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이상 공직자 절반은 ‘신의 아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2.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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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 중 50%가 병역 면제거나 단기 사병…병역 면제 6명, 이병 제대 2명, 일병 제대 6명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한창이다. 충남도지사를 지낸 3선 중진 의원에 집권 여당 원내 사령탑인 원내대표까지 맡았던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는 무사히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런데 이 후보자 역시 병역 문제가 구설에 올랐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내각에 입각하거나 청와대 고위직에 오른 인사 가운데 병역 면제를 받거나 이병·일병으로 전역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 후보자도 징병검사에서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다. 1976년 5월 입대해 1977년 4월 일병으로 소집 해제됐다. 여기에다 차남이 병역 면제를 받은 데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차남은 2000년 8월 징병검사에서 현역인 3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유학 시절인 2004년 10월 축구 경기 중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월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이후 2005년 7월 실시한 2차 및 3차 징병검사에서 ‘불안전성 대관절’을 사유로 4급 판정을 받았다. 또 2005년 12월 미국 미시간 대학병원에서 파열된 연골과 인대 수술을 받았는데, 2006년 5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정상으로 되기는 힘들 것으로 사료된다’는 진단을 받아 4차 징병검사에서 같은 사유로 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이 후보자는 차남의 병역 문제로 논란이 일자 공개 검증에 나섰다. 1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실시됐다. 이명철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전방 십자인대가 완전 파열된 게 맞다”며 “이 정도면 100% 수술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다친 지 14개월이 지나서야 수술한 점에 대해선 “환자 개인 사정 때문에 6개월이나 1?2년이 지난 뒤 수술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의혹이 제기된 초기에 공개 검증으로 정면승부에 나선 것은 현 정부가 들어선 후 고위직 인사가 있을 때마다 병역 문제가 논란이 되곤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의 전임인 정홍원 전 총리의 경우 본인은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을 했다. 그런데 장남이 허리디스크를 사유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 정 전 총리 아들의 신체검사를 담당했던 병무청 직원과 치료를 맡았던 의사와 한의사가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황교안·이동필·서승환·현병철 ‘병역 면제’

그렇다면 현재 박근혜정부의 장관급 이상 최고위 공직자들의 병역 이행 실태는 어떨까. 시사저널이 이 후보자를 포함해 장관급 이상 최고위 공직자 30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6명이 병역 면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병이나 일병으로 전역한 인사도 8명이나 됐다. 이를 합하면 14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반면 일반 사병으로 병장 제대를 한 인사는 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0명은 장교로 전역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은 여성으로 군 복무 의무에서 제외됐다.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수장은 포함시켰다.

먼저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1977년 징병검사를 연기해 1980년 7월 검사에서 두드러기가 지속되는 피부 질환인 ‘만성담마진’을 사유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황 장관은 청문회에서 “경위야 어찌 됐든 병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마음의 빚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폐결핵’으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 1975년 징병검사를 연기해 1977년 검사 때 ‘무종’(폐결핵 증상) 판정을 받았고 1978년과 1979년 재검 때도 같은 판정을 받아 1980년 병역 면제가 됐다.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갔었는데 집안일을 거들어 완치가 안 됐었다”고 해명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어린 시절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병역 의무에서 면제됐다. 1976년 7월 징병검사에서 ‘근육위축·하지단축’ 진단이 내려졌다. 부총리급인 황찬현 감사원장도 군대에 가지 않았다. 사유는 ‘근시’였다. 황 원장은 1973~74년 징병검사를 연기했다가 1975년 4월 검사에서 현역 입영 대상인 2을종 판정을 받았다. 1977년 7월 검사에서도 시력이 좌우 각각 0.1로 나왔는데, 한 달 뒤인 8월 검사에서 고도 근시에 해당하는 좌우 각각 0.05로 나와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장관급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도 ‘폐결핵’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정확한 사유는 ‘폐결핵 활동성 미정’이었다. 폐결핵은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치료되는 만성 질환이다. 더 이상 치료할 필요가 없는 비활동성 결핵과 치료가 필요한 활동성 결핵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내리는 진단이 ‘활동성 미정’이라고 한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골수염 후유증’을 사유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최경환·윤병세·문형표·김진태 ‘일병 제대’

이병이나 일병으로 군 생활을 마친 경우도 많았다. 이병 만기 제대는 2명이다. 우선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병역특례(전문연구요원)로 군 복무를 마쳤다. 1977년 3월부터 1984년 12월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일했다. 그런데 1979년 9월~1984년 6월 프랑스 국립정보통신대학교로 해외 교육 파견을 가서 전산학 박사 과정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특례 중 해외 유학을 가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최 장관의 아들도 병역특례를 받았다.

