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방어할 맷집을 키워라”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1.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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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을 용기> 펴낸 이승민 전문의

이승민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문의(40). 그는 기업정신건강연구소에 근무하면서 너무나 많은 사회인이 무조건 명령하고 비난하기만 하는 상사와 알게 모르게 자신을 무시하는 부하 직원, 사사건건 자신의 흉을 보며 뒷담화를 하는 동료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소위 ‘회사원’ 친구도 꽤나 많다. 이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거나 운동을 하게 되면 이런저런 회사 생활 스트레스를 상담하게 된다. 친구가 털어놓은 고충의 대부분은 ‘사람에 대한 불만’이었다.”

환경 탓만 해서는 비난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데도 ‘내가 왜 이런 직장에 들어왔을까’ ‘나는 왜 이런 부서에서 이런 사람과 같이 일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비관적 운명론을 가지고 신세 한탄해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나는 참 괜찮은 사람’ 믿음에서 시작하라”

“가끔 보면 사람은 항상 누군가를 공격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할뿐더러, 특별한 친분이 없는 사람이라면 나를 공격하는 데 더더욱 거리낌이 없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까웠던 사람에게서 듣는 뒷담화는 서너 배의 상처가 돼 다가온다. 이러한 경험은 결국 내가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임을 스스로 확신하게 만들고, 사람을 피해 다니게 만든다.”

이 전문의는 그런 상황을 피하려 직장을 박차고 나오거나 분홍빛 꿈을 안고 새 직장을 물색하는 소모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바뀐 환경에서 똑같은 상황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맷집을 키워야 한다. 환경을 바꾸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일 수 있지만 나를 더욱 잘 보호하는 것은 내 노력에 달린 일이다. 자기 보호는 본능이다. 마치 벌이 눈앞으로 달려들면 움찔하고 눈을 감아버리는 것처럼 내 마음을 다치게 놔두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려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람의 본능이다. 내 마음을 다치게 할 남의 비난의 말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우리는 이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할 필요가 있다.”

그는 비난의 상황이 닥칠 때 더 이상 스스로를 쉽게 내어주지 말라고 말한다. 남 눈치 보느라 사방으로 안테나를 뻗어 주위를 살피지도 말라고 한다. 비난은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재수가 없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시련은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사랑의 상처를 수차례 경험해본 사람이 더욱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반복된 비난과 그것에 맞서 싸운 경험은 앞으로 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비난이 닥쳤을 때 오히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나를 방어해보자. 처음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큰 충격이었을지 몰라도 점점 반복될수록 맷집이 생기고 더 노련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내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문의는 비난받는 이유가 “멍청해서도 아니고 특별히 못났기 때문도 아니며 그저 사람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내가 땀을 많이 흘린다고 싫어할 수 있고, 누군가는 내가 비염을 앓고 있다고 싫어할 수 있다. 그는 “상대가 나를 비난할 때 수용할 만한 것은 받아들이고 쓸데없는 것은 무시하자. 이것이 바로 상처받을 용기다”고 말한다.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다”

그는 또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존감을 높이라는 처방전을 내놓는다. 단순히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면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일까. 그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단호하게 맞설 수 있을 때, 그리고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데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흔히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오거나 비난이 쏟아질 때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마음에 들고자 내 행동을 수정하려고 발버둥 친다. 그러나 소모적인 비난을 건강하게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불편한 인간관계를 해소하는 유일한 해답이다. 이 전문의가 말하는 ‘상처받을 용기’란 나를 아껴주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 끌려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비난과 상처는 일상화된 소통의 한 단위이며 이로 인한 아픔은 떠나가는 기차를 대하듯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라고 충고한다.

“하루 중 어떤 사람, 어떤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가. 아마도 나를 부정적으로 대하는 사람과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삶을 갉아먹는 대단히 소모적인 습관이다.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심하게 당신에 대해 부정적이지도 않고 설사 부정적으로 대했다 하더라도 그 태도를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계를 회복하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각의 중심을 부정성이 아닌 긍정성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부정성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긍정성을 회복하고 퍼뜨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전문의는 비난이라는 소재에 집중하면서 비난이 개인 생활은 물론이고 직장 스트레스에서도 커다란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비난이 곳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너무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지는 말자. 내 주변에는 나를 좋아하고 아끼는 많은 사람이 있는 반면 나를 무시하고 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살아가기에도 이 한 세상 시간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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