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독도’ 중국인이 노린다
  • 제희원 인턴기자 (jessy1222@hanmail.net)
  • 승인 2015.01.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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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단 서격렬비도 매입 시도…실소유주 “정부는 관심도 없어”

‘서해의 독도’를 둘러싸고 요즘 시끄럽다. 사실상 대한민국 영토 최서단 섬이라고 할 수 있는 서격렬비도를 중국 자본이 매입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중국 사람들이 이 섬을 사려는 이유는 이곳이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서해 우리 영토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배경도 있다. 서격렬비도가 속한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가 옛날 중국인들의 유배지였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 지역에는 농어·광어 등 고급 어종이 풍부해 우리 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잦다. 우리 해경과 중국 어선이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중국 자본이 이 섬을 매입한다고 해서 중국 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현재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 영해 기점인 섬의 소유권을 중국인이 갖게 되었을 때 예상되는 문제는 의외로 심각하다. 이 섬을 중국인이 소유했다는 것이 후대 영토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26일 부랴부랴 이곳에 대해 외국인토지거래제한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 국적을 가진 대리인을 앞세워 섬을 사들이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은 인물이 바로 섬의 소유주 홍준씨(47)다. 이 섬은 개인 소유였기 때문에 소유주가 마음만 먹으면 외국에 팔 수도 있었다. 실제 2~3년 전부터 중국인들로부터 그에게 섬을 팔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공시지가(약 9000만원)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홍씨는 정부에 문의했지만, 정부의 안이한 태도에 당황했다고 한다. 우리 영토 최서단의 운명이 홍씨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상황이 된 것이다. 시사저널은 충남 당진에 있는 홍씨의 사무실에서 중국인 섬 매입 논란의 진실과 국유화 추진에 대한 그의 입장을 들었다.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영토 서격렬비도를 중국인들이 눈독들이고 있다. 사진은 동격렬비도에서 바라본 서격렬비도 전경. ⓒ 시사저널 임준선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어떤 경로로 사들이게 됐나.

12년 전에 이 섬을 우연히 알게 돼 구매하려고 경매에 참여했다. 나름으로 가치가 있는 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싼 가격에 경매에 나왔더라. 다른 사람이 낙찰받았는데, 이 섬을 갖고 싶어서 입찰자를 찾아가 그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 30~40년 갖고 있을 생각으로 샀다.

이 섬을 팔기 위해 중국인들과 만난 적이 있나.

최근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인이나 한국인 브로커가 접근해왔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국인과 직접 만난 것은 아니고 한국인 브로커와 만났다.

가장 최근에 만난 건 언제였나.

지난해 봄쯤이었는데, 구체적인 얘기가 오간 건 아니다.

중국 측에서 제시한 금액이 얼마 정도였나.

당시에 20억원 정도를 제시했다. 여러 군데서 제안을 받았다.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에는 그보다 몇 배 오른 가격을 제안했다.

중국인에게 높은 가격에 팔 수도 있었을 텐데.

애당초 중국이나 다른 사람에게 팔 마음은 없었다. 국토 최서단 섬인데 함부로 할 수 있나. 중국 쪽에서 연락받기 전부터 이 섬이 나중에 일본 센카쿠 열도처럼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2012년부터 해수부·태안군·충청남도·청와대에 국유화를 제안했다.

해수부에서는 소유주가 요구하는 가격과 너무 차이가 나서  국유화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부가 제시한 금액이 2억원이다. 2억이든, 20억이든 중요하지 않다. 정 필요하다면 그냥 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해수부에 국유화를 제안했을 때, ‘아직 필요치도 않은데 정부가 왜 사야 하느냐’는 식이었다.

섬 소유주가 정부를 상대로 땅값을 더 많이 받으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2억을 제시했으면, 2억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쓸데없는 곳에 세금은 수천억씩 날리면서, 최서단 영토에 대해 제대로 감정평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 돈 많이 받아서 좋은 데 쓰는 것이 더 맞는 일이라고 본다.

먼저 국유화를 제안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는데 그때 심정이 어땠나.

정말 답답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하는 판국이다. 정부가 먼저 국유화하자고 제안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해 7월에 처음 언론 보도가 되니까 그제야 가만히 있던 해수부 직원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며 나를 찾아왔다.

서격렬비도 소유주 홍준씨. ⓒ 시사저널 임준선
정부의 태도가 무성의했다는 뜻인가.

지난해 12월26일 외국인토지거래제한조치를 취하고도 통보도 없었다. 그래도 이게 개인 재산인데 상의를 하거나 통보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의 다른 부처와도 접촉해봤나.

국방부와도 접촉해봤다. 이 부근에서 한·미 연합훈련이나 함포 훈련이 자주 있기 때문에, 국방부에 건의해 이 섬 관리를 제안했지만, 함정이 항상 정박 중이기 때문에 섬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앞으로 섬 관리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국유화는 요원하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접촉 중이다. 서격렬비도에 관심이 큰 ‘독도사랑운동본부’와 연계해서 ‘1평 갖기 운동’도 해볼 생각이다. 결실은 없었지만, 대기업들과도 접촉하는 중이다. 내가 땅값을 많이 받아서 어려운 많은 분이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서격렬비도는 격렬비열도(새가 날아가는 모습으로 나란히 있는 세 개의 섬)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중국 산둥반도에서 268㎞, 충남 태안에서는 55㎞ 지점에 위치한다. 실제 국토 최서단 섬은 백령도지만 중국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서해상 섬은 서격렬비도다. 총면적 12만8903㎡로 여의도의 7분의 1 크기다. 괭이갈매기 집단서식지로 알려졌으며,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다. “이 섬은 우리나라 영해를 결정짓는 직선 기선의 포인트가 되는 23개 영해 기점 중 한 곳으로 소유권 문제를 넘어서 지정학적으로나 상징적으로 갖는 의미가 크다”고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김동욱 박사는 말했다.

주무 관청인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서격렬비도가 외국인토지거래제한구역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매입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토지를 산다고 그곳이 외국 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정서상 부적절해 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국유화 계획에 대한 질문에 해수부 측은 “소유주와 가격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고 예산 확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 내에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영해 기점 23곳 중 무인도가 13개다. 그중 사유지는 제주도에 있는 사수도와 서격렬비도 두 곳이다. 다른 영해 기점은 사람이 거주하고, 나머지 무인도는 국유지거나 공유지여서 논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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