라. 지금은 비록 김한길 대표와 공동대표지만, 이후에는 자신이 단독대표가 되는 약속을 받았다고. 사실상 120여 석의 거대 정당(민주당)을 우리가 먹은 거라며. 그때 마냥 기뻐하는 안 위원장을 보고, ‘아, 이 사람은 진짜 정치인이 되려면,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합 선언 직후 이 인사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 작별을 고하고는 짐을 쌌다.

2012년 11월21일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심 없으니, 안 전 대표 쪽에 물어보라”

새정치민주연합의 2·8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이른바 ‘안철수계’는 철저히 ‘비주류’다. 아니, 거의 당 외부 세력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런 안 전 대표 진영에서 예비경선이 있은 1월7일을 전후해 눈길을 끌 만한 두 개의 뉴스가 연이어 나왔다. 예비경선 직전인 5일, 과거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 등 측근 4인이 대담 형식으로 안 전 대표의 대선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책 <안철수는 왜?> 발간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6일에는 정 교수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 자신의 정치 행보를 위해서도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에 있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사실상 탈당을 종용하는 발언을 했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8일, 안 전 대표 측은 “오는 13일 고려대 장하성 교수와 한국 경제 해법을 찾기 위한 좌담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지난해 ‘안철수 신당’ 창당 과정에서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소장을 맡아 활동했다가, 민주당과의 통합 선언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 측이 다시 통합 이전 세력들의 규합에 나선 것이라고 전망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안 전 대표 측에서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측근으로 통하는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와 장 교수는 그동안 경제 문제를 함께 논의하며 계속 관계를 가져왔다”며 “장 교수뿐만 아니라 그동안 ‘새 정치’를 지지했던 (과거의) 이들과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윤여준 전 새정추 공동위원장과 금태섭 전 대변인 등의 이름이 일부 언론에서 거론됐다. 안 전 대표가 이들을 만나고 있거나, 만나려 한다는 것이다.  

당 밖에서 들려오는 이런 일련의 뉴스는 2·8 전당대회를 앞둔 새정치연합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안철수 진영에서 지난해 3월 민주당과의 통합을 후회하며, 다시 1년 전으로 판을 되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새정추의 복원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안 전 대표 뜻대로 굴러갈 것 같지는 않다. 새정추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윤 전 위원장은 기자에게 “안 전 대표를 만난 적이 전혀 없다. 물론 연락받은 바도 없고, 관심도 없다. 현재 정치를 떠나 다른 방향에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 이름이 거론되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안 전 대표와 관련된 일각의 추측성 보도를 원천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 전 대변인 역시 “나는 뉴스로 들은 것 말고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사실 확인 여부는) 안 전 대표 쪽에 물어보시라”고 했다. “혹시 안 전 대표 측에서 제안이 오면 다시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여준 전 새정추 공동위원장 ⓒ 시사저널 임준선 금태섭 전 대변인 ⓒ 시사저널 이종현
“독자적 힘으로 위상 되찾긴 어려워”

1년 전 새정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무릇 정치란 큰 도량을 품고 가야 한다. 설령 지금 자신에게 좀 손해가 오더라도 앞을 보고 끌어안는 게 필요하다. 물론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측에서 (안 전 대표에게) 잘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선 투표 당일, 결과도 안 보고 바로 미국으로 가버리는 것은 정치 지도자가 할 행동이 못 된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예비경선일에 꼭 미국을 가야 하나? 마치 토라진 사람처럼”이라며 안 전 대표의 편협함을 비판했다. 고원 서울과기대 교수는 “사실상 새정치연합에서 거의 ‘왕따’가 되다시피 한 지금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을 깨고) 나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냥 안에 있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며 “스스로가 앞으로 혁명적 변신을 보여주지 않는 한, 사실상 안 전 대표가 새로운 뭔가를 도모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오는 2·8 전대에서도 그의 역할은 극히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한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김·안 공동대표 체제 때 안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당내 한 인사는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했다면 또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는 안 전 대표가 세 후보 중 그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아니, 세 후보 측에서 안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지금 국면을 잘 견뎌내면 후일을 기약할 수도 있다. 지금 전대가 새로운 인물이 없어 국민적 관심을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안 전 대표와 관련된 책 한 권 나온 것이 더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한때 ‘새 정치’의 아이콘으로 대선 정국을 주도했던 안철수 전 대표는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의 분석이다. “사실상 안 전 대표의 독자적인 힘으로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란 어렵다고 본다. 야권 내 다른 유력 주자들의 낙마나 악재 발생 등으로 인한 반대급부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면 모를까. 앞으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나 김부겸 전 의원 등 신진 주자들이 부상하게 되면서 안 전 대표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거론되면서 기존 자신이 갖고 있던 ‘비정치적 이미지’도  빼앗기고 있다.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당을 뛰쳐나갈 수도 없다. 한편으론 이런 여러 가지 악재들을 어떻게 견뎌내는지가 ‘정치인 안철수’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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