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 새누리당이 위기감에 휩싸였다. 지리멸렬한 야당 덕에 지난 2년간 ‘태평성대’를 누려왔지만,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은 어렵다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랑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새해 들어 20%대까지 추락했다. 이제는 청와대에 기대기는커녕, 청와대와 일전도 불사해야 할 판이다. 그런 여당의 위기감은 최근 작성된 여의도연구원의 내부 보고서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시사저널이 이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내용을 들여다봤다.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은) 다음 2016년 총선은 물론 2017년 대선도 어렵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은 2015년 첫 현안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진단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여연의 비공개 내부 보고서 ‘판단의 오류 : 세대’에서는 △보수 정권 10년의 피로감 누적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공정한 현실에 대한 불만,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으로 커지는 변화 욕구 △확실한 지지층과 리더십을 지닌 후보의 부재(경쟁 구도가 성립되지 않음) 등의 문제로 새누리당의 실권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여연은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며 박근혜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인 5060세대가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보수=새누리당 표’라는 등식은 매혹적인 오류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5060세대에서도 민심 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월 3주차 조사에서 ‘50대’의 경우 부정 평가가 49.0%, 긍정 평가는 44.2%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60대 이상’은 부정 평가가 32.4%, 긍정 평가가 57.9%로 여전히 긍정 평가가 압도적이지만, 긍·부정 평가 격차는 전주(50.0%)보다 크게 줄어든 25.5%포인트로 나타났다. 5060의 지지율은 박근혜정부 집권 2년 차였던 지난해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 새누리당 지지율 역시 박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한 곡선을 그렸다. 50대의 경우 2013년 4분기 61.9%로 최고치를 찍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하락세를 보이면서 4분기에는 56.1%까지 떨어졌다. 60대 이상 연령층 역시 2013년 3분기 70.3%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말 67.7%로 떨어졌다.
선거 및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우리의 정치 지형을 분석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지역(영남 : 호남), 세대(2030세대 : 5060세대), 이념(보수 : 진보)의 측면에서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에 비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년층의 증가가 유권자의 보수 정당 지지도를 끌어올려 보수 정당의 집권이 용이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2002년 대선의 유권자 구성을 보면 2030세대가 48.3%로, 5060세대(29.3%)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러나 10년 후인 2012년 대선에서는 5060세대가 40.3%로, 2030세대(37.9%)를 오히려 앞질렀다. 지난해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는 5060세대가 41.6%로, 2030세대(36.8%)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연령별 투표율을 감안한 투표자 수 역시 2030세대에 비해 5060세대가 우세하다. 2002년의 경우 투표자 수 비율은 42.4% 대 33.5%였지만, 2012년에는 38.1% 대 43.4%로 역전됐다. 이로 인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20~40대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뒤졌지만, 5060세대에서 7 대 3의 비율로 압승을 거두면서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여연은 19대 대선이 있는 2017년에는 5060세대가 45.1%에 이르고, 이 중 60세 이상이 전체 유권자 4명 중 한 명꼴인 2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030세대는 34.7%로, 두 세대 간의 격차는 10%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유권자 수 구성으로만 따져보면 새누리당의 재집권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연은 “2012년 대선의 중원은 48세를 전후로 한 구간이었으나, 2017년 대선은 50세 전후인 45~55세 구간이 중원이 되고, 주 공략층이 될 것”이라면서 “10년 전의 5060세대는 전쟁과 빈곤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했던 세대인 반면, 현재의 5060세대는 권위주의 시대, 고도 성장 시대를 공유하는 세대다. 그러나 (19대 대선의) 5060세대는 1950~60년대의 전쟁과 가난 같은 특수한 경험을 공유한 세대와는 전혀 다르며, 민주화 및 정보화 시대를 공통의 기억으로 간직한 균형적 사고를 지닌 세대”라고 평가했다. 즉, 5060세대의 의식이 ‘젊어졌다’는 것이다. 현재의 5060세대는 새로운 유행에 민감하고 스마트폰과 SNS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신장년’ ‘신중년’이라는 말이 나오듯, 과거와는 다른 생각과 생활방식을 가진 새로운 노년 세대가 출현했다. 2012년 대선에서 대북 강경책 등 안보 이슈와 산업화 시대에 대한 향수 등이 5060세대의 표심을 자극했다면, 오는 2017년 대선에서는 더 이상의 이념적·정치적 접근만으로는 젊어진 5060세대를 끌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연은 달라진 5060의 표심이 2012년 대선에서도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여연은 지난 대선 결과를 분석하면서 “5060세대를 한 묶음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며, 50대 초반 이하로는 젊은 세대와 비슷한 투표 양상을 띠고 있다”면서 “이것이 2017년 선거에서 또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 후보는 50대 후반에서 71.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문 후보를 무려 42%포인트 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그러나 50대 초반에서는 54.2%(박 후보) 대 45.8%(문 후보), 40대 후반에서는 54.1% 대 45.9%로 50대 후반의 지지율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여연은 “이들(50대 초반 이하)은 의식·생활 등 모든 면에서 윗세대보다 아랫세대에 가깝다”며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40대층이 2030세대와 동조하면서 보여준 반(反)보수 현상(보수에 대한 혐오, 반MB, 반새누리당 등)은 2040세대의 세대동맹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의 이른바 ‘50대의 반란’은 결집된 힘이 아니라 불안감의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2030세대가 미래를 위해 ‘변화’를 선택했다면 교육비, 은퇴 압박,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삼중고에 허덕이는 한계 세대인 5060세대는 노후 불안 때문에 ‘안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여연은 “박근혜 후보의 ‘중산층 70% 재건’ 공약은 50대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박정희의 신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며 “경제적 불안만이 아니라 NLL(북방한계선) 논란이나 TV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공격적 태도에 대한 반감 등이 50대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여연은 “보수 정권 10년의 피로감 누적은 최악의 조건”이라고 전제한 뒤 “이념적·정치적 접근보다 생활세계의 문제(민생)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세대별 맞춤형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대의 고용, 3040세대의 교육(보육), 5060세대의 복지 등 세대별 관심사에 맞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화두로는 이념이 아닌 실용·불공정에 맞서는 공정·균형 잡힌 복지를 적극 검토해야 하며, 특히 ‘공정’(공정한 기회, 공정한 법 집행, 공정한 인사)에 강조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층 투표 참여 느는데…” |
“新5060은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