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매에 장사 없다 하지 않더냐”
  • 차윤주│뉴스1 기자 ()
  • 승인 2015.02.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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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원순 저격 특위’ 가동…대선 후보 싹 자르기 나서

‘시(市)피아’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서울시와 그 산하 기관에 포진한 박원순 서울시장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서울시 안팎에서 자리를 꿰차고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는 건데 조어의 출처는 새누리당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 전횡 의혹 진상조사단’ 간사를 맡은 이노근 의원이다. 연초부터 정치권이 박 시장의 측근 챙기기 논란으로 시끄럽다.

거론되는 인사가 제법 많긴 하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 중 SH공사 다음으로 덩치가 큰 서울메트로가 그 중심이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증권맨’ 출신 이정원 사장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증권산업노조 위원장과 투기자본감시센터 초대 운영위원장을 지낸 인사다. 지난해 2월 처음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발탁됐고, 반년 만에 사장으로 직행했다. 서울시는 이 사장을 만성 적자 지하철 공사의 경영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지만, 지하철 관련 업무 경험이 전무해 ‘1000만 시민의 발’인 지하철 안전의 최종 책임자로 적절한가라는 비판이 일었다. 노조위원장 경력에 대해서도 여권의 시선이 곱지 않다.

2014년 10월20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박원순 시장에게 구룡마을 개발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 위증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뉴시스
서울메트로 감사로는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던 지용호씨가 활동 중이다. ‘낙하산·보은 인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비상임 이사 자리 면면은 더 다채롭다. 2012년  안철수 의원의 대선 캠프에서 부대변인을 했던 이숙현씨,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오건호씨, 서울민주청년단체협의회 의장을 지낸 김종원씨 등이 줄줄이 자리 잡았다. 모두 전문성을 논하기 민망한 게 사실이다.

올해 8월 임명된 서울도시철도공사 김태호 사장 역시 차케어스 사장, 차병원그룹 부사장, KT 임원 등 지하철과는 동떨어진 경력을 쌓아와 뜻밖의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이 회사 감사로는 박 시장 캠프에서 정책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민만기씨가 있고, 비상임 이사로 민주통합당 정책위 전문위원이었던 김진엽씨가 있다. 박 시장 선거 캠프에서 노동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석치순씨는 기술본부장이다.

전문성 떨어지는 측근들 등용에 의혹 제기

박 시장의 시민단체 시절 인맥도 다수 눈에 띈다. 이옥경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비상임 이사장은 희망제작소 이사, 지난해 4월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그만둔 서재경씨는 같은 단체 상임고문 출신으로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캠프 총괄본부장이었다. 서울복지재단 이태수 비상임 이사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서울문화재단 차병직 비상임 이사는 같은 단체 정책자문위원장을 지냈다.

그 외에도 서울시설공단 감사로 새정치연합 이인영 의원 보좌관이었던 장백건씨가 갔다. 비상임 이사로는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 선거 캠프 조직기획위원장이었던 최승국씨, 조직특보 출신 기춘씨 등이 있다. 문화기획자였던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은 인디밴드 출신이란 독특한 이력이 ‘호랑이 사육사 사망 사고’ 당시 구설에 올랐다. 서울시 내부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당시 감사관이었던 송병춘 감사관이 있다. 더불어 정무 라인에는 임종석 정무부시장, 김원이 정무수석, 서왕진 정책수석, 김재춘 대외협력보좌관 등 캠프에서 뛰었거나 시민운동 시절부터 함께한 지인들이 포진해 있다.

이른바 ‘박원순 저격 특위’를 출범시킨 새누리당은 이를 박 시장의 ‘인사 농단’으로 규정하고 필요하면 감사원 감사까지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노근 의원은 지난 1월15일 방송 인터뷰에서 “(서울시 산하 기관장 공모에) 신청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박 시장과 인연이 있거나 코드가 같거나 할 뿐 아니라, 전문성이나 경험이 없는 게 경악할 정도다. 그런 의혹을 조사하려는 것”이라고 한껏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서울시 간부, 노원구청장을 지낸 경력을 살려 당내 자타 공인 ‘박원순 전문 저격수’로 활약 중이다.

새누리당이 박원순의 사람들을 들춰내는 데 주력하는 것은 지금 시 안팎에 둥지를 튼 이들이 박 시장의 향후 ‘대선 준비팀’이 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박 시장은 재선에 성공한 후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오직 서울, 오직 시민이다” “서울시정을 잘하게 도와달라”는 식으로 에두를 뿐 막상 “(대선에) 안 나간다”는 말은 안 하고 있다. 향후 박 시장이 대권 가도에 나설 때 서울시에서 한자리를 했던 이들이 길을 닦을 것이란 전망은 당연하다.

“측근들이 2017 대선 준비팀 될 수도” 의심 

박 시장은 물론 억울해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인사에서) 나름대로 내가 가진 원칙을 지켜왔다”며 “우리끼리 누군가를 저격하는 게 온당한가. 황당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박 시장 주변에선 “상도의가 아니다”는 불만이 새어 나온다. 서울시나 출연 기관의 인사권은 법이 정한 시장의 고유 직무다. 선출직 정권, 단체장들이 선거 때 도왔던 이들을 챙겨주는 것도 인지상정이란 인식이 강하다. 캠프 출신이나 연이 있는 이들이 ‘시정 철학을 공유한 인사’라는 그럴듯한 이유도 덧붙는다.

특히 박 시장 참모들에겐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에서 사퇴한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 권오중 전 정무수석의 선례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박 시장은 두 사람의 시립대행이 낙하산 논란으로 비화하자 참모를 불러 “내가 그런 일로 부끄럽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무 라인 사이에선 “버티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논란의 당사자들이 짐을 싸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 참모는 “내부엔 오히려 불만이 많다. 박 시장이 더 큰일을 생각한다면 자기 사람을 끝까지 챙길 줄 알아야 하는데 멀었다”고 우는 소리를 했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야당 대권주자가 이처럼 여권의 집요한 견제 대상이 됐던 적은 드물다. 그만큼 박 시장의 존재감, 야권 유력 주자를 향한 새누리당의 긴장감은 상당하다. 새누리당은 2013년 국정감사 때부터 구룡마을이 ‘제2의 수서 비리’라며 줄기차게 으르렁거렸고,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선 친환경 무상급식, 부인 강난희씨, 아들 병역 등 전 방위 의혹을 제기했다. 이 중 구룡마을 문제는 결국 강남구가 요구하는 개발 방식을 100% 수용하는 것으로 끝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서울시에 유리했지만 2년 넘는 싸움에서 시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박 시장은 “솔로몬의 심정으로 양보했다”고 하지만 그간 새누리당이 계속 논란을 키운 것이 부담이 됐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시 관계자는 “만약 사업이 무산됐다면 사람들은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 ‘박원순 책임론’을 먼저 걸고 넘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이리 찌르고 저리 찔러보면 걸리는 게 있다. 잔매에 장사 없다고 하지 않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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