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마지막 식사가 장어 요리였네”
  • 조은정│미술평론가 ()
  • 승인 2015.01.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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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미스소니언 뮤지엄 등 인터넷으로 소장품 공개해 인기

지적 재화의 분배와 공유는 인터넷 시대의 미덕이다. 정보의 소유 자체보다 어떻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연구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최근 미국 스미스소니언 뮤지엄이 한국에서 유래한 문화재를 인터넷을 통해 고해상도 이미지로 공개한 것은 이런 기본 원칙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이번에 공개된 프리어·새클러 컬렉션의 소장품은 기증자의 유지에 따라 외부 전시가 이뤄지지 않기에 세상에 소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이번에 뮤지엄 측의 강력한 의지로 모든 소장품을 디지털 이미지로 무료 공개한 것이다. 이는 분명 새로운 기운이라 할 것이다. 합법적으로 취득한 타국 문화재에 대한 자신감과 그것을 지식으로 재생산하고자 하는 공공성 실현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미술사의 주요 작품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필자에게도 온라인에서 자주 찾는 곳(www.haltadefinizione.com)이 있다. 단 15분만 머무를 수 있는 수도원 식당에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하고 그것도 희미한 실루엣을 쳐다봐야 하는 현실의 당혹감에서 벗어나 “어머나, 예수의 마지막 식사가 장어 요리였네!”를 외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는 누군가의 버터나이프가 유다를 향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뿐더러 <우루비노의 비너스> 발밑 강아지가 자는 척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즐거움도 모두 고해상 화질 덕이다.

독일 뮌헨의 알테피나코테크 전경과 이곳에 전시된 뒤러 자화상. ⓒ 시사저널 김진령
인터넷으로 고흐 작품 감상

인터넷에서도 작품의 보고(寶庫)는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나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브리티시 뮤지엄 등 역시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자랑할 만한 컬렉션을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로 제공한다. 물감층의 균열이나 바닥재의 손상 정도까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한 정보를 보여준다. 이곳의 가장 큰 미덕은 지나간 전시는 물론이고,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에 출품된 모든 작품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까지 날아가지 않고도 전시를 둘러볼 수 있는 것이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도 친절하다. 소장 작품이나 전시 작품을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티스의 <춤>이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비롯한 작품을 작가 및 작품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다. 게티 뮤지엄도 비교적 많은 작품을 검색할 수 있다. 

아쉽게도 최고로 좋은 자료를 ‘제공해주던’ 프랑스의 루브르는 이미지 사용 정책을 바꿨다. 어느 순간 제공되는 작품의 수도 줄었고 해상도도 낮아졌다. 그 아쉬움은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술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잊을 수 있다. 세계의 많은 뮤지엄에서 제공하는 이미지 중 아마도 최고의 해상도가 에르미타주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2000년에 IBM이 인터넷에서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는 이-컬처(E-Culture) 프로젝트를 진행한 덕분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글립토텍은 칼스버그 맥주회사가 사회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뮤지엄이지만 정작 웹사이트는 친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마네의 <압생트를 마시는 남자>는 전시실에서는 유리 반사가 심해 세부를 들여다보기 어려운데 웹에서 제공하는 이미지에서는 술 취한 남자의 발 가까이 낙서처럼 적혀 있는 작가의 사인을 볼 수 있다. 뒤러의 자화상으로 유명한 독일 뮌헨의 알테피나코테크는 양질은 아니지만 제법 볼 만한 해상도의 이미지를 제공한다. 벨기에 왕립미술관은 친절한 편이다.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도 양질의 화상을 제공해준다. 다만 엄청난 미술관 소장품 규모와는 달리 정말로 조금만 보여준다.

박물관이 미술관보다 소장품의 온라인 공개에 활발한 것은 저작권 때문이다. 현대미술 작품은 저작권이 살아 있는 탓에 이미지 공개에 소극적이다. 또 국가별로도 다르다. 문화재 반환이 이슈가 되면서 영국과 프랑스는 분명 주춤해졌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우피치 미술관을 비롯한 이탈리아는 소장품의 상세한 이미지 제공보다는 미술관에 대한 정보 등 표 팔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전시장 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유럽 국가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인터넷에서 컬렉션에 대한 친절함을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

독일 알테피나코테크 홈페이지에 게시된 뒤러 자화상. ⓒ 알테피나코테크 제공
에르미타주 미술관 웹사이트 호평

이 와중에 네덜란드의 반 고흐 뮤지엄은 852점의 소장품을 고해상으로 제공해 내 자리에서 고흐의 에너지 가득한 붓질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이미지 제공자로 꼽을 만하다. 이미지 공개에 친절한 미술관으로 미국의 클리블랜드 뮤지엄도 빼놓을 수 없다. 예컨대 소장 중인 한국 유물 3점을 보여주는데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소개하고 있다. 연구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이미지 제공에 인색한 편이 아니다. 뉴욕·베니스·빌바오·아부다비의 구겐하임도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제공되는 작품의 사이즈가 작은 게 아쉽다.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에서도 전체 소장 유물을 모두 디지털화해 고해상도로 제공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소장품 검색 박물관 사이트
●한국 국립중앙박물관(www.museum.go.kr)
●미국 클리블랜드 뮤지엄(www.clevelandart.org)
●미국 스미스소니언 프리어·새클러 컬렉션(www.asia.si.edu)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www.metmuseum.org)
●미국 현대미술관(www.moma.org)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www.louvre.fr)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www.musee-orsay.fr)
●영국 영국박물관(www.britishmuseum.org)
●덴마크 칼스버그 글립토텍(http://www.glyptoteket.dk)
●독일 알테피나코테크(http://www.pinakothek.de)
●미국 게티 뮤지엄(http://www.getty.edu)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http://www.hermitagemuseum.org)
●반 고흐 뮤지엄(http://www.vangoghmuseum.nl)
●벨기에 왕립미술관(http://www.fine-arts-museum.be) 
●오스트리아 빈 자연사박물관(http://www.nhm-wien.ac.at)
●호주 캔버라 국립미술관(http://www.nma.gov.au/homepage)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http://www.museodelprado.es)


뮤지엄 사이트 Top10

미국의 예술 전문 매체인 <아트인포>(Artinfo)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잘 만든 10개의 뮤지엄 사이트를 추천하고 있다. 다만 이 순서는 홈페이지를 잘 만들었다는 것이지 컬렉션의 완성도를 평가한 것은 아니다.
●워커아트센터(www.walkerart.org)
●휘트니미술관(whitney.org)
●휘트니어린이미술관(whitney.org/ForKids)
●허쉬혼미술관(www.hirshhorn.si.edu/collection/home)
●뉴뮤지엄(newmuseum.org)
●메트로폴리탄미술관(www.metmuseum.org)
●아스펜미술관(www.aspenartmuseum.org)
●Museum of the Moving Image(www.movingimage.us)
●보스턴미술관(www.mfa.org) 
●국제사진센터(www.ic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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