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석유공사, MB집사 아들회사 보고서 받자마자 4조원 투자결정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2.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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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하베스트 날 인수, 메릴린치 자문보고서 받은 지 하루 만에 계약체결

한국석유공사가 혈세 4조원을 들인 캐나다 정유사 하베스트 날(NARL) 인수와 관련, 메릴린치 투자자문보고서를 사실상 검토 없이 투자를 결정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결과 단독 확인됐다. 메릴린치는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 김형찬씨가 지점장으로 있던 곳이어서 석유공사가 정권 측근과 관련된 업체를 자문사로 선정해 밀어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자원외교 실패 사례로 꼽히는 캐나다 정유사 하베스트 날 인수는 당시 투자자문사 메릴린치의 투자자문보고서를 기초로 이뤄지는 것으로 돼 있었다. 혈세 4조5000억 원의 투자 여부가 메릴린치의 투자자문보고서에 달려 있었던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 시사저널 최준필

하지만 그런 중요한 투자자문 과정이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날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날짜는 2009년 10월21일이다. 그런데 야당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당시 메릴린치의 투자자문보고서를 받아 본 것은 그보다 하루 전인 10월20일이었다. 게다가 석유공사는 책자가 아닌 이메일 파일 형태로 전달받았다.

자료를 받은 지 불과 하루 만에 계약을 체결하고 보도 자료를 낸 것으로 볼 때 석유공사는 보고서를 받아보기도 전에 내부적으로 계약체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가 메릴린치 보고서를 형식적으로만 받아본 것은 당시 정권 측근의 아들이 있던 기업을 밀어주려고 한 정황이라고 야당 국조특위는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해외 투자 자문사를 선정하기 위해 2009년 3월 10개 업체를 상대로 3차례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메릴린치는 1차 계량평가 부문에서 중·하위권인 5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당시 선정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인 비계량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로 1차 평가를 통과했다. 보름 후 열린 2차 평가에서도 계량평가로는 4개 업체 중 3위에 머물렀으나 비계량 점수를 높게 얻어 2위로 올라섰다. 석유공사는 2위를 한 메릴린치를 최종 선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메릴린치와 이명박 정권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해왔다. 작년 국감 때는 박범계 의원이 한국투자공사(KIC)가 2008년 1월 미국 메릴린치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과정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박 의원은 “MB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아들 김형찬씨는 (KIC의) 전격적 투자 결정이 있은 뒤 메릴린치의 서울지점장으로 영입됐다”고 주장했다. 석유공사 측은 이에 대해“현재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언론을 통해 별도 입장을 내놓기 곤란하다”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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