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월경해 IS 합류한 중국인 300명”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5.02.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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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거쳐 중동으로…위구르인 중심으로 참가자 늘어

한국에서는 18세의 한 소년이 IS(이슬람국가)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밀입국했다. 일본 정부는 IS에 붙잡힌 일본인 인질 문제 처리를 놓고 고심 중이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 IS 문제에서 최소한 ‘먼 나라’였던 한·중·일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차례로 고민에 빠졌다.

지난 1월18일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광시(廣西) 좡(壯)족 자치구 핑샹(祥) 시 외곽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차량 2대가 국경선으로 통하는 고속도로 부근에서 불법 월경을 시도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경찰관 한 명이 차 문을 열고 탑승자들을 검문하려 했는데, 운전자가 흉기를 꺼내 경찰을 찔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무장경찰이 자동화기를 난사했고 차량 탑승자 2명이 즉사했다. 다른 차량에 탑승했던 한 명은 인근 주거지로 달아났으나 다음 날 붙잡혔다.

광시 자치구 공안 당국은 이들이 위구르인이라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공안 당국은 이들이 불법 월경을 시도한 목적이나 배경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부 중국 언론은 “중동 테러조직에 참가하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1월23일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좀 더 구체적인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부터 서남부 국경지역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조직적인 불법 월경은 IS에 가담하려는 것과 관련 있다”고 보도했다.

IS 가입을 위해 동남아를 거쳐 중동으로 건너가는 위구르인이 늘면서 중국 정부의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EPA연합
말레이시아 거쳐 IS 합류한 중국인 300명

중국 공안 당국은 지난해 5월부터 신장(新疆)·윈난(雲南)·쓰촨(四川)·광시 등지에서 불법 월경 조직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 이를 통해 조직적으로 밀입국 알선·운송 등과 관련한 사건 262건을 적발하고 이를 주도한 352명과 월경 시도자 852명을 체포했다. 불법 월경을 시도하려 했던 이들을 심문한 결과 일부는 동남아를 거쳐 IS에 가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에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쿠알라룸푸르 교외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중국인 155명을 밀입국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모두 신장 출신의 위구르인들이었다. 말레이시아 언론은 “중국인 300명이 이미 말레이시아를 거쳐 중동으로 건너갔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22일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내무장관은 멍훙웨이(孟宏偉) 중국 공안부 부부장과 접견한 후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이라크와 시리아로 넘어가서 IS에 합류했다”고 확인해줬다.

적지 않은 중국인이 IS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지난해 9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첫 사진에서는 한 IS 대원이 이라크 정부군에 붙잡혀 매를 맞은 듯 얼굴에 피가 낭자했다. 다른 한 장에서 이 대원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팔뚝에 아랍어로 된 타투를 하고 있었지만, 얼굴 형상은 뚜렷한 동아시아인이었다. SCMP는 “이라크 국방부가 페이스북에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했다고 공개한 IS 조직원”이라며 “심한 구타를 당해 얼굴만으로 국적을 확인하기 힘들지만 중국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인 지하디스트의 영상이 공개됐다. 비디오는 한 10대 소년이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막을 통해 ‘술레이만 베크 지역에서 순교 작전을 실행하기 전의 중국인 형제’라고 소개했다.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하기 직전에 찍은 영상이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이제는 IS 조직원 중 중국인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보도했다.

중국인이 불법 월경해 지하디스트가 된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 그 시초는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침공에서 비롯됐다. 1973년 쿠데타로 왕정을 타도한 아프간 군부 내에서 친소(親蘇) 세력이 부상했다. 이들은 1978년 공산 정권을 수립했으나, 곧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한다.

당시 성전을 벌인 무자히딘은 아랍어로 ‘전사’라는 뜻이다. 이 전사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세계 각지에서 온 지하디스트였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적어도 수백 명의 위구르인이 무자히딘에 참가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 1980년대는 국경선 관리도 허술해 조직적인 월경이 손쉬웠다. 무자히딘에서 경험을 쌓은 위구르 전사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 초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 설립되고 발전한 것으로 중국 공안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이런 지하드에 참가한 전사 중에는 흥미롭게도 한족도 포함돼 있다. 리비아 내전에 참전했고 시리아 내전에서 활약하는 왕보(王波)가 그 주인공이다. 왕보는 2009년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다가 이슬람교에 귀의했다. 2011년에는 리비아에서 중국 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다 내전을 맞았다. 왕보는 반군에 참여했고 외국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적진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무기와 식량을 반군에 공급했다. 왕보는 카다피가 축출된 후에도 트리폴리에 남아 이슬람교 교리를 공부하다가 2013년 3월 시리아 반군에 가담했다. 한때 터키로 피신하기도 했으나 같은 해 8월 다시 시리아에 들어갔다.

“IS 후폭풍, 조만간 중국 강타할 것”

위구르인을 중심으로 중국인 무슬림이 IS에 참가하는 데는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의 인종 갈등, 빈부 격차뿐만 아니라 인터넷 설교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IS는 인터넷을 통한 영향력 확대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인 무슬림을 상대로 한 동영상도 적지 않다. 동영상은 중동 지하드 단체의 자살폭탄 공격이나 신장 각지에서 일으킨 폭탄 테러 장면을 담아 성전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늘어가는 신장 내 테러나 불법 월경자는 이런 IS의 선전술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 정부는 테러 발생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신장에서 체포한 범죄 용의자는 2만7164명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두 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5월 39명이 숨지고 94명이 부상한 우루무치(烏魯木齊) 폭탄 테러 이후 테러 혐의로 처형한 범죄자만도 50명에 달한다.

IS 참가자가 증가한다고 해서 당장 중국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IS 조직원으로 활동한 후 중국으로 되돌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라도 재입국해 세력을 확장할 경우 그 여파는 강력할 전망이다. 리웨이(李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테러연구센터 주임은 “다양한 전투와 테러 활동을 경험한 IS 대원은 금세 10명, 100명의 조직원을 거두어 훈련시킬 수 있다”며 “IS의 후폭풍이 조만간 중국을 강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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