최 장관의 전임인 최문기 전 장관도 한국과학원(카이스트 전신) 학생 때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마쳤다. 1974년 서울대 응용수학과 졸업 후 고려대 산업공학과에서 1976년까지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런데 한국과학원에서 동일 전공으로 또 석사 과정을 밟은 것이다. 청문회에서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병기 국정원장은 외무부 최고 핵심 부서로 꼽히는 북미국 북미2과에 근무하던 1975년 5월 입대해 그해 12월 이병으로 전역했다. 사유는 ‘가사 사정’으로 돼 있다. 이 원장이 2대 독자라 6개월 방위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본인보다 아들이 차량 운전에서 금관악기 그리고 행정으로 특기가 변경된 점을 두고 특혜 의혹을 받았다.

일병 만기 제대도 6명이나 된다. 이완구 후보자와 함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박근혜정부의 경제 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일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1979년 3월 육군에 입대해 1980년 4월 소집 해제됐다. 한국은행 외환관리부에서 근무하던 때로 알려졌다. 최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병역 관련 일부 자료의 제출을 거부했다.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최 부총리의 장남은 병역 면제를 받았다. 최 부총리는 “징병검사 시 내과 질환(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해 신체등위 5급이 나옴에 따라 병역법에 의거해 제2국민역 처분을 받은 사안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에 앞서 경제 수장을 맡았던 현오석 전 부총리도 일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현 전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결핵성 골수염을 앓아 보충역 판정을 받고 방위로 근무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무부장관은 1979년 4월 육군에 입대해 1년 뒤인 1980년 5월 소집 해제됐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에 가진 징병검사에서 현역 입영 대상인 1을종(현재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외무고시 합격 후에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3을종 판정이 내려졌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근시’ 때문에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1981년 11월 육군에 입대해 1982년 일병으로 소집 해제됐다.

현재 공석인 해양수산부를 얼마 전까지 책임진 이주영 전 장관은 1976년 5월 공군에 입대해 1977년 6월 일병으로 소집 해제됐다. 이 전 장관 아들의 경우 2003년 11월 1급 판정이 내려져 현역 입영 대상이 됐다. 그런데 입영을 5차례나 연기해 2012년 2월 법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됐다. 판사 등 자격 취득 때까지 입대가 유예된 것이다.

검찰의 수장인 김진태 총장은 1975년 5월 육군에 입대해 1977년 6월 일병으로 제대했다. 시력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의 장남은 2005년 3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2009년 신장 질환인 ‘사구체신염’을 이유로 병역 면제가 됐다. 김 총장은 청문회에서 “아들이 카투사에 지원하는 등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었다”고 해명했다.

황우여 아들 척추 질환으로 ‘공익’

김종덕 문화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류길재 통일부장관, 강신명 경찰청장,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 6명은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투사(주한미군 배속 한국군)로 근무한 신 위원장 외에는 모두 육군에서 복무했다. 장교로 전역한 공직자는 모두 1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해군 대위), 한민구 국방부장관(육군 대장),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육군 대위), 윤성규 환경부장관(공군 중위),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육군 중위), 임환수 국세청장(공군 중위),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해군 대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해군 중위),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공군 대위) 등이다.

이들 중에서 임환수 청장은 1986년 7월부터 1989년 3월까지 공군 장교로 복무했는데 이 기간에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해 군무 이탈 및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임 청장 측은 “서울공항에서 출퇴근 근무를 해 수강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황우여 부총리의 경우 본인은 1971년 3월 해군에 입대해 1974년 대위로 만기 제대했다. 그런데 아들이 2009년 척추 질환으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황 부총리는 특혜 복무 의혹에 대해 “아들이 미국 영주권자라서 병역 의무가 면제인데 아버지를 생각해 입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 중위로 전역한 윤성규 장관의 장남은 2005년 징병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학업 및 자격시험 응시를 이유로 입영을 수차례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치르기로 한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청와대 수석 절반 ‘병역 면제’ 


청와대도 병역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비서실에 소속된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비서실장 1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다. 여성인 조윤선 정무수석을 제외하면 10명인데, 이 중에서 확인된 8명 가운데 4명이 병역 면제를 받았다. 민정비서관에서 승진한 우병우 민정수석은 1986년 재학생 때 징병검사를 연기했고, 이듬해인 1987년 5급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우 수석은 그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4년 6월20일자 관보에 따르면 사유는 ‘질병 또는 심신장애(근시)’로 기록돼 있다.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주로 보건복지부에서 일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은 1978년 ‘척추회백질염’을 이유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역시 행시 출신인 정진철 인사수석은 ‘소아마비 후유증’을 이유로 병역에서 면제됐다. 최근 임명된 조신 미래전략수석은 체중 미달과 낮은 시력을 이유로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았다. 조 수석에 앞서 업무를 맡았던 윤창번 전 수석도 1974년 ‘근시’를 이유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안종범 경제수석은 1981년 6월 육군에 입대해 1년 뒤인 1982년 6월 일병으로 소집 해제됐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윤두현 홍보수석은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최고 사령탑인 김기춘 비서실장은 해군 대위로 전역했다. 김 실장의 장남은 1997년 ‘수핵탈출증 수술’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2013년 말 교통사고를 당해 현재 서울 소재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